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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되어 나부끼는 '노란 손수건'

'죄인 아닌 죄인' 납북자 가족들, 애끊는 세월 계속...뒷짐 진 정부에 불만 높아

유근원 (자유 기고가) ㅣ 승인 2007.06.04(Mon) 10: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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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임진각 근처 소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매단 납북자 가족들. 맨 오른쪽이 최우영씨다.
 
 
임진각 근처 소나무에는 노란 손수건이 걸려 나부낀다. 납북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그 가족들이 매단 것이다. 3년 전 당시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이던 최우영씨(38)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다. 최씨는 1987년 북한에 강제 억류된 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동진호 선원 최종석씨의 딸이다.
그녀는 “노란 손수건은 납북자 가족의 염원이다. 납북된 아버지가 38선을 건너서 돌아온다면 가족들이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원래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은 1900년대 미국에서 유래했다. 출옥을 앞둔 한 장기수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면 마을 입구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의 아내는 버스 타고 돌아오는 남편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떡갈나무에 수백 장의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이 실화는 팝송과 영화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올해도 최씨는 노란 손수건을 달았다. 맨 처음 4백 장에서 이번에는 1만 장으로 늘렸다. 해가 바뀔수록 기다림과 그리움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최씨를 도와 손수건을 매달았던 이모부 윤인기씨(48)는 손목 수술까지 했다.
납북자 가족들의 애환에 대해 이옥철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44)은 “시간이 얼마 없다. 납북자들의 고령화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납북자의 3분의 2가 이미 60세를 넘겨 5~6년 후에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회장은 1972년 12월 백령도 근해에서 피랍된 오대양 61호 선원 이재명씨(납북 당시 34세)의 아들이다.
그는 “납북자 가족은 두 가지 고통을 안고 있다. 납북 후 생사도 몰라 제사도 못 지낸다. 또 연좌제로 정부의 감시와 고문 그리고 친인척이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당했다”라고 말했다.
납북자 가족들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일체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고통을 당했다. 연좌제 탓이다. 북한에서 납북자를 대남 공작 요원으로 교육시키기 때문에 수사 당국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천양호 선원으로 지난 1975년 납북되었다가 올 1월에 되돌아온 최욱일씨(67)의 부인 양정자씨(66)는 그동안의 설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양씨는 “남편이 북한으로 납치된 후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들을 포함해 네 남매를 키웠다. 쌀과 돈을 꿔가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정부에서는 어떤 보상도 없었고 조사만 계속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태옥씨(75)는 지난 1977년 당시 고교 2학년이던 아들 이민교씨를 북한에 빼앗겼다. 김씨는 “약 10년 전 정부로부터 아들이 북한에 살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경찰들이 이따금 찾아와 간첩 교육을 받고 되돌아올지도 모르니 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카가 공군 조종사 시험을 봤는데 신원 조회 과정에서 탈락했다. 언니의 원망에 죄인처럼 살았다”라고 덧붙였다.
2000년도 이전까지 납북자 가족은 감히 납북자를 찾아달라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납북자 가족의 대부분이 연좌제로 인해 감시의 대상이었다. 피해를 입은 친인척에게는 죄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대표(39)는 “전후 납북자 4백85명 가운데 어민이 4백40여 명으로 90%가 넘는다. 북한은 납북자 문제 자체를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산가족 상봉’으로 납북 문제를 덮으려는 의도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55)는 경찰관들의 ‘경호’를 받고 있다. 북한에서 납북자를 빼내오면서 요주의 인물이 되었고 북한측이 그를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소문 때문이다. 하지만 신변 보호 목적만은 아니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정부가 당황할 만큼 돌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사전 관찰의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1967년 납북된 풍북호 선주 최원모씨의 아들이다. 평범한 수협 직원이던 그가 납북자 송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3년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의 북송 직후부터이다. 그는 정부가 안 한다면 혼자라도 해보겠다며 납북자를 구출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대표(위)는 중국에 가서 납북자 1명을 구출하면 50명의 납북자 소식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납북자 존재마저 부인하다니…”


그는 중국을 드나들며 납북자 송환과 생사 확인을 해줄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했다. 지난 2000년 납북 어부 이재근씨를 구출한 것을 시작으로 납북자 5명을 데려왔다. 또 2명을 중국에서 한국의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게 했다.
그는 “구출한 납북자 1명에게서 50명 이상의 다른 납북자 소식을 들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납북 후 3년 만인 지난 1970년에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납북자 송환 및 생사 확인 과정에는 희생도 뒤따랐다. 북한 내 정보원 2명이 납북자 송환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되어 처형되기도 했다.
그는 “납북자가족모임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뒹굴기 선수’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뒹굴고 떼를 쓰지 않으면 정부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불만의 표현이다. 현재의 사무실도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낼 때 찾아가 뒹굴며 떼를 써서 얻어낸 것이다.
“정부는 ‘납북자·국군 포로’라는 용어도 못 쓴다. 남북은 공식적으로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시기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이다. 북한의 눈치를 보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납북자 가족들은 두 배로 상처를 받는다.”
그는 북한의 태도를 가장 크게 문제 삼았지만 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의지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납북자 가족들의 요구에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통일부 당국이다. 김남중 통일부 사회문화총괄팀장은 “2002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방북했을 때도 납북자라는 표현을 피하고 ‘인도주의 문제’라고 돌려 말했다. 우리 정부도 얼마든지 납북자라는 표현을 쓸 수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납북자 문제를 잘 풀기 위해 그 단어를 쓰지 않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자들은 자기 의사에 반해 끌려간 사람들이다. 북한 정권이 일으킨 납치 테러의 희생자들이기 때문에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납북자 문제를 다뤄야 마땅하다”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납북자들의 존재를 아예 부인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간 북한은 납북자는 단 한 명도 없고, 의거 입북자만 있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므로 피랍 당사자를 상대로 ‘납북’ 사실 여부를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 국제 사회에 공론화해서라도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납북자 가족들의 바람이다.
이런 납북자 가족들의 희망과는 달리 상황은 거꾸로 가는 분위기이다. 지난 4월30일 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연례 보고서에는 4백85명으로 추정되는 한국전쟁 이후 납북 한국인에 대한 언급이 삭제되었다. 보고서가 북한 정보기관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여겨지는 12명의 일본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편 납북자가족모임과  뉴라이트전국연합, 피랍탈북인권연대 등 단체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벌써 해결됐을 일임에도 정부가 그동안 회피해왔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나서서라도 납북자들의 조속 송환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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