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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주영 인터뷰

"상놈들 이야기가 내 체질에 딱 맞다"

최일옥(소설가) ㅣ 승인 2007.04.16(Mon) 10: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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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객주문학테마타운’ 건립안은 확정되었나?
계획은 되어 있지만 지역 주민과 문학계의 광범위한 동의가 필요하다. 이 테마촌에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동의 없이 시작했다가 흐지부지되면 곤란하지 않겠나. 관련 세미나가 지난해 12월과 지난 4월2일 두 번 열렸다. 곧이어 5월에 한 번 더 열릴 것이다. 그것이 끝나면 계획서가 대구한의대학교에 넘어가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내년부터 착수할 예정이다.


생존하는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단 테마타운 조성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문학관이나 기념관을 많이 다녀보았는데 문학 애호가들과 호흡을 같이하지 못하는 괴리감을 느끼겠더라. 말하자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을 때는 지방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왔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금방 흐지부지된다. 건물만 서 있을 뿐, 관람하려면 문은 잠겨 있고 사람은 없다.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예산 낭비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따라서 이번 테마촌을 추진하면서 그런 점을 우려했다. 문학관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니 약간의 상업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 지역을 상권화시켜 사람들을 드나들게 하고 물품을 유통시켜 문학관도 활성화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강구 중이다. 나는 그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문학관을 보면 생가 복원 정도의 수준이다.
푸시킨의 동상 앞에 6백년이 흐른 뒤에도 생화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러시아는 가난한 나라다. 그러나 예술인에 대한 존경심이 온 국민에게 퍼져 있다. 평소에는 남루하게 입고 일하다가도, 허술한 강당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하면 정장을 입고 털털거리는 차를 몰고 찾아간다. 그 강당이 꽉 찬다. 문화를 아끼고 향유하려는 사람의 두께가 이러하다면 이 나라가 아무리 가난해도 망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는 산업화를 겪으면서 문화적 측면을 간과한 면이 없지 않다. 문학과 예술이 문화의 중심에 있지 않고 변방으로 밀려난 상태에서, 다시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상업화란 비난을 받더라도 감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청송을 떠난 지는 얼마나 되었나? 자주 고향을 찾는 편인가?
중학교를 마치고 떠났으니 50년쯤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어머니와 동생이 그곳에 살고 있어서 1년에 대여섯 번은 간다.
청송은 작품 <객주>의 고향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고향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문학 청년 시절에 읽었던 대다수의 작품들, 예를 들어 <폭풍의 언덕>이며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들을 보면 고향 이야기가 많다. 가장 설득력 있게 쓸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기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이청준·한승원·김원일·이문구의 소설과 시인 이근배 등이 고향 이야기를 쓰고 있다. 고향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고향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다. 나도 마찬가지다.


현대인은 고향을 잃은 세대라고 한다.
나는 작가 생활을 하는 데에서는 좋은 시대에 살았다고 생각한다. 고향을 잃었다는 것은 가족이 해체되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살던 시대에는 어찌됐든 가족이 모여 살았다. 가난하든 부자이든,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가족들이 피부를 비비고 살았다. 단칸방에서 서너 식구가 한데 엉겨 자던 시대 아닌가. 고향이 곧 가족이다. 그런 생활이 우리 또래 작가에게는 소설의 문학성을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되었다.

 
최근 작품을 보면 어딘가 메말라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가족 해체에 따라 고향 잃은 세대이기 때문인가?
심사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다. 가족 해체로부터 오는 불운에 대한 이야기, 인간성 말살 이야기, 어딘지 찌그러져 있고 정상적이지 못한, 우울증이 있고 정신이 비틀어져 있는 이야기를 쓰더라. 정상적이고 기개가 늠름한 이야기는 없다. 그런 인물은 소설의 소재로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 기질, 내 생각, 내 나이, 이런 걸 본다면 진보주의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객주>는 장돌뱅이들, 소외 계층의 이야기다. 안동은 양반 문화가 지배하고, <객주>는 그 반대다.
내가 쓴 소설 <화척> <야정> <천둥소리> 등은 그 시대에 소외되어 있는 인물이 중심이다. 역사의 행간에서 배설되어버린, 평가나 명분을 찾아볼 길 없는, 덜 소화되어 설사하는 듯한, 배설되어 날아가버린 인물을 잡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가진 건강한 측면을 발굴하려고 애쓴 흔적이 있다. 예전에 종로에서 장사하던 이들은 중인으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 사대문 안에 들어오지 못했던 보부상들은 대접을 못 받는 상놈이었다. 뱃사람이나 갖바치처럼. 안동 지방에서 태어나고 안동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이가 어떻게 상놈 이야기를 쓰냐고들 한다. 물론 나도 안동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에 눈을 뜨게 되면서 우리 역사의 주체가 양반뿐만 아니라 소외된 계층이기도 하다는 점, 상사람들에게도 나라를 만들어나간 기운과 기개가 있었다는 점을 써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객주>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양반 문화는 정적이고, 움직임이 적다. 반면 상놈들의 생활이란 것은 늘 움직이고, 돌발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며, 지향점이 없고, 속절없기도 하다. 소설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여러 측면이 많다. 이쪽이 훨씬 더 반항적인 내 체질에 맞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에도 불편함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몇 평론가들이 “김주영은 역사 소설을 써도 선비가 안 나타난다”라고 하더라. <화척>은 백정 이야기이고, <야정>은 함경도 이주 노농들이 남의 집 농토를 빌려 농사짓는 이야기, <객주>는 보부상의 이야기다. 이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끈질김·근성과 같은 것들이 우리 민중의 피에 흐르고 있지 않은가. 근성이 어디서 생겼나, 생명력이 어디서 생겼나, 이런 걸 얘기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했다.


<객주> 테마촌이 상놈의 문화와 양반의 문화를 혼합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른바 양반 문화를 말할 때 안동·상주·예천·청송·영양·의성·봉화 등 경북 동북부 지방 전체를 꼽는다. 이곳을 안동 문화권이라고 말한다. 보통 청송은 잘 모른다. 그래서 나도 안동이 고향이라고 말한다. 사투리도 두 지역이 똑같다. 그 문화권 안에는 이육사·조지훈·유안진·이인화·이문열·김화영, 그리고 내가 들어간다.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조갑제도 청송 사람이다. 이런 분들이 있어 안동 문화권의 체면과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객주> 테마촌이 생겨나면 안동시의 이육사 문학관, 영양군 두들마을의 이문열 생가 및 광산 문학연구소, <음식 디미방>이라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를 쓴 정부인 안동장씨 유적, 영양군 주실마을 조지훈의 생가와 더불어 경북 동북부 지방 문화 벨트가 생길 수 있다. 여기를 문화 관광 벨트화하면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고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객주> 보부상들의 난장이 설치될 듯하다.
보부상에 대한 자료, 문서나 밀랍 인형을 이용한 자료로 작은 박물관과 같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구난방 식으로, 그야말로 난전화하고 북새통이 될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 건립 과정에서 한꺼번에 다 짓지는 않을 것이다. 청송군은 재정 자립도가 제일 낮은 곳이다. 중앙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한다. 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가 지원하고 있다. 산자부가 지원하는 곳은 이곳이 처음일 것이다.


춘천에 있는 김유정문학관의 운영이 잘되고 있던데….
그곳의 매력은 단지 생가나 기념관뿐 아니라 마을 전체 곳곳에 김유정 문학과 생애의 체취를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평 이효석문학관은 메밀을 소재로 한 가게나 식당, 소설 속 캐릭터, 마을 사람들이 이벤트 만드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점들이 마을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이다. 식물원이 그 근방에 두 군데 있다. 강원도에 자주 가는데, 허브나라를 보면 주말에는 못 들어갈 정도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닌 꽃을 보러 그렇게 오는 것을 보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김주영과 있으면 먹을 것이 많아 배는 안 고프다고들 말한다.
(껄껄 웃으며) 어떤 사람은 김대장이라고도 한다. 여행을 자주 하다 보니까, 낯선 곳에 가도 어느 집에 가면 어떤 음식을 잘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들을 스크랩한 책도 있다. 어디에 가게 되면 그 책을 뒤져서 맛난 곳, 가야 할 곳들을 미리 기록해서 간다. 또 나이를 먹다 보니, 나와 동행하는 이들이 대개 나보다 젊다. 그들에게 돈 내라고 할 수도 없고, 주머니에 들어가는 손, 구두끈을 매는 손이 빠른 편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좋아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적 매력은?
체질적으로 아주 낙천적이다. 그리고 없는 상태, 가지지 않은 상태에 대해 숙달되어 있다. 없다고 애태우는 성격이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그런 긍정적·낙천적 생각이 있으니 늘 웃는다. 내가 요즘 골프를 치는데, 신문에 골프 이야기를 쓰는 사람과 동행을 한 적이 있다. 그 글에서 김주영은 공이 안 맞아도 웃고, 잘 맞아도 웃는다고 했더라.


최근 대작이 없는데?
이제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 100장 썼다. 강원도 쪽이 무대다.
김지하·이문열·황석영 씨 등이 정치적 언급을 한다. 김선생은 아무 말이 없는데?
정치적으로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 기질, 내 생각, 내 나이, 이런 걸 본다면 진보주의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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