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3세, 홍보맨 '대약진'
  • 임재천(월간 경제팀장) ()
  • 승인 2007.01.2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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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인사 뒷얘기/성과주의, 분위기 쇄신 등에 무게 중심

임재천 (월간 <CEO> 경제팀장)

샐러리맨들의 최대 관심사는 승진이다. ‘기업의 꽃’이라 불리는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인사는 관심을 넘어 분석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다. 그 뒷얘기도 무성하다.
한 그룹의 경우 ‘그룹 얼굴’이면서 한국을 대표했던 스타 CEO 가운데 한 명이었던 K대표이사가 이번 인사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실적 부진이 원인이라기보다는 여자 문제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올해 재계 인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성과주의 원칙’과 ‘2~3세의 전면 배치’다. 홍보맨들의 대거 승진과 파격적 인사도 눈길을 끈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폭이 컸다. 이건희 회장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투 톱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상당수 경영자에 대해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했다. 이회장은 그룹의 양대 핵심인 이학수-윤종용 부회장을 이번에도 유임시켰다. 대체할 인물이 아직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포스트 윤종용 시대’와 관련해 발표 이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황창규 반도체 부문 총괄사장과 함께 ‘포스트 윤종용’의 양대 축으로 꼽히던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기술총괄 부회장(CTO)으로 승진하면서 이윤우 부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인 정보통신총괄 사장 자리를 떠나 사업부가 없는 CTO 자리를 맡게 되었다는 점에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우세하다.
LG그룹도 남용 (주)LG 전략사업담당 사장을 LG전자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부회장)로 선임했다. 3년 동안 CEO 역할을 해온 김쌍수 부회장은 (주)LG의 전략담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승진 인사(30명)는 지난해(35명)보다 다소 줄어든 규모다.
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에 안승권 MC연구소장(부사장),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에 강신익 한국마케팅부문장(부사장)도 발탁되었다. 총괄 CEO와 사업본부장 5명 중 3명이 바뀐 셈이다.
LG그룹 인사 특징은 실적 부진에 따른 분위기 쇄신과 세대 교체 측면이 강했다. 최근 2년간 휴대전화와 LCD 사업의 매출 감소 및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인화를 중시해온 구본무 그룹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성과주의 인사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LG그룹은 지난해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LG화학 노기호 사장을 바꾸는 등 지난 2년간 그룹 계열사 CEO 8명을 퇴진시키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 사상 최대 규모 승진 인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상 최대 임원 승진 인사를 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이 그룹 화학부문 회장으로,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이 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신훈 금호건설 부회장이 그룹 건설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길병위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이 금호폴리켐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이연구 금호건설 부사장이 금호건설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옥 금호폴리켐 사장이 금호석유화학 사장으로, 김완재 금호석유화학 생산총괄 사장이 금호미쓰이화학 사장으로 전보되었다.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4남이자 박삼구 그룹 회장 동생인 박찬구 부회장이 화학부문 회장으로 승진한 점도 눈에 띈다.
한편 대우건설 사장에는 박창규 대우건설 토목·공공 부문 부사장이 승진했다. 대우건설은 54명의 사상 최대 임원 인사를 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 등 오너 경영인 2~3세들의 승진 인사도 줄을 이었다. 이상무의 전무 승진은 2003년 상무 승진 후 2005년부터 승진설이 있었지만 본인의 고사로 승진이 유보되었다. 그러나 이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등은 인사에서 제외되었다

 

신세계는 이명희 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는 신세계가 정부회장으로의 후계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도 지난해 12월 말 인사에서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팀장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부장으로 올라간 지 11개월 만이다. 조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장도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맏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도 임원이 된 지 9개월 만에 전무로 한 계단 올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외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장이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승진했다. SK그룹에서는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막내아들인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뛰어올랐다.
올해도 홍보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6년간 삼성그룹 홍보 사령탑을 담당했던 이순동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이학수 부회장의 보좌역으로 옮겼다. 홍보 라인(대언론 담당) 사령탑은 새로 삼성전략기획실로 이동하는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부사장)이 맡는다.
삼성전자 홍보 라인에도 큰 변화가 있다. 국내 홍보를 총괄해온 김광태 전무가 1년간 안식년 휴가를 떠난다. 이로 인해 MBC 앵커 출신인 이인용 전무(홍보팀장) 체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전무를 대신해 안홍진 상무의 역할 확대가 기대된다. 재계는 삼성 홍보맨들의 교체로 대언론 관계가 한층 적극적이고 친화적으로 바뀌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 홍보팀 역시 온화하고 합리적인 이인용 전무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재용 전무의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배이기도 한 이인용 전무는 해외 홍보에 이어 국내 언론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에 홍보실을 만들어 10년째 이끌고 있는 권오갑 부사장 역시 지난 연말 승진했다.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을 보좌하면서 대북 사업 등 현안을 매끄럽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치용 현대그룹 부사장도 전무에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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