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 2007년 누가 마지막에 웃을 것인가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2.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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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 정치 일정과 주요 변수 집중 풀이

 
정치의 해가 밝았다. 2007년 한 해, 가장 많이 접할 단어는 아마도 ‘지지율’일 것이다. 지금까지 지지율 조사 결과는 이명박 전 시장의 독주 체제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스스로 안심하지 못한다. 징크스 때문이다. 15대 때부터 대선 1년 전 무렵에 지지율 1등을 차지한 후보가 본선에서 당선한 적이 없었다(48쪽 딸린 기사 참조). 그만큼 대선은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시사저널>은 2007년 한 해 각종 변수를 정리해 보았다.

새해 벽두 가장 큰 관심사는 개각 여부다.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등 열린우리당 출신 장관들의 당 복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당이나 청와대쪽에서는 정장관의 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정장관 자신도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파나 사수파 모두 그의 복귀에 호의적이다. 그는 차기 의장감으로 점쳐진다. 무난하게 당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다.

유시민·김혁규는 당 사수파 대권 주자

변수는 유시민 장관의 복귀다. 복귀에 대한 호불호는 계파에 따라 뚜렷이 갈린다. 통합신당파는 그의 복귀에 부정적이다. 복귀 발표가 나오는 순간부터 당은 들끓을 가능성이 높다. ‘노의 남자’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쪼개질 경우, 유장관은 김혁규 의원과 함께 당 사수파의 대권 주자가 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그의 복귀는 당을 지키겠다는 노대통령의 포석으로 읽힌다. 통합신당파가 겉으로 반대하면서도 내심 그가 복귀하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대통령과 결별하는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본인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분위기이고, 유장관측은 복귀와 잔류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는 2월14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는 정계 개편의 첫 번째 분수령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사실상 당의 진로가 결정된다. 통합신당파는 전당대회 전에 신당 창당 로드맵에 합의하고, 지도부 역시 합의 추대하기를 바란다. 반면 당 사수파는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원한다.

벌써부터 양쪽은 전당대회 날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는 수요일인 2월14일로 전당대회 날짜를 잡았다. 사수파는 당원들의 전당대회 참가를 막기 위한 꼼수로 받아들인다.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평일에 전당대회를 치른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당 사수파는 전당대회 일정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양쪽의 의견 차는 워낙 크다. 합의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통합신당파 사이에서는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탈당해서 신당 깃발을 올리자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왜 DJ가 전당대회를 하지 않고 국민회의를 창당했는지 이제 알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민주당도 2월에 전당대회를 치른다. 당내 사정은 열린우리당만큼 복잡하다. 민주당은 친 고건 대 반 고건, 독자생존 대 통합신당이 얽히고설켜 있다. 지난 12월13일 민주당은 통합신당론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통합신당의 대상과 방식을 두고 여전히 의견 차이가 크다. 민주당 이낙연·김효석 의원은 상대적으로 통합신당에 호의적이다. 반면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의원은 통합신당의 큰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은 배제해야 한다는 소신이 강하다. 여권의 통합신당파 가운데 정동영 전 장관, 천정배 의원 등 창당 주역이 많다. ‘포스트 한화갑’의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통합신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월은 고 전 총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의 달이다. 사실상 그에게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마지노선이다. 고 전 총리는 3~4월 중도 세력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고건 식 통합신당의 중간 다리로 원탁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추진력이다.

원탁회의는 지난 12월 하순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시기를 늦추었다. 각 당이 갈등에 휩싸여 정치권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하겠다며 속도를 조절했다. 이는 기존 정당을 뛰어넘어 대안 정당을 꾸리겠다던 고 전 총리 스스로 힘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지지율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그는 통합신당의 종속 변수로 떨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파 가운데 안영근·김성곤 의원처럼 열혈 고건 지지파도 있지만,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고건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서 3월부터 쏟아질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고 전 총리에게 중요하다. 이때도 여전히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에게 패할 경우, 고건 지지파조차 다른 대항마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여권의 히든 카드로 떠오르는 것도 고건 회의론과 무관치 않다.

고건 지고 정운찬 뜨는가

고 전 총리 처지에서 주요한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후보를 당선시킬 수는 없어도, 안 되게 할 수 있는 것이 ‘식물 대통령’이라도 현직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파워’다. 노대통령은 지난 12월21일 고 전 총리를 실패한 인사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고건은 안 된다’는 메시지인 셈인데, 고 전 총리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4월25일 17대 국회의 마지막 재·보선이 치러진다. 임기 1년 이내에는 의원 직을 상실해도 재·보선을 실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재·보선 자체가 없다. 마지막으로 치러질 4월 재·보선은 범여권 진영에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과 시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적어도 세 지역이다. 경기도 화성시, 대전 서구 을, 전남 무안·신안 등이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수도권·충청권·호남권의 표심을 확인할 수 있다.

통합신당이 재·보선 이전에 창당된다면, 재·보선은 통합신당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된다. 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세력을 아우른다면 현실적으로 주요 지지 기반은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보선 결과로 드러날 수도권(경기도 화성)과 충청권(대전 서구 을) 표심이 관심을 끈다. 만일 두 지역에서 통합신당 후보가 선전한다면, 그 파괴력은 한나라당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호남(전남 무안·신안)은 제쳐두더라도, 대선 당락을 좌우할 수도권·충청권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패하면 ‘한나라당 필승론’이 흔들리고, 당내 논란이 가열되면서, 2월에 결정될 대선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만일 재·보선 이전에 통합신당이 창당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4월 재·보선은 정계 개편의 한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정당이 후보 연합을 꾀해 재·보선을 치른 뒤, ‘헤쳐 모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4월 재·보선은 정치권 지각변동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보선 이틀 전인 4월23일부터 대권 주자는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5월쯤 대선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당 안팎에서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 문성현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17대 대선은 민노당이 원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선거다. 민노당은 일찌감치 대선기획단을 꾸려 경선 방식에서부터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대선기획단은 경선 방식을 세 가지로 좁혔다. 현행처럼 진성 당원이 대선 후보를 뽑는 ‘당원 직선제’, 진성 당원뿐 아니라 당에 후원금을 내는 후원 당원까지 투표권을 주는 ‘진성 당원+후원 당원 선출제’, 국민 참여를 수용한 ‘진성 당원+선거인단 선출제’ 등이다. 경선 방식은 후보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

이회창은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

당원 직선제로 뽑으면 상대적으로 노회찬 의원이 유리하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대선에 두 번이나 출마한 권영길 의원에 비해 신선하고, 촌철살인의 언변뿐 아니라 뛰어난 17대 의정 활동으로 당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반면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선출제의 경우 권영길 후보가 앞선다는 평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민주노동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감을 물으면, 권영길 의원을 가장 많이 꼽는다. 대중성에서 권의원이 한발 앞서 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득표율은 3.9%, 이번 대선에서 민노당은 10% 이상의 득표율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민노당에 이어 한나라당 역시 6월22일 이전에 대선 후보를 정해야 한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1백80일 이전인 6월22일까지 후보를 선출하게 되어 있다. 선출 방식은 대의원(20%), 당원(30%), 일반 국민(30%), 여론조사 결과(20%)를 합쳐 뽑는다. 한때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했던 이명박 전 시장측이 현 방식을 수용하면서,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치러진다.

이명박 전 시장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20% 이상 앞서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 지지율에 거품이 끼였다고 주장한다. 잠재적인 여권 지지자까지 이 전 시장에 몰표를 하면서 지지율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 전 시장측은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난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다면 불공정 경선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행보도 한나라당 경선의 변수다. 이 전 총재는 사실상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후보에 나설 가능성도 점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이 전 총재와 가까운 한 인사는 “후보로 직접 뛰기보다, 경선 뒤 한나라당 후보가 낙마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선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그가 당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도 한나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다.

현행 선거법상 한 정당의 경선 후보로 등록하면, 떨어지더라도 출마 자체가 금지된다. 그래서 승산이 없는 후보는 경선보다 정계개편에 나설 수 있다.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오비이락일까, 지난 12월 말 손학규 전 지사는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의 외곽 단체인 선진한국연대 모임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범여권은 한나라당 후보가 확정된 뒤에 후보를 뽑을 계획이다. 선출 방식은 오픈 프라이머리다. 범여권은 2002년 국민경선제에 버금가는 히트 상품이 되기를 바란다. 문제는 새 얼굴이다.

김근태·정동영·천정배·고건으로는 ‘클로즈 프라이머리’가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강하다. 전문가들도 오픈 프라이머리 성공 여부가 새 얼굴의 출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새 얼굴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특히 연초부터 정운찬 전 총장이 주목 대상이다. ‘나는 결단력이 있는(Decisive) 사람이다’거나, ‘정치를 안 한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같은 발언이 나온 후 그는 범여권의 히든 카드로 급부상했다. 범여권 진영에서는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를 예로 들며, 정운찬 전 총장이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김근태 의장이 킹 메이커를 자처할 경우, 당내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권에서 너무나 먼 얘기다. 대선 앞에 호형호제가 통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여야 후보가 가려지면, 11월25~26일 후보자 등록을 거쳐 대통령 선거는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이때까지 범여권의 후보가 단일화하지 못한다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벤트처럼 막판 단일화로 표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범여권 후보 대 한나라당 후보의 2강 구도로 좁혀진다는 의미다.

범여권 후보 대 한나라당 후보 ‘2강 구도’ 될 듯

17대 대선은 12월19일 치러진다. 이번에는 대선 6일 전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이 보도할 수 있다. 지난 대선 때는 21일 전까지만 가능했다. 이처럼 바뀐 제도도 변수다. 젊은층의 투표율 때문이다. 만일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면, 결집 현상이 뚜렷해지고 투표 당일 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 제2의 노무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5% 포인트 차 이상으로 지지율이 벌어져 승패가 갈릴 경우, 1위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밴드왜건(우세한 사람이나 팀을 지지하는 현상) 효과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본부장은 “정치적 변수를 제외하고 지지율만 놓고 보면, 바뀐 제도는 지지율 1위 후보에게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투표 하루 전날 돌연히 생길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대통령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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