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보다 해로운 입 앞의 '공공의 적'
  • 왕수경 (대전대 교수·식품영양학) ()
  • 승인 2007.04.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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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조미료·방부제 등 식품첨가물도 '암초'

 

심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 성인병은 발병 후에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젊었을 때부터 미리미리 만성 성인병 예방을 위해 식생활 및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적신호가 나타난 후에 몸을 돌보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인체는 내적 환경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전으로 오묘하게 잘 조절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중 당의 이용을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혈당이 떨어지면 글루카곤이 분비되어 체내 여러 급원으로부터 당을 만들어 혈당을 높인다. 또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으로 배설하기도 하고 땀을 많이 흘려 배출하기도 한다. 반대로 수분이 부족하면 항이뇨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장의 세뇨관에서 수분이 흡수되어 소변 양이 줄어든다.
소금으로 주로 섭취되는 나트륨 또한 우리 몸의 필요에 따라 알도스테론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신장에서 재흡수되거나 배설되어 조절된다. 그러나 소금 과잉 섭취는 고혈압을 불러올 수 있다. 고혈압은 서서히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해 심근경색 등 죽음의 길로 이끌어가므로 ‘침묵의 살인자(silence killer)’라고도 한다.
소금뿐만이 아니다. 성인병과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설탕·조미료·식품첨가물 등에도 소금 못지않은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설탕은 과잉 섭취를 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설탕이 내는 단맛은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다. 단맛은 자꾸 먹다 보면 중독될 정도로 강한 유혹이다. 케이크, 쿠키, 탄산 음료, 아이스크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가공 식품에도 설탕이 많이 들어 있다. 요리에 첨가하거나 식탁에서 따로 넣어  먹는 등 설탕 소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설탕에는 다른 영양 성분이 없다. 따라서 설탕을 과잉 섭취하면 비타민 A·C·B12, 엽산, 아연, 칼슘, 인, 마그네슘, 철분 등의 영양 결핍을 유발하며 성장 저해, 아동기 충치의 주요 원인이 된다. 소아 비만, 고중성지방혈증, 심혈관 질환 등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요즘 아이들은 우유보다 탄산 음료를 더 좋아해서 염려된다. 학교 급식 때 나눠주는 우유를 몰래 버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는 우유를 섭취하지 않아 칼슘 섭취가 부족한 터에, 탄산 음료 등 설탕이 많이 든 식품을 섭취하면서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인슐린은 신장의 세뇨관에서 칼슘과 마그네슘의 재흡수를 저해하므로 칼슘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고 뼈의 골밀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한 아이들은 골밀도가 낮고 뼈의 골절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골밀도를 최대로 높이는 것이 노년기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나이가 들면 서서히 골밀도가 떨어지므로 청소년기에 최대 골밀도를 만들어놓아야 노년기의 골다공증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조미료는 식품이 갖고 있는 맛을 좀더 좋게 하거나 개인의 미각에 맞도록 조절하는 물질이다. 핵산계·아미노산계·유기산계 조미료 등이 있다. 많이 사용하는 조미료인 아미노산계 조미료 L-글루탐산 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을 간단히 MSG라고도 부르는데 전세계적으로 가정 및 음식점에서 조리시 풍미증진제로 사용하거나 공장에서 식품 가공시 첨가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한국인 MSG 섭취량, 선진국보다 많아


 
MSG의 1인당 하루 평균 섭취량이 선진국에서는 0.3~1.0g인 데 비해 한국인은 1.57g으로 많은 편이다. 외식을 하거나 가공 식품을 사 먹는 직장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MSG를 과잉 섭취할 수 있다. 화학조미료가 처음 나왔을 때는 많은 가정과 음식점에서 음식 조리에 MSG를 사용해 맛을 내고, 여기에 익숙해지면 이 조미료 없이는 뭔가 맛이 부족한 것 같아 더 많은 양을 첨가하곤 했다.
하지만 MSG는 목뒤와 팔이 뻣뻣해지고 허약감과 땀을 흘리는 증세인 중화음식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을 일으키는 조미료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정에서는 되도록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띠게 되었으며, 외식을 할 때도 그 사용량이 적은 메뉴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MSG를 많이 섭취하면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부정맥, 신경병, 소화불량 등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안전청에서는 과잉 섭취를 하지 않을 경우 MSG가 대다수 사람에게 안전한 식품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가공 식품 제조 업체와 일반 음식점에서는 맛을 내기 위해 MSG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갈증, 나른함, 가슴 두근거림, 두통, 메스꺼움 등 MSG 복합증후군 증세가 있을 때는 되도록 가공 식품의 이용과 외식 빈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품첨가물이란 식품 중에 본래 들어 있는 물질이 아니라 식품을 제조·가공하는 동안에 품질을 개량하거나 보존성 또는 기호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을 말한다.
식품첨가물에는 조미료 외에 식품이 세균과 곰팡이 등의 미생물 작용에 의해 변질되거나 부패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신선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는 보존제·살균제·산화방지제·착색료·발색제·표백제·감미료·산미료·착미료 등 23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가 사 먹는 가공 식품 및 육류·건어물 등에는 식품첨가물이 한두 가지 이상 들어 있으며, 식품에 들어 있는 여러 첨가물이 우리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발암 등의 위해 논쟁이 있는 식품첨가물은 아질산염·BHT·사카린 등이다.
육가공 제품은 선홍색을 띠어야 신선하고 맛도 있어 보인다. 육류를 가공할 때 고기가 선홍색을 띠도록 육류발색제 및 보존제로 대부분 질산염과 아질산염을 첨가한다. 육류는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에 의해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산화되면 암갈색의 메트헤모글로빈과 메트미오글로빈으로 되어 갈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질산염과 아질산염을 육류에 첨가하면 안정된 붉은 색소를 띠게 된다. 질산염과 아질산염은 니트로자민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들 수 있다. 아질산염의 농도가 50ppb 수준에서도 니트로자민이 생성될 수 있다고 한다. 아질산염은 사용량이 아니라 최종 제품의 잔존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허용 잔존량은 제품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따라서 질산염과 아질산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면 잔존량을 최소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항산화제(방부제)는 식품의 산화를 방지하거나 지연시키는 물질로 천연 항산화제와 합성 항산화제로 구분된다.
합성 항산화제인 BHT(butylated hydroxy toluene)는 식용 유지, 식용 우지, 식용 돈지, 버터류, 어패 건제품, 어패 염장품, 어패 냉동품, 마요네즈, 가금류 등에 사용되고 있다. BHT는 항산화 효과가 우수하지만 기형 또는 암 발생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가급적 부작용이 없는 천연 항산화제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품 가공시에는 허용치 이상을 사용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또 감미료로 사용하는 사카린은 1977년 당시 실험을 통해 방광에 종양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20년 이상 사용이 자제되어왔다. 그러나 미국 국립환경보건연구소 등에서 수행된 각종 연구 결과 인체에 암을 유발시키는 물질이 아니라는 발표가 잇따르고 당뇨 식이·충치 예방 등에 간접 효과가 있고 경제적 이점 때문에 다시 사용하는 추세이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제조·가공·보존에 매우 필요한 물질이지만 그 사용 방법이나 사용량이 적당하지 못할 경우에는 인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나라들마다 식품첨가물에 대해 사용 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다. 사용 대상 식품의 종류, 사용량, 사용 방법, 사용 목적 등을 제한해 일정량 이상 섭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식생활 향상과 식문화 발전에 따라 식품의 안전성 요구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안전성 평가도 더욱 엄격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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