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너는 내 운명>으로 관객 ‘설득’의 성취감을 맛보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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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39)는 전투적이다. 처음 영화계에 진입할 때도 그랬다. 광고 회사 7년차 카피라이터. 일은 재미있었다. 차장 직급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했으니 나름으로 인정도 받았다. 대우전자의 ‘탱크주의’가 그녀가 쓴 카피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가 지겨워졌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데, ‘잘한다’고 소문난 가전·음료수 광고만 계속 들어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부장, 국장까지 진급하면 뭐할 건데?’

이 직장 권태기에 들어온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사촌 언니 오정완씨(현 영화사 ‘봄’ 대표)가 ‘신씨네에서 독립하는데 함께 일하자’고 했다. 특히 이 말에 끌렸다. “지금은 열악하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영화는 재미있는 것이고, 너 하기에 달렸다.” 이 말에 이유진씨의 전투력이 급충전되었다. 물론 광고회사 신입사원 때 월급보다 적은 급여 액수에 놀랐지만. 주위 사람들도 ‘미쳤냐’고 말렸다.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은 주변 사람들의 불안을 잠식했다. 그렇게 늦깎이로 영화계에 들어왔다.

영화사 봄의 초기 시절. 직원은 오정완 대표와 이유진씨 둘뿐이었다. 첫 작품이 <정사>였다. 분업화된 광고 회사와 달리 신생 영화 제작사에서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일해야 했다. 이유진 대표는 “그때 오정완 대표를 쫓아다니면서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영화 프로듀서라는 직업은 ‘내가 설득당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영화사 봄에서 이사로 일하면서 관여한 <스캔들>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 등에서 ‘설득’의 성취감을 느꼈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이 흥행에 성공했을 때, 그녀는 독립을 고민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것. 달리 전투적인가. “충무로에서는 오정완 대표와 싸워서 떠났다고 소문났다던데(웃음). 원래 성격이 전투적인 상황에서 의욕이 나는 편이다. 안정된 궤도에 오르니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이대표의 말이다.

영화사 집은 올해 영화를 두 편 정도 개봉할 예정이다. 1월 말에는 <너는 내 운명>을 만든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를 개봉한다. 이대표는 “구정 극장가, 수많은 코미디 영화와 싸워야 해서 걱정이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제작사들은 이 작품을 피해 개봉 일정을 잡으려고 한다. 설경구·김남주가 출연하는 기대작이다. 4월에 개봉할 작품도 화제작이다.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다. 당장 개봉할 영화 말고도 2~3개 작품을 더 준비 중이다. 박진표 감독과는 차기작을 하기로 했고, 노동석 감독과도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이유진 대표는 “1년에 영화 두 편을 개봉하는 것은, 운이 좋아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운을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이다. 이를 위해 이씨는 몇 년을 감독들과 신뢰를 쌓고, 영화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대표는 함께 일하는 감독, 작가들과 ‘길게 길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사 이름을 ‘집’이라고 지은 것도 ‘PD 하우스’를 하고 싶어서였다. 영화를 기획·제작하고, 작가·감독 등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일종의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를 하고 싶었다. 현재는 영화 제작에 집중하지만,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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