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미지근한 물에 갇힌 개구리 꼴"
  • 김운(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3.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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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만든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지상 중계/ 북극은 온난화 최대 피해지

 
제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환경 보호 운동 내용을 재구성한<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 장편 다큐멘터리와 주제가 부문 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 환경운동가의 길을 선택한 앨 고어의 강연 형식으로 엮어진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우리 모두가 일상 생활에서부터 지구 되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영화에 소개된 지구온난화의 실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영국 중등교육 과정의 환경 교육 교재로 채택된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을 옮겨본다.

1968년 ‘아폴로 8호’ 우주선이 찍어 보낸 최초의 지구 사진은 얇은 대기권이 오염 물질로 채워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지구인 가운데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지구가 크기 때문에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그랬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구 환경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대기권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선은 빛이라는 파장 형태로 지구에 날아온다. 그리고 지구를 데운 후 일부는 지구에 흡수되고, 일부는 적외선 형태로 다시 우주로 반사되어 나간다. 그런데 반사되어 나가는 적외선 중 일부가 대기권에 갇혀서 남게 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현상이다. 지구를 일정 온도로 유지시켜서 생명이 살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 얇은 대기권이 공해로 인해 점점 더 두꺼워지고, 더 많은 양의 적외선이 대기권 안에 남으면서 지구 표면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구온난화이다.
30년 전 눈에 덮였던 킬리만자로 산의 모습과 최근 찍은 모습을 비교해보자. 정상 부근에만 약간의 눈이 남아 있는데 앞으로 10년 후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
세계 인구의 40%는 산 위의 빙하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50년 후면 그마저도 부족해질 것이다. 알프스 주변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남아메리카의 페루,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최남단의 파타고니아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볼 수 있었던 산 위의 거대한 얼음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로니 톰슨은 얼음 속을 코어 드릴로 뚫어서 연구하는 학자이다. 눈이 내려서 얼면 그 사이에 대기권의 작은 공기 입자가 갇히게 되는데 그는 그 공기 입자를 통해 눈이 내린 해에 대기권의 이산화탄소량과 온도가 얼마였는지를 정확하게 계산해낸다. 그들은 나무 나이테를 읽듯이 산 위에 있는 얼음의 나이를 따져 거슬러 올라간다. 그 결과 온난화가 과거에도 주기적으로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그 온난화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홍수·가뭄도 갈수록 심해져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는 2005년을 비롯해 가장 더웠던 기록의 10개는 모두 최근 14년 안에 포함되어 있다. 과학자들이 앞으로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열파(熱波)로 인해 3년 전 유럽에서는 3만5천명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는 50℃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미국 서부에서는 고온 기록과 37.8℃를 웃도는 날이 계속된 날의 수를 경신한 도시들이 2백여 군데에 달했다.
온도 상승은 바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3년간 목격된 강한 허리케인과 토네이도는 모두 바다 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다. 일본도 태풍 기록을 갈아치웠다. 바닷물의 증발로 인해 바다 상공에 더 많은 수분이 생기고 이로 인해 폭풍이 발생하면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게 된다. 지난해 7월 인도 뭄바이에서는 24시간 동안 9백40mm의 비가 내리면서 인도 역사상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홍수가 났다. 온난화는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도 같이 일으킨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로 꼽히던 아프리카의 채드 호수는 최근 몇십 년 사이에 거의 말라버렸다. 과거 소련에서 목화 농업의 관수로 이용되던, 세계 네 번째로 큰 내해는 지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은 북극과 그린란드이다. 북극에서 가장 큰 만년설로 일컬어지는 워드 헌트 만년설은 4년 전에 반으로 쪼개져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북알래스카에서는 석유 생산을 위해 트럭을 이용하는데 트럭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꽁꽁 얼어붙은 날의 수가 35년 전에는 연간 2백25일이던 것이 지금은 75일도 채 되지 않는다. 봄이 빨리 오고 가을은 늦게 오면서 겨울이 짧아지고 온도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은 1970년대부터 그 넓이와 수, 두께가 가파르게 줄기 시작해 40년간 40%가 감소했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태양열은 얼음에 닿으면 90%는 다시 우주로 반사된다. 하지만 바다에 정면으로 닿게 되면 90% 정도가 흡수되면서 바다가 따뜻해져 얼음이 녹는 속도를 높여준다. 지금은 북극 얼음이 거대한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90%의 태양열을 반사시켜 지구를 더 차갑게 만든다. 하지만 북극 얼음이 녹고 넓은 바다가 태양열을 받게 되면 90% 이상이 흡수된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북극 지역에서 열이 더 빠른 속도로 축적되는 것이다. 이는 북극곰과 같은 생명체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다. 북극곰이 얼음을 찾아 헤엄을 치다 지쳐서 빠져 죽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데 이 또한 전에 없던 일이다.
 
우리는 현재 지구와 인류 문명 간의 충돌을 보고 있다. 충돌하는 요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인구 문제인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 인구는 20억명이었다. 지금은 65억명에 달한다. 머지않아 한 세대 안에 90억명으로 불어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면 지구를 더 많이 혹사시키게 된다. 음식, 물, 천연자원 등 모든 것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둘째는 과학 기술의 발달이다. 기술과 과학의 혁명은 우리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지만, 이러한 새로운 힘에는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새 기술이 우리에게 재앙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개구리를 끓는 물에 넣으면 놀라서 튀어나올 것이다. 하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고 천천히 온도를 올리면 그 자리에서 요동도 않다가 결국에는 죽게 된다. 우리가 미지근한 물 속의 개구리처럼 환경의 위험에 무반응하지 않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인류의 유일한 보금자리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이산화탄소를 0으로 줄이는 것밖에 없다(지구를 살리는 다양한 정보는 www. climatecrisis.net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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