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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호구’가 뭐기에…

중국 명문대 진학 지름길로 통해…베이징 소재 기업에도 구직자 ‘밀물’

베이징 · 안승해(자유기고가) ㅣ 승인 2006.12.26(Tue) 10: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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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연합
고급 인력이 베이징 호구를 얻기 위해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 위는 중국 취업박람회 모습.
 
 
중국 칭화 대학 MBA(경영학 석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는 왕메이 씨(28)는 요즘 고민이 많다. 그는 MBA를 마치면 IT 벤처 기업을 창업하기로 목표를 세우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하지만 최근 왕메이 씨는 창업을 2년 뒤로 미루기로 결심했다. 졸업 후 바로 창업할 경우 자신의 베이징 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왕씨의 고민은 중국 호구제가 빚어내는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의 호구란 우리의 호적 혹은 본적과 비슷한 개념이다. 왕씨가 베이징 호구를 가지려는 가장 큰 이유는 2세 교육 문제 때문이다. 베이징에는 중국의 최고 명문대인 칭화 대학·베이징 대학 등이 있고, 베이징 시내에 있는 이런 대학에 입학하려면 베이징 호구를 갖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왜냐하면 각 대학들은 입학 정원에서 각 성이나 시 단위로 입학 인원을 미리 정해놓기 때문이다. 인구 1천만명인 베이징과 인구 3천만명에서 1억명에 달하는 다른 성에 배정된 인원이 비슷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베이징 소재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베이징 대학 합격 커트라인이 다른 성 출신 학생들에 비해 심하게는 20% 가까이 낮은 경우도 있다. 한 자녀 사회인 중국에서 베이징 호구는 자식이 명문대로 가는 ‘황금 열쇠’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이라면 너도나도 베이징 호구를 가지려고 한다.
중국에서 자녀의 호구는 여성 즉, 어머니를 따라간다(왕메이 씨는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베이징 호구는 신부감을 고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최근 CCTV 8에서 방영 중인 32부작 드라마 <내가 누군지 묻지 마세요>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베이징 호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시부모에게 결혼 불가 통보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베이징 호구 가지면 신붓감 1순위

왕메이 씨는 전형적인 산둥 사람으로 산둥성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뒤 칭화 대학 MBA에 합격해 베이징으로 왔다. 왕씨가 칭화 대학에 입학하면서 왕씨의 호구도 산둥 호구에서 베이징 호구로 임시 변경되었다. 덕분에 왕씨는 칭화 대학이 제공하는 각종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왕씨가 졸업 후 베이징 호구를 제공하는 기업에 취업해 자신의 호구를 베이징에 계속 유지시킬 수 있다는 증빙을 제출하지 못하면, 왕씨의 호구는 졸업과 동시에 원적인 산둥으로 돌아가게 된다. 

왕메이 씨는 결국 창업의 꿈을 포기하고 취업 전쟁에 뛰어들기로 했다. 이 경우 설사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호구 문제가 걸리지 않는 친구들(베이징 출신)이 받는 평균 연봉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고 일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마치 한국의 병역특례 업체들이 산업특례 요원으로 입사하는 직원에게 낮은 급여나 열악한 환경을 제공했던 사례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베이징만보>에 따르면 내년도 대학 졸업자는 4백95만 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82만명이 증가했으며, 그중 베이징 지역 대학 졸업생은 석·박사를 포함해 20만명이며, 13만명이 다른 지역 출신 유학생들이다. 이에 반해, 내년 베이징 소재 기업들이 제공할 수 있는 베이징 호구는 5천 여 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26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베이징 호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호구 제도는 1950년대 중국 정부가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것이다. 호구를 옮기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중국의 호구제는 사회적·지역적 차별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호구제를 완화시킬 경우 인구 대이동에 따른 사회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분간 베이징 호구를 따려는 베이징 기업 취업 전쟁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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