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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텔레비전 흔드는 '위풍당당 코리아'

쇼, 드라마 등에서 인기 캐릭터로 각광 받으며 맹활약

JES 제공 ㅣ 승인 2007.02.12(Mon) 15: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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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권율씨(가운데)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서바이버>에서 우승하면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미국 텔레비전 속의 한국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미국 오락 프로그램의 대세는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리얼리티 쇼. 그 중에서도 원조 인기 프로그램으로 장수하고 있는 <서바이버>는 지난해 방송을 마친 시즌 13에서 한국인 우승자 권율(31)을 배출한 데 이어 2월 초 방송을 시작하는 시즌 14에도 두 명의 한국계 출연자를 포함시켰다.
<서바이버> 시즌 14에 출연하는 한국계는 입양아 출신의 여성 광고 프로듀서 스테이시 킴블(27)과 인터넷 대금회사의 프로그램 매니저 무키 리(25) 두 사람.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킴블은 미국 버몬트 주에서 자라나 마이애미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무키 리 역시 세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 일리노이 주 노스브룩으로 이민해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수학했다. 두 사람 모두 독신이다.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한국계 출연자를 보는 것은 이제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방송되는 <도전! 슈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의 여섯 번째 시즌(지난해 3월 미국 방송)에서 32명의 본선 진출자 중 유일하게 아시아계였던 지나 조는 “아시아계 남성은 싫다”라는 따위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아무튼 최종 12명까지 진출하는 등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지난해 3월 미국에서 방송된 <서바이벌 오브 더 리치스트>에서는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딸 문연진이 캣 문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했다. 재산 합계 3백억 달러의 재벌가 자제 7명과 역시 부채 합계 15만 달러의 저소득층 자제 일곱 명이 각각 1 대 1로 팀을 이루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에서 캣 문은 방송 첫회에 탈락했다.
특히 권율은 <서바이버> 방송 중 보여준 밝고 솔직한 태도와 같은 한국계 여자 출연자를 돌봐주는 남자다운 모습이 호평을 받으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교민들은 “전반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한 것 같아 뿌듯했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O.C> 같은 미국의 인기 드라마에서 한국계 캐릭터를 보는 것이나,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이 한국 식당에서 나오는 장면 등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지난해 미국의 인기 패러디 코미디 프로그램인 <매드 TV>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늘 등장하는 장면들’을 비꼰 코미디가 방송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계 코미디언 바비 리가 주연을 맡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늘 등장하는 빗속의 데이트, 슬로모션으로 잡은 연인들의 모습, 검은 양복을 입은 암흑가의 사나이 등을 등장시켜 웃음을 자아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코미디가 통할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문화의 한 양식으로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바비 리는 그동안 <매드TV>에서 그동안 황인종 남성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을 비꼰 ‘그는 평균적인 아시아인이야’라는 시리즈를 통해 인기를 누렸다. 이 코너에서 소개한 아시아인 남성의 특징은 △ 모르는 것이 없다. 특히 지리 상식은 대단하다 △ 닌자의 동생쯤 될 정도로 무술에 능하다 △ 음악, 특히 클래식에 소질이 있다 △ 공부는 잘하지만 차 수리나 의자를 고치는 등 실질적인 능력은 없다 등이다. 그런 바비 리가 ‘일반적인 아시아인’을 벗어나 한국과 한국 문화를 독자적인 소재로 삼기 시작한 것은 그만치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높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전쟁 고아 같은 비루한 이미지는 옛말

   
  인기 드라마 <로스트>에서 주인공 역으로 출연하는 김윤진씨.  
 
인기 오락 프로그램에 앞서 드라마 속에서도 한국인 캐릭터들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타였던 김윤진은 드라마 <로스트>에서 재미 교포 대니얼 대 김과 함께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고, 17세 차이 모녀를 주인공으로 8년째 장수하고 있는 드라마 <길모어 걸스>에서는 딸 로리(알렉시스 블레들)의 친구로 한국인 레인 모녀가 출연 중이다.
할리우드에서 40여 년간 활동해온 한국 배우 오순택씨도 극중에서 한국인 캐릭터를 맡은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오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인은 범죄자 역할 외에는 할 게 없었고, 그나마도 한국인은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동양인 배우들은 기껏해야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 텔레비전 속에서 한국이 6·25의 이미지를 벗은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야전병원을 무대로 했던 드라마 <M.A.S.H>였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인들은 아무 생각 없는 농부이거나 미군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물자를 얻으려는 약삭빠른 인물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007 시리즈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가 한국을 왜곡된 모습으로 비하했다는 여론이 들끓었을 때에도 “아직도 <M.A.S.H>의 수준으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비하면 최근의 한국인 캐릭터들은 숫자도 늘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교포 배우 찰스 김이 연기하는 <O.C>의 승호나 <길모어 걸스>의 레인 모두 우등생이고 <로스트>의 김윤진 또한 부호의 딸이다. 한국인이라고 못박지는 않았지만 <그레이 아나토미>의 샌드라 오도 의사다.
결국 이런 현상은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들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박찬호가 한국 남자를 ‘연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게 했다면 지난해 뉴욕 공연을 펼친 비나 어머니와의 지극한 사랑으로 화제가 됐던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 등도 ‘한국 알리기’에 큰 역할을 했고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에 반영된 것이다.
물론 국내 시청자들이 아직 좀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 최근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인기 드라마 <로스트>에서 김윤진과 대니얼 대 김 부부가 방문하는 ‘한국의 절’이 기와와 지붕의 모양으로 보아 일본 절이라는 지적이 화제가 되었고, <O.C>에서는 언뜻 비를 연상시키는 ‘한국인 록스타’ 역으로 저스틴 천이 나와 거들먹거리는 연기를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인 캐릭터가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어느 인종도 늘 천사 역으로만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극중 한국인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악역의 비중이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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