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올림픽' 열린다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2.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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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장실협회 창립 총회 11월 개최...70여 개국 2천여 명 참가 예정

 
화장실과 관련된 이색 국제 모임이 올 가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행정자치부, 사단법인 한국화장실협회가 주최하는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총회가 그것이다. 화장실 분야의 세계 모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월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 총회는 ‘화장실 올림픽’이라고 할 만큼 행사 규모가 크고 내용도 다양하다.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일본 중국 등 70여 개국에서 각국 화장실협회 관계자, 관련 업계·학계 사람을 포함해 2천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몽골을 통해 북한도 참가하도록 요청해놓았다. 창립총회 준비는 지난해 7월 발족된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회 사무처가 맡고 있다.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40번지 한국관광공사 7층에 자리 잡은 조직위는 대외 협력·홍보, 국제 등 분야별 담당 부서와 직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어떻게 해서 이같은 이색 행사가 열리게 되는 것일까? 이 행사는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회장 심재덕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가 창립되면서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화장실 분야의 전국 조직으로 유일한 이 협회는 수원에서 닻을 올렸다. 그때 민선 수원시장으로 있었던 심재덕 회장이 총대를 메고 산파역을 맡은 것이다.
김우태 조직위 대외협력국장은 “한·일월드컵 대회를 3년 앞두고서였다. 월드컵 대회 준비를 책임졌던 시장 입장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이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였고, 이를 계기로 협회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외국 손님을 맞는 수원시가 화장실로 인해 국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시장 이하 전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협회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는 시민들의 협조와 관련 업계·단체의 참여, 외국 언론사들의 관심이 뒷받침되었다. 월드컵을 전후해서 뉴욕 타임스, 중국 CCTV 등 세계 각국의 주요 매체들이 ‘한국 화장실 혁명’을 집중 보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냄새나는 뒷간’ ‘지저분한 곳’의 대명사로 통했던 우리나라 화장실의 이미지를 확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02년 세계 화장실 대표자 회의, 한·일 화장실포럼, 국제 화장실 엑스포가 차례로 열려 화장실 문제가 국제 무대에 올려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004년에는 세계에서 처음 공중화장실법이 만들어졌고 이듬해 행정자치부와 한국화장실협회가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를 발의해 올해 행사 개최가 가능해졌다. 
물론 그 과정에는 국제 행사에 따른 국무조정실 가결 절차가 있었고 싱가포르·대만·중국·영국·러시아에서 열린 화장실 관련 행사에 협회 사람들의 참여도 한몫 했다. ‘화장실협회 종주국’으로서 화장실 개선을 통한 생활 혁명을 이루려는 우리 쪽 제의에 각국이 호응해 창립총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조직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창립총회 준비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터키화장실협회 창립식 참가, 러시아 세계화장실 대표자 회의 참가, 한·중 화장실 문화 교류 양해각서 체결 등 국제 유대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 주한 외신기자단 수원 화장실 투어, 홍보대사(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이사장) 위촉, 베이징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한국 화장실 벤치마킹에도 업무 비중을 두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국내 아름다운 공중 화장실 시상도 보탬이 되었다. 시상식에는 손학규·김문수 전·현직 경기도지사도 참석했다. 


문화 공간으로서의 화장실 만들기 주력


출범하게 될 세계화장실협회는 △각국 화장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실태 조사 △화장실 관련 정보·기술 교류와 세계 표준 제정 △후진국의 화장실 개선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 △사스 등 세계적 재난 발생 때, 화장실 시설 미비에 따른 전염병 확산 방지 대책 마련 △국제 사회와 긴밀한 협력 체계 유지 의결·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총회 메시지는 전염병 예방, 물 부족 극복, 문화 공간으로서의 화장실 등이다.
총회는 행사 첫날 기초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개막된다. 이튿날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개회식, 2007 세계화장실·욕실 엑스포 개막, 1·2차 본회의가 열리고 셋째 날에는 워크숍 등이 이어진다. 그리고 11월24~25일에는 우리나라 화장실 시찰과 민속전통문화 공연 관람, 문화 유적 관광에도 나선다.
조직위는 이를 위해 회의·시설, 재무, 홍보, 사교·영접, 전시·관광, 숙박·수송, 등록, 안전·의료 등 8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분과위원회에는 전국 주요 대학 교수, 기업체 대표, 각종 기관·단체 책임자들이 두루 배치되어 업무 조율과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목표했던 참가 국가 수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예산과 일손 부족 등 예상되는 문제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모두 다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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