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군단, 뚜벅뚜벅 걸어온다
  • 오윤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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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대비한 '직계들의 정치 세력화' 가속...참여정부 정책포럼이 핵심

 
이제 임기를 10여 개월 남긴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면 향리에서 유유자적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정치적 의제를 불쑥 던지거나, 무엇인가 일을 벌일 가능성이 짙다는 얘기다. 노대통령이 퇴임 후 어떻게 현실 정치에 개입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일단 그는 임기를 마치면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간다고 공언했다. 청와대는 노대통령이 고향집에 살면서 생태계 복원과 숲 가꾸기, 읍·면 자치운동 같은 활동을 하면서 퇴임 이후를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생태계 복원과 숲 가꾸기 어디에도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투지는 보이지 않는다.
노대통령은 정치권에 떠밀려 개헌안 발의를 포기하면서 “아무리 대의명분이 뚜렷한 일이라도 그를 뒷받침하는 세력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 정치의 냉정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의명분이고 (그것을 받치는) 정치 세력, 그 다음 대결과 투쟁의 기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개헌에 대의명분도 있었고, 자신이 대결과 투쟁의 기술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세력’이 부재해 실패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 참여 투지는 바로 이 ‘정치 세력’을 규합하고 양성하는 데 맞춰지지 않을까?


노무현 스쿨은 정치대학원이 아니다?


청와대의 ‘노무현 기념관’ 건립과 ‘노무현 스쿨’ 설립 시도가 언론에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념관은 그렇다 치자. ‘노무현 스쿨’은 국민들에게 의아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성품과, 그동안 털어놓은 ‘퇴임 후’ 구상을 종합하면 모습이 보인다. 청와대는 ‘정치대학원’을 부인했다. 그러나 파문이 커진 뒤다. 노대통령은 “우수한 자질을 갖춘 정치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 그곳에서 국회의원도 여럿 배출되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노무현 스쿨 소동이 빚어진 가운데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이나 청와대 비서관, 공기업 임원을 지낸 친노 인사들이 집결한 ‘참여정부  정책포럼’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핵심이다. 노대통령 측근 안희정씨가 조직을 관리한다고 한다. 노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사들로 구성된 ‘청맥회’가 주축이다. 이들은 4월 말께 포럼을 만든 뒤 내부 정책 토론을 통한 정책 평가와 강연회, 지방 순회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포럼의 멤버 상당수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 임기 중 재집권을 위해, 퇴임 후에는 제도 정치권에서 노대통령을 보위하는 ‘홍위병’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면면을 보면 가능성이 짙다. 노무현 스쿨과 포럼이 저만큼 거리에서 손이 닿는 모습이다. 말하자면 노대통령의 이념과 철학을 구현할 ‘노무현 군단’이 등장하는 발소리다.
노무현 기념관과 노무현 스쿨이 구상대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여론이 싸늘하다. “송덕비를 세우자는 것이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고 노대통령이 뜻을 접을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안희정씨의 대북 비선 접촉이 문제되자 “내가 지시했다. 위법이 아니다”라고 치고 나온 노대통령 아닌가. 이번에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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