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로 나선 대구의 용트림
  • 이용우 (대구·경북언론인클럽 부회장·소설가) ()
  • 승인 2007.04.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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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모두를 개최하는 세계 일곱 번째 ‘트리플 크라운’ 국가로 우뚝 서게 되었다.
한국이 ‘스포츠 G7’ 반열에 오르는 데 한몫 단단히 한 것은 월드컵경기장의 국제적 시설과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노하우에 자신감을 얻은 2백50만 대구 시민들의 절대적인 성원이었다.
‘남비슬(南琵瑟) 북팔공(北八空)’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탓인지, 대구는 예부터 배타성이 강한 보수적인 도시로 유명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고향의 뿌리’를 강조하고, 학맥과 인맥부터 따지는 끼리끼리 문화가 유별나다.
사양 산업인 섬유에 매달려 불황 자초하기도
5·16 이후 대통령을 세 명이나 배출한 정치 권력의 모태로 부상하면서 너나없이 연줄을 찾아 권력 지향형으로 변질되고, 실속 없이 거드름을 피우는 부류들이 늘어났다.
시민들도 덩달아 정치 성향이 강해져 이른바 ‘경상도 보리문둥이 제살 뜯어먹는’ 식의 남을 헐뜯는 고소·고발·투서·진정 사건이 한때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대구상공회의소, 청년회의소(JC), 종교단체 등에서 ‘남의 말 좋게 하자’는 캠페인까지 벌였겠는가.
대구 시민 특유의 배타성으로 인해 부가가치가 높은 최첨단 산업에 눈 돌릴 줄 모르고 주종 산업인 영세 섬유산업에만 매달려 옛것만 고집하다가 지역 경제가 발전은커녕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대구 경제의 활력소였던 서문시장과 약령시장의 상권은 1980년대에 들어 서울 경동시장으로 옮겨가 서민 경제까지 주름지게 되었다.
대구의 시세(市勢)는 이미 서울·부산·인천에 뒤져 4위로 추락한 데다 대전에도 위협받는 처지이다.
뒤늦게 행정 당국과 기업들이 대규모 성서공단을 조성하고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으나 외환위기에 부닥쳐 좌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주도하는 시민 정서가 닫혀 있던 보수성에서 벗어나 개방형으로 자연 발생적인 개혁과 세계화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그들에게는 내가 아닌 남이 있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이 있으며, 그 열린 마음은 넓고도 강하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모으는 데도 ‘한국의 대구가 아닌 세계의 대구’로 만들자는 그들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대구시는 그동안 세계적인 섬유 도시로 재도약하기 위해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국제섬유박람회를 비롯해 국제 패션쇼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잇달아 개최했다. 오는 10월에는 1백70여 나라가 참가하는 세계애견박람회가 열린다.
대구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이같은 프로젝트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가세한다면 그 무형의 가치와 홍보 효과 또한 가히 돈으로 따질 수 없을 것이다.
대구는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우리가 아닌, 세계인을 위한 국제 도시의 면모를 가꿀 어젠다를 하나씩 착실하게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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