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만점 낟가리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12.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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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예전에 탈곡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알곡이 달린 볏집을 그대로 논에 원추형으로 쌓았다. 이걸 한강 이북에서는 낟가리, 한강 이남에서는 노적, 혹은 노적가리라고 불렀다. 이 낟가리를 헤아려 보고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했던 것이다.

농업이 기계화되어 추수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콤바인으로 탈곡하면서부터 이 낟가리는 사라졌다. 볏집은 논에 뿌려져, 새들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되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들판에 신종 낟가리가 등장했다. 하얀 비닐로 덮인 거대한 원통형 덩어리이다.

12월9일 한강 하구로 오는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경기도 파주시 곡릉천변 들녘에도 이 하얀 낟가리가 빼곡했다(사진). 정식 명칭은 ‘생볏집 곤포 사알리지’이다. 벼를 수확한 직후 볏집의 수분이 60~65% 될 때 유산균을 넣고 비닐로 감아 40일간 숙성한다. 이는 젖소가 무지 좋아하는 먹이이다. 일반 볏집보다 영양가도 훨씬 높다고 한다. 소를 위한 ‘김장’인 셈이다. 축산업자들이 한 덩어리당 3만원 정도씩 사가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농부들로서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들판에 이런 하얀 덩어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철새에게는 재앙이다. 한 겨울에 먹을 것과 덮을 것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때문에 환경단체에서는 철새 도래지에서라도 농부는 수확물 일부를 논밭에 남기고 정부가 이를 보상해주는 생물다양성 계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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