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엄마' 양심으로 풀뿌리 보육 운동 '경작'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12.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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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순 열린우리당 서대문구 의원

“내년 예산안 심의를 하는데 구청 공무원들이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일괄적으로 한 달에 60시간으로 올렸습니다. 하루에 3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한다는 얘기인데, 실제로는 오후 6시 땡이면 다들 퇴근해서 오히려 구의원들이 사무실에 더 남아 있기가 눈치 보일 정도거든요. 그 예산에서 조금씩만 떼서 하루에 10시간 반씩 일하고도 시간외 수당 한 푼 못 받는 보육교사들에게 주자고 그렇게 호소를 했는데, 정말 안 되더군요.”

지난 12월20일 서대문구 의회 폐회식을 마치고 만난 서정순 의원(39·열린우리당)은 못내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동네에서 자발적인 보육 운동을 하다 제도권의 힘이 필요하겠다 싶어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배지까지 달았지만, 여전히 혼자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서이다. 서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좋은 게 좋다’며 통과시킨 이 예산안이 부당하다며 의회 납회일인 이날까지도 신상발언을 했다. 업무상 늘 부딪쳐야 하는 구청 공무원들의 비위를 틀어지게 했으니 앞으로 그녀가 얼마나 괴로울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하지만 그녀는 “나까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원칙주의자’의 면모가 엿보였다. 하기야 그녀를 평범한 엄마에서 ‘실천하는 보육 운동가’로 이끈 원동력도 사소한 불의에 참지 못하는 그녀의 ‘까칠한’ 성격이었으니까.

2002년 12월 아들이 다니던 구립 어린이집 학부모 설명회에 갔다가 급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녀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제철 음식을 먹였으면 좋겠다” “인스턴트보다 감자나 고구마 같은 간식을 먹이는 게 어떻겠느냐”는 건의를 했을 뿐인데, 곧바로 시설장(원장)에게 호출을 당해 심한 모멸을 당한 것이다. “불만이 있으면 나가라. 당신 아니어도 대기자가 넘친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안 그래도 “지원비가 나오는데 왜 간식이며 물휴지 등을 매일 싸오라고 할까” “잡부금을 못 걷게 하는데 왜 걷을까” 따위 문제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바쁜 일상 때문에 대충 넘겼던 그녀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감시와 간섭에 돌입했다.

하지만 1라운드는 서씨의 완패. 시설장의 남편이 구청 공무원이라 민원도 별 효력이 없었고, 대다수 학부모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꺼려 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의원은 아들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야 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시설장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 원장이 교체된 후 그녀의 아들은 다시 이 어린이집으로 돌아왔고, 이때부터 서씨는 어린이집 부모 모임 결성, 서대문구 구립 어린이집 운영위원연합회 결성 등을 주도하며 본격적인 풀뿌리 보육 운동에 눈을 뜨게 된다. 그녀가 2005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지방선거에 나가게 된 것도 보육 문제에 관심을 가진 기초의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서대문구에 지금까지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풀뿌리 정치’ ‘생활 정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절감한 서의원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초록정치연대 같은 많은 여성단체·시민단체와 연대해 자기 개발 및 풀뿌리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재선도 하고 싶고, 시의원·국회의원도 욕심나죠. 하지만 구의원에 당선하고 나서 일찌감치 맘 정리했습니다. 소신이냐 주민 입맛에 맞추느냐하는 갈등이 생기면 원칙에 따라 의정 활동에 전념하자는 쪽으로요. 그래서 선거 떨어지면 보육 운동이든 교육 운동이든 풀뿌리 지역 운동을 하면 되고, 감사히도 제 소신이 통하면 더 큰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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