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1967년생은 우체통을 주시하라
  • 이성희(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 승인 2007.04.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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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 전문의로서 건강 검진 일선에서 일한 지 어느덧 10년 세월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동안 항상 안타깝게 생각해오던 문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성인병 검진 또는 암 검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내용이 빈약한 형식적인 검진이라는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검진 후 사후 관리 체계가 전혀 없어 과연 검진이 효과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일선 의사들은 물론이고 직접 수혜자인 국민들의 귀도 번쩍 뜨이게 할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생애 전환기 검진’이 올해 4월부터 시행된다는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생애 전환기 검진이란 무엇인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은 시기에 놓인 사람들에게 양질의 검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야 여러 차례 있겠으나, 일단 시행 원년인 2007년도에는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중년기의 시작인 만 40세와 인체의 모든 기능이 서서히 쇠퇴해 노년기로 접어드는 만 66세를 그 대상 연령으로 했다. 따라서 직장 및 지역 의료보험 가입자 및 피부양자 중 1967년생과 1941년생들은 올해 4월 말부터 생애 전환기 검진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검진 내용 또한 그동안의 불신을 씻을 수 있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든 수검자가 2차 건강 진단을 통해 검진 결과에 대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으며, 이때 문제가 되는 생활 습관, 즉 흡연·음주·영양·체중 조절 등에 대해 체계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 내용도 보완되어 혈액 검사 중 고지혈증 검사, 신장기능 검사, 간염 검사 등이 추가되었고, 만 66세 여성의 경우 골밀도 검사가 추가되었으며, 만 66세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과 일상 생활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다. 원래 의보 검진과 함께 암 검진을 추가로 선택하면 본인 부담금 20%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생애 전환기 검진 대상자들은 전액을 면제받는다.


정부가 국민의 생활 습관 고치기에 발 벗고 나서


성인병의 공식 명칭이 ‘생활 습관병’으로 바뀐 것은 현대인의 질병의 근원이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보여준다. 생활 습관을 고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이번 생애 전환기 건강 진단 사업에서 가장 획기적인 점을 하나만 들라면, 정부가 국민들의 생활 습관을 고치는 데 발 벗고 나서서 비용을 지불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건강 진단 사업이 말 그대로 ‘진단’만 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여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고, 더 나아가 발생률 자체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이에 질병 예방의 일선에 있는 의사의 한 사람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 일선 의료 기관에서 충분히 준비하고 홍보할 시간을 주었으면 하는 점이지만, 우리 국민의 장점 중 하나가 놀라운 추진력이 아니던가!
올해 생애 전환기를 맞이한 1941년생과 1967년생 성인들은 4월 말 이후 우체통을 주시할 일이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해 생애 전환기 검진과 2차 상담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가 조금이라도 향상될 수 있다면, 최소한 10만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효과 이상은 톡톡히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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