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고민 깊은 민주당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2.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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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한화갑’ 두고 장상이냐 비대위냐 갈등…정계 개편 방향도 양론

 
새해 벽두, 정치권의 관심은 통합신당의 출현이다. 통합신당의 물줄기는 크게 네 갈래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시민·사회 단체 세력이 융합해야 파괴력이 있다. 가장 큰 물줄기는 덩지가 큰 열린우리당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열한 석밖에 없는 소수 정당이지만, 민주당이 빠진 통합신당은 ‘팥소 없는 찐빵’ 꼴이다. 흥행 실패다. ‘김대중’ ‘호남’ 등 민주당이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민주당의 진로는 통합신당의 또 다른 변수인 셈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내부 사정은 열린우리당만큼 복잡하다. 열린우리당이 친 노무현 대 반 노무현, 당 사수파 대 통합신당파로 나뉘었듯, 민주당도 친 한화갑 대 반 한화갑, 자강론 대 통합론으로 나뉘어 있다. 친 한화갑 쪽은 분당원죄론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자강론에 무게를 둔다. 반면 반 한화갑 쪽은 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의원 직을 상실한 한화갑 대표가 백의종군하면서, 민주당은 본격적인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지난 12월26일 민주당은 대표단·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진로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한화갑 대표가 임명한 장상 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지를 두고 의견이 나뉜 것이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장상 체제냐, 비대위 체제냐는 2월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도 연결되어 있다. 당의 진로와도 관계가 깊다. 비대위 체제를 주장하는 쪽은 동시에 2월 전당대회를 늦추자고 주장한다.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과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은 장상 체제 유지는 곧 한화갑 전 대표의 수렴청정 체제라고 본다. 한 당직자는 “지난 6월 한화갑 대표가 장상 대표를 공동대표로 임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대표가 정치 9단은 된다”라고 말했다.

원내 의원들 생각도 ‘11인 11색’

장상 체제를 주장하는 쪽은 한화갑 전 대표 진영이다. 2월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통합에 앞서 힘을 먼저 키우는 지도부를 뽑자는 것이다. 원내 의원들의 생각은 복잡하다. ‘11인, 11색’이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지금은 정계 개편을 앞둔 전시(戰時)다. 전시에는 여러 사람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손의원은 “전당대회 역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민들은 좀더 큰 그림을 원하는데, 민주당 안에 갇혀 당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도 “집단 지도 체제 형식의 비대위가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이런 주장을 펴는 의원들을 ‘고건파’로 분류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고건파로 분류되는 신중식 의원은 정반대 주장을 폈다. 신의원은 “당헌 당규상 장상 체제가 맞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의원은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당헌·당규상 전당대회 45일 전부터 대의원 결정부터 시·도당 개편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당대회를 미루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절충안을 내는 의원도 있다. 고건 전 총리와 가까운 최인기 의원은 “장상 대표가 중심이 되는 비대위를 꾸리면 된다”라고 말했다. 최의원은 “장대표가 이끄는 비대위 체제가 중심을 잡아 정계 개편의 흐름을 만들어가면, 굳이 2월 전당대회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라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2월 전당대회가 분수령 될 듯

이처럼 민주당 진로와 관련해 장상 대표의 의중은 중요하다. 장대표는 연말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내 이름이 베풀 ‘장(張)’, 치마 ‘상(裳)’자를 쓴다. 당 안팎을 치마폭으로 감싸 안겠다”라며 대표직 수행 의지를 밝혔다. 장대표의 의지가 확고하자 비대위 체제를 주장했던 의원들은 한 발짝 물러섰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한쪽이 완강하게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비대위 체제를 꾸릴 수 없다. 비대위 문제로 싸울 이유는 없다. 장대표가 운용의 묘를 살리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2월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이의원은 “하겠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상열 의원은 “비대위 체제 요구가 물밑으로 가라앉았고 2월 전당대회도 당헌·당규상 치러지는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당 진로를 두고 2월 전당대회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겉으로 열린우리당을 향해 당을 해체하고 복당하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그같은 주장은 선언적 의미다. 현실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민주당 안에서 공감을 얻은 정계 개편 방향은 제3 지대에서 헤쳐 모이는 신당 창당 방식이다. 이른바 빅 텐트 방식이다. 그러나 텐트를 누가 치고, 누가 들어오게 하느냐를 두고 당내 의견이 갈린다. 통합파는 기득권을 버리고 다 같이 텐트를 치자는 쪽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감내 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반면 한 전 대표 진영은 당의 공중 분해를 막기 위해 민주당이 정계 개편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화갑 전 대표 진영은 주요 당직을 장악해 한 전 대표의 입김은 여전히 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2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잔치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당 진로를 두고 큰 내홍을 겪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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