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이었지만 괜찮아” 나눔의 정치로 희망 일군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2.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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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민노당 인천 남동구 상임위원장

 
‘힘든 것을, 안 해본 것을 같이 나누면서 바꾸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배진교 남동구위원회 상임위원장이 내린 진보 정치의 정의다. 배씨는 지난 한 해 ‘같이 나누는 힘’을 짜릿하게 느꼈다. 10월25일 인천 남동 을 재·보선에서 그는 2위를 차지했다. 득표율 18.54%, 당 지지율 6%에 비해 세 배 이상 득표했다.

민노당 처지에서는 대사건이었다. 재·보선 공천 자체를 고민할 정도로 승패는 확연했다. 잘해야 3위였다. 그런데 불모지나 다름없는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따돌리고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당내에서 제2의 권영길로 받아들여졌다. 2008년 18대 총선의 희망으로 그는 우뚝 섰다. 당원들마저 놀란 이변이지만 비결은 10년 이상 쌓아온 ‘나누면서 바꾸는 진보 정치’에 있었다.

그는 인천대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중앙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운동권과는 달랐다. 일찌감치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1996년부터 지역 운동에 나섰다. 그가 관여한 단체를 나열만 해보아도 생활 정치의 텃밭을 얼마나 넓게 일구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어 충치 예방을 바라는 인천시민모임’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 ‘인천대공원 유료화 반대 대책위원회’ ‘학교급식환경 개선 및 조례 제정을 위한 남동구 운동본부’ 등 그는 10년 전부터 진보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었다.

단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늘 여럿이 함께 나누면서 지역 문제를 해결했다. 현안이 생기면 지역의 시민단체, 노동조합과 연대했다. ‘설득하는 진보’보다는 생활 속에서 ‘공감하는 진보’를 추구한 것이다.
지난 재·보선 때 일부 당원들은 ‘한·미 FTA 반대’를 선거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자고 했다. 어차피 패배할 선거, 화끈하게 선전전이나 하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는 전염병 예방법, 아토피 예방법 등 20~30대 주부들이 공감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배씨는 “피켓 들고 시위하는 게 가장 쉽다. 더디지만 함께 힘을 모으고 바꾸어 나가는 것이 생활 정치이고 대안 정치다”라고 말했다.

그의 새해 포부 역시 지역민들과 더 넓게 공감하는 것이다. 조만간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들어 장애인들과 함께 복지와 생활 문제를 해결해나갈 작정이다.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도 그에게는 중요하다. 지난 재·보선처럼 자신이 후보인 양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 여세를 몰아 2008년 총선에서 당선하겠다고 배씨는 당차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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