한옥의 진화 박스 기사 3꼭지
  • 안철흥 기자 (ahn@sisapress.com)
  • 승인 2006.12.14 10: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895ach4.hwp^
^3인3색, 현대 건축가 3인의 한옥 실험^
^본문 15행씩 3꼭지^

#두가헌-골목길로 확장된 한옥의 공간
전통 한옥의 내부는 음(陰)의 공간이다. 격자 무늬 창살은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 차단하며, 두터운 한지는 최소량의 빛 만을 통과시킨다. 건축가 최욱씨(43)는 한옥의 이런 전통 문법을 깨버렸다. 창살 같은 한옥 특유의 디테일한 치장을 제거하고, 통유리를 끼워넣었다. 그런 변화 만으로 와인바 두가헌은 안팎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한옥의 문화적 가치를 보전(보존이 아닌)하는 방법에 대한 최씨의 생각은 명쾌하다. “원형 보존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옥이 제대로 보전되려면 시간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면서 현대적 생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두가헌은 경복궁 동편에 있는 현대갤러리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문화재급 한옥은 아니지만, 구한말 궁중 부속 건물로 지어져 그 자체로 품격을 갖춘 집이다. 두가헌(斗佳軒)은 ‘아름다운 집’이란 뜻으로, 집 주인과 잘 아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당호를 지었다.
안철흥 기자

#하루헌-도시 주거의 새로운 형태를 찾다
건축가 박민철씨(45)가 개조한 하루헌은 25평 남짓한 전형적인 서울식 ㄷ자 한옥 민가다. 1960년대 집장사가 지은 것이어서 번듯한 북촌의 다른 와가(瓦家)들에 비해 소박한 편이다. 소유자는 박씨의 대학 지도교수인 중앙대 건축과 손세관 교수. 서재 겸 게스트하우스로 쓰려고 낡은 한옥을 한 채 구입해 박씨에게 개조를 맡겼다. 한옥의 미를 온전히 살리되, 현대식 생활 공간으로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집 상태는 엉망이었다. 서까래와 기둥에 시꺼멓게 때가 타 있고, 벽은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박씨는 우선 기울어진 기둥을 바로 세우고, 목재의 때를 깎아내 나무 본래의 색을 살렸다. 부엌과 안방, 거실, 대청을 아파트 내부처럼 한 공간으로 합치고 온돌을 깔았다. 서까래는 한옥 특유의 멋을 풍기도록 노출시켰다. 현대식 창호를 설치해 한옥의 취약점인 방풍과 난방 문제를 해결했고, 그 바깥 쪽에 장식으로 창살을 곱게 만들어 붙였다.
안철흥 기자

#가회헌-오브제로서의 한옥
가회헌은 건축가 황두진씨(43)가 네 번째로 설계한 ‘한옥’이다. ‘무무헌’이라고 당호를 붙인 그의 첫 작품은 거의 완벽하게 전통 어휘를 따른 집이었다. 세 번째 한옥 작업부터 현대적 요소를 적극 도입하던 황씨는 가회헌에 이르러 완전한 변신을 꾀하기에 이르렀다.
가회헌은 ㅅ자 한옥과 2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한 세트로 묶인 건축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대식 건물 옆에 조그만 한옥이 마치 오브제처럼 붙어있는데, 2층짜리 건물의 외관을 목재와 검은색 벽돌로 장식해서 마치 한옥의 이미지가 확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작업을 한옥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신축한 한옥 또한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없는 ㅅ자 형이어서 건축 심의를 겨우 통과했다고 한다.
황씨는 “앞으로 한옥과 양옥의 조합을 넘어서 아예 둘을 합친 새로운 건축물을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실을 갖춘 다섯 번째 ‘한옥’의 완공을 앞두고 있는 그는 곧 <한옥이 돌아왔다>(공간)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다섯 작업을 묶은 책을 펴낼 계획이다.
안철흥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