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멀티 플레이어’ 드디어 영화감독 데뷔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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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영화감독

 
김상만씨(37)는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인디 밴드 ‘허벅지 밴드’의 베이시스트였고, 인디 레이블 ‘비트볼’을 설립한 음반사 공동 대표였고, 아트록 전문지 <뮤지컬박스>를 발행한 편집인이었다. 그는 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 네 편에서 미술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직함은 <괴물> 등 영화 포스터 수십여 작품을 디자인한 김상만 실장이다. 그리고 2007년에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영화 감독이다. 신보경 프로듀서가 설립한 영화사 ‘보경사’의 창립 작품 <걸 스카우트>를 연출한다. 인터넷 만화 <와탕카>의 스토리 작가인 김석주씨가 쓴 시나리오 데뷔작을 영화로 만든다.

문화계를 전방위로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 이쯤 되면 전공이 궁금하다. 전공은 미술이다.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재학 시절, 그는 대중음악을 즐겨 듣는 학생이었다. 그가 속한 대중음악 동아리의 선배들이 재즈 평론가 황덕호씨, <핫뮤직> 편집장 조성진씨였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같은 과 동문인 드러머 김윤태씨(현 ‘허클베리핀’의 드러머)의 소개로 밴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대학원에 적을 두고, 낮에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인디 밴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 쪽 일은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관심만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일반 기업체를 상대로 디자인을 하던 1997년 무렵, 한 영화사로부터 영화 포스터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한 회사가 영화 포스터의 90% 이상을 소화할 만큼 포스터 디자인을 하는 인력이 많지 않을 때였다. 요구는 하나였다. ‘젊고 새로운 아트 포스터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그의 손에서 나온 첫 번째 작품이 영화 <접속>의 포스터였다. 그 이후 영화 포스터 30여 편을 디자인했다.

영화 쪽 일의 영역은 점점 확장되었다. 미술 감독을 하면서 현장 감각을 쌓아갔다. <사생결단>에서는 최호 감독의 요청으로 미술 감독, 음악 감독을 겸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영화 연출 제의가 들어왔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영화 전체의 비주얼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는 제작사의 기대감이 작용했다. 김상만 감독은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하다 보면, 시나리오를 읽고, 아이디어를 뽑고, 마켓 전략을 함께 세운다. 제작자가 나를 ‘시나리오에 대한 독해력이 좋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감독 데뷔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감독 제안을 받고, 2년 동안 자신의 시나리오로 ‘입봉’ 준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영화가 ‘엎어졌다’. 김상만 감독은 “그때 내가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웠던 경험이었다.

<걸 스카우트>는 상반기에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 포스터 일도 이미 약속한 한두 작품을 마치고 나서는 당분간 ‘스톱’한다. 김상만 감독은 “5~10년에도 영화를 연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당분간 이 ‘멀티 플레이어’는 일로매진하기로 결정했다. ‘신인 영화 감독’ 김상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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