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책)section2 교환되지 않는 당신의 몸 녹슬어가고 있습니까
  • 윤방부 교수, 이상현 교수 ()
  • 승인 2007.02.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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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사전적 정의가 있겠지만, 노화의 정의를 내리기에 앞서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에서 어떤 변화가 오는지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머리카락도 젊었을 때보다 가늘어지면서 잘 빠지게 되고 흰머리로 변한다. 배도 조금 더 나오고,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도 오게 된다. 이렇게 우리 몸에 생기는 여러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근력 저하와 더불어 상대적인 체내 지방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배둘레햄’을 둘렀는가


그러므로 이런 노화에 의한 신체 변화에 근거해 첫 번째 노화를 정의한다면 ‘배둘레햄’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둘레햄? 나이가 들면 배 둘레가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아니, 나이 드신 분들 중에 마른 사람도 많은데 무슨 이야기냐, 라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맞다. 노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변화는 체중의 변화가 없더라도 상대적으로 체내 지방이 늘어나고, 근육량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만약 젊음을 유지하려면 나이에 따른 근육량 감소를 근육 증가로 바꾸어놓으면 된다.
운동에는 달리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같은 무산소 운동이 있다. 이전에는 유산소 운동을 주로 강조했다. 왜냐하면 유산소 운동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심폐 기능과 혈관 건강에 중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산소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운동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꼭 고려해야 할 것은 근력 운동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피로와 기력 저하는 근육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
매년 체성분을 측정했을 때 지방량보다 근육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면 당신의 몸은 젊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체성분을 알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허리둘레를 재고 매년 비교해보라. 남성 허리가 90cm 이상, 여성의 허리가 85cm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허리둘레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면 당신은 비만이라는 기준에 앞서 늙고 있다는 기준에 들어가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성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의 저하에서 나타나는 증세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노화 방지 요법으로 호르몬의 투여를 고려한다. 노화를 이해하기 위해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새 자동차도 10년이 넘게 되면 삐꺼덕거린다. 차체는 녹슬어 부식한 곳이 생기게 되고, 여기저기 찌그러진 곳도 생기고, 자동차 안을 보아도 엔진이 소음만 크게 나면서 힘이 달리게 되고, 각종 오일의 연결관에도 문제들이 발생한다.
우리 몸을 자동차와 비교한다면 차체를 구성하는 것은 근육과 뼈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차체가 부식하는 것처럼 근육과 뼈가 약해지게 된다. 근력이 없어지니 잘 넘어지고, 골다공증이 생긴 약한 뼈는 잘 부러진다. 그러면 우리 몸의 엔진은 어디일까? 여러 장기 중 심장을 엔진에 비유할 수 있겠다. 심장이 약해져 제대로 펌프질이 안 되면 몸의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숨도 차다. 각종 오일의 연결관들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있는 혈관이라 할 수 있다. 찌꺼기 때문에 연결 파이프들이 막히면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몸의 혈관이 막히면 뇌나 심장 같은 주요 장기가 작동을 멈추게 될 위험성에 빠지는 것이다.

잘 통하고 있는가


 
두 번째로 노화를 정의한다면 ‘잘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통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대화가 안 통하면 사람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고, 도로가 안 통하면 교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몸의 혈관이 안 통하면 그것은 몸에 문제를 조금씩 일으키기 시작하는 노화 과정이다. 젊다는 것은 혈관이 뻥 뚫려서 잘 통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젊어지려면 혈관이 잘 통하도록 하면 된다.
그러면 노화 정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혈관 노화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간접적인 방법은 혈압을 측정한다든지 혈액 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 혈관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당뇨·고지혈증이 생기면 일단 혈관 노화가 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피가 맑지 않고, 탁하면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피가 걸쭉하다고 생각해보자. 피가 흐르는 속도도 느려질뿐더러 찌꺼기까지 끼게 되면 혈관이 막히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당뇨는 피가 설탕 같은 당분 때문에 진득진득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은 고지혈증은 피에 기름기가 많아서 탁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성인병뿐만 아니라 혈관을 정말 괴롭히는 주범이 있다. 바로 담배이다. 의사가 글을 쓰니 또 담배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시는 분이 있겠지만, 흡연은 정말 건강에 가장 큰 적이다. 현대인의 사망 원인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질환이 바로 무서운 암과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그런데 흡연은 암과 혈관 두 가지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건강 위험 인자이다. 일반적으로 흡연 하면 폐암만 떠올리며, 옆집 할아버님께서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분인데도 폐암에 안 걸렸다고 위안을 삼으려는 분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혹시 담배를 많이 피우는 분 중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폐암에 안 걸리는 분은 있겠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 중에서 혈관이 깨끗한 이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흡연을 하면 니코틴 등 각종 찌꺼기가 혈관 내에 쌓이게 되고, 더군다나 흡연을 하면 혈관 수축 효과까지 나타나게 되어, 혈관이 막힐 위험성이 매우 커진다.
그러므로 혈당·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은 혈관 노화 정도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 밖에 최근에는 혈중 호모시스테인을 측정한다든지 혈액의 염증 지표를 측정하여 혈관 노화 위험도를 예측할 수도 있다.

쉽게 알 수 있는 혈관 노화 지표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현재의 혈관 상태보다는 혈관 손상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혈관이 현재 막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직접 혈관을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물론 동맥경화 검사라든지 뇌 혈관이나 심장 혈관을 직접 촬영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비용도 들고, 다소 어렵고 위험도 동반되는 검사이다.
자신의 혈관이 막혔는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남성의 경우 발기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발기란 남성호르몬 저하와도 관련  있지만, 혈관이 잘 통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혈관 지표이다. 즉 발기란 것이 원활한 혈액 공급에 의한 혈관 팽창 현상이기 때문이다. 뇌 혈관이 막히면 중풍이 발생하고, 심장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증이 생긴다. 그렇지만 이런 병들은 혈관이 완전히 막힐 때까지 전혀 우리 스스로가 눈치를 못 채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남성의 성기에 있는 혈관은 조금만 막혀도 기능에서 차이가 나므로 혈관 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다.
중풍 예방, 심장병 예방과 더불어 발기부전 예방을 원한다면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의 적극적 치료와 함께 혈관 노화의 가장 흉악범인 담배를 멀리하라. 그리고 운동을 하면 당신의 혈관은 다시 잘 통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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