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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짜릿한 하드보일드 액션

JES ㅣ 승인 2007.03.26(Mon) 13: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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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일 감독은 영화 <수> 시사회장에서 서투른 한국어로 인삿말을 건넸다. “안늉하세요. 나는 요줌 충무로룰 돌아다니는 이상한 아저씨, 최양이루가 아니라 김준평이야.” 별 반응이 없었다. “농담인데.” 그제야 웃음이 터졌다.
‘김준평’은 그의 대표작 <피와 뼈>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최감독은 영화 담당 기자들과 평론가들이 모인 시사회장인 만큼 이 농담이 통할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이처럼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 최양일 감독의 이름은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일본 영화계에서 그의 위치는 확고하다. 일본 국적이 아닌데도 일본 감독협회 회장을 2년째 연임하고 있다. 2005년 일본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피와 뼈>를 비롯해 <개 달리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등으로 53개 주요 영화상을 수상했다.
<수>는 최양일 감독의 국내 데뷔작. ‘수’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치는 킬러 장태수(지진희)는 20년간 헤어져 지내던 쌍둥이 동생 태진을 마침내 찾아내지만 한마디 말도 나누기 전에 동생이 죽음을 당한다. 태진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안 태수는 그의 복수를 위해 태진으로 변신하지만 태진의 연인이던 동료 형사 미나(강성연)는 그의 정체를 단박에 꿰뚫어본다.
관객들은 대부분 한국 영화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잔혹한 영상에 혀를 내두른다. 주인공 태수가 양원(문성근)이 이끄는 폭력 조직과 격돌하면서 빚어내는 액션은 영화 전체를 피 칠갑으로 만들어놓는다. 특히 일본도를 휘두르는 양원과 손도끼를 든 태수의 마지막 격돌은  영화 속 폭력에 익숙한 사람도 얼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최양일 감독은 묘하게 한국 남성 팬들이 좋아하던 <영웅본색 2>와 <레옹> 같은 액션풍 줄거리를 비틀어놓는다. 태수와 태진 형제는 <영웅본색 2>에서 나오던 1인2역의 주윤발을 연상시키며, <영웅본색 2>에서 주인공들의 무훈시를 그리던 만화가 노인 대신 <수>에서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장님 악사가 나온다. 밀실에 갇힌 양원의 패거리를 압박하는 태수의 활약은 <레옹>의 도입부와 매우 흡사하다.


진흙탕 속 개처럼 피 속에서 버르적거리는 주인공들


   
   
 
물론 시각은 이 영화들과 전혀 다르다. <영웅본색 2>와 <레옹>이 남성성에 도취되어 전설적인 영웅처럼 목숨을 버리는 주인공들을 안무가가 손질한 듯한 액션으로 미화한 반면 <수>의 주인공들은 진흙탕 속의 개처럼 피 속에서 버르적거린다. 슬로 모션으로 허공을 가르는 주인공의 멋진 몸놀림은 이 영화에 없다. 죽지 않기 위해 목을 조르는 상대의 눈알을 손가락으로 후벼 파는 등장 인물이 있을 뿐이다.
배우들도 온몸에 멍이 들어가며 열연했지만 지진희와 강성연의 멜로 연기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디테일은 ‘대강 무시하고 넘어가자’는 최양일 감독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두 사람이 왜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지나 하는 부분은 배우들의 역량으로 메워줬어야 했다는 점에서 두 배우의 연기는 아쉬움을 남긴다. 오히려 악역 문성근이 훨씬 눈길을 끌었다.
영화 <수>는 낯설다. 분명히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하는데도 외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 택시는 오른쪽 문을 열고 타는 것이 정상이지만 최양일 감독은 굳이 왼쪽 문을 열고 타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묘한 질감의 차이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선이 굵은 정통 액션에 목말라 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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