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도 맥 못추는 ‘가짜의 역습’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2.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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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들어 가짜 돈이 활개를 치는 까닭이다. 올 들어서만 지방 두 곳에서 위조지폐(위폐)가 나타났다. 지난 2월10일 포항, 13일 춘천에서 위조된 1만원권이 발견된 것이다. 포항의 위폐는 노점상과 택시 운전기사를 통해 신고되었고 춘천의 가짜 돈은 슈퍼마켓 주인이 물건 값으로 받은 돈 가운데서 드러났다. 한은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범인 잡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위폐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난처해하는 곳은 발권 기관인 한은이다. 지난 1월 새 돈을 내놓으면서 ‘위폐 방지 기능을 대폭 보강했다’고 큰소리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벌어진 일이어서 할 말을 잃고 있다. 한은은 1만원짜리 신권을 내면서 위조를 못하게 여러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와 태극 문양, 액면 숫자, 4괘 등으로 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 홀로그램을 붙였다. 또 색 변환 잉크를 써서 지폐 오른쪽 액면 숫자 색상이 보는 각도에 따라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바뀌도록 했다. 여기에 요판잠상을 넣어 지폐 아래가 보통 때는 전통 문양처럼 보이지만 비스듬히 기울여서 보면 감추어진 영문자 ‘WON’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미세 문자와 숨은 은선, 돌출 은화 등 21가지의 위조 방지 장치를 새로 적용했다. 가짜 돈이 나돌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손을 썼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은이 아무리 손을 써도 위폐범들은 계속 날뛰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2005년 1만2천8백89장 발견되었던 위폐가 2006년에는 2만1천9백39장으로 70.2% 불어났다. 특히 1만원권 위폐는 5천4백4장에서 1만3천6백24장으로 2.5배 늘었다. 1만원권 위폐의 절반가량인 6천2백21장이 성인오락실에서 발견되었다.
5천원권도 골치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7천3백87장이 발견되어 분량 면에서는 1만원권보다 적지만 같은 번호(XX77246XXX)의 위폐가 엄청나게 많이 나돌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이 숫자가 들어간 5천원권 위폐는 2004년 첫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1만4천4백4장이 유통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1천원권 위폐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구리 지역의 셀프 세차장, 동전 교환기 등에서 9백28장이 발견되어 전년(1백48장)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위폐가 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전자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지털 컬러 복사기 보급이 확산되고 종이 질이 좋아지면서 손쉽게 가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위폐는 돈 제조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인류 역사상 금속 화폐가 등장한 시기는 기원전 6백50년쯤이며 기록상 최초의 화폐 위조범은 기원전 5백40년 무렵에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 것이다.
인간이 불로소득과 일확천금의 꿈을 버리지 않는 한 위폐는 계속 나타나고 이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나 첨단 조폐 기술의 개발 역시 쉼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폐 방지를 위한 한은의 특단 조처가 기대된다.
 왕성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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