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부 업체들 "울고 싶어라"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6.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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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로부터 악덕 고리대금업자 소리를 듣고, 국세청·행자부 등 범정부 차원의 단속이 예고되는 등 '사면초가'에 빠진 대부 업체의 현주소를 추적했다.

 

 
요즘 등록 대부 업체 임직원들은 마냥 울고 싶은 심정이다. 미등록 업체들과 악덕 사채꾼, 고리대금 업자로 오해받아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 불법 광고 단속, 시민단체들의 항의성 시위 및 성명, 언론으로부터 지적이 잇달아 대부 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도매금으로 여론 재판에 몰려 있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라는 대부 업체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대부 업계에 떨어지고 있는 직격탄 중 가장 강도가 센 것은 세무조사. 불법 대부 업체들이 고금리를 받으며 서민들을 괴롭힌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국세청이 칼을 빼어든 것이다. 국세청은 최근 행정자치부와 검찰·경찰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대부 업체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검증하고 있다. TV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급속하게 외형 성장을 이룬 대형 업체 10여 곳은 중점 조사 대상이다. 매출 누락 등을 통한 탈세 여부를 집중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사가 이루어지는 업체는 미등록 대부 회사 100여 곳.
행자부도 대부 업계를 옥죄고 있다. 올 하반기 중 16개 광역 단체와 2백30개 기초 단체가 관리하는 대부 업체들을 ‘지자체 행정 정보화 시스템’에 넣어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국세청·검찰·경찰·지자체와 정보 공유에 나서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 행자부는 또 최근 재경부 밑에 10여 명 규모로 ‘대부 업체 전담과’(가칭)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도 마련해 기획예산처와 예산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처는 행자부가 운영 중인 정보화 시스템 자료, 금감위·금감원 자료와 지난 3∼4월에 있었던 검찰·경찰의 대부 업체 일제 조사 자료를 종합해서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 업체에 대한 검찰·경찰의 일제 단속 정례화, 대부 업체 관계 기관 대책 회의 상설화 등도 검토되고 있다. 곧 관계 당국 합동으로 불법 대부 업체에 대한 전국 차원의 단속이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등록 대부 업체들은 적극 대응하기보다 정상 영업을 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관계자는 “여론과 당국의 대응을 보면 이성은 없고 감정만 남아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등을 통해 나타난 일부 사채 업자들의 불법 행위가 대부 업계 전체에 대한 인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 중인 대형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 업계, 금리 인하 등 ‘꼬리 내리기’
협회는 최근 소비자금융연구소 창립에 후원 단체로 참여하며 대부 업계 이미지 향상과 종사자 자질 높이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신규 대부 업자를 위한 ‘대부업 교육 과정’ 마련과 ‘대부업 자격증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교육은 매달 두 번 있으며 대부업 법률, 신용 대출 실무, 담보 대출 실무, 대부업 회계 세무 등을 가르친다. 협회는 또 오는 9월부터 ‘대부업 전문가 교육 과정’을 개설해 이를 이수한 사람에게 자격증을 주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한 대형 대부 업체 관계자는 “불법 행위를 하는 소형 사업자들은 숨어서 영업하기 때문에 여론이나 조사, 교육에 신경 쓰지 않는다. 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대부 업계에 적대적이다. 대부업 광고에 나왔던 연예인들이 눈물로 사죄했음에도 꺼림칙한 시선이 남아 있다.
정부 조처에 대한 비판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대부 업체들이 법을 어긴 것도 많지만 이들의 영업에 대해 법과 규정으로 명확하게 규정해놓지 않은 관계 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몇 년 전부터 고금리에 따른 서민들 피해가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뚜렷한 대책 없이 흘러오다 언론에 집중 부각되자 난리를 치고 있다”라며 임기응변식 정부 조처를 꼬집었다.
대부 업체에 대한 1차 관리·감독 책임은 광역 시·도에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데다 조례 제정 등으로 하급 지자체에 대부 업체 감독 업무를 재위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부업법이 규정한 관리·감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쳐 영업하는 대부 업체나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부 업체는 금융감독원이 직접 관리·감독하고 그 밖의 업체는 금융감독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감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국의 압박이 본격화되자 금리 인하 등으로 ‘꼬리를 내리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거래 실적이 우수한 대부 업체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제2금융권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 론’이 시작되면서다.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 금리는 대부 업체들보다 크게 낮다. 금액과 업체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대부 회사들의 절반도 안 된다. 대출 금리 내리기 경쟁이 붙은 곳은 대형 대부 업체들. 서민 금융 시장에 금리 경쟁 조짐이 보이지만 ‘환승 론’의 활성화 여부와 대부업 최고 금리 인하 폭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부 업계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는 지난 6월11일 환승 론의 본격 시행에 맞춰 대출 최고 금리를 연 66%에서 54.75%로 내렸다. 2위인 산와머니도 인하 시기와 폭을 놓고 검토 중이다. 두 업체가 금리 내리기에 나섬에 따라 다른 대형 업체들도 대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손 비율이 높고 자금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큰 중소 대부 업체들은 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승 론을 이용하려면 네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①빌려 쓴 돈이 많지 않고 ②소득 증빙 및 원리금 납부 사실 증명이 가능하며 ③대부 업체 대출이 네 건 이하인 사람으로 ④최근 6개월간 연체일이 25일 이내여야 한다는 것. 조건이 꽤 까다로운 편이다. 또 6월 임시국회에서 대부업 대출 최고 금리를 현행 66%에서 어느 정도까지 내리느냐도 관건이다. 환승 론이 활성화되고 대부업 최고 금리가 크게 떨어질 경우 대형 대부 업체들의 금리 인하가 가속화되면서 제2 금융권의 신용 대출 금리도 인하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서민 금융 업체들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제2금융권도 대형 대부 업체에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금리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과중 채무자를 대상으로 피해 구제 상담 활동과 금리 규제 강화 등 제도 개선 운동을 펼치면서 인터넷 상담실(http://minsaeng. kdlp.org)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힘든 서민들을 돕자는 취지에서다. 국내에는 4만여 개(미등록 2만3천여 곳 포함)의 대부 업체가 있다. 이곳에서 서민들이 빌려 쓰는 생계형 돈은 한 해 18조원대에 이른다. 이용자 수는 3백29만여 명. 금융 대부 회사에서 한 번이라도 대출받은 사람까지 합하면 약 7백만명에 달한다.
대부 업체 관계자는 “대부 업체 이용자 대부분이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 경계인이다”라며 “대부업 이용자가 올해 30%쯤 늘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부업 전문 연구소 닻 올렸다

국내에도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대부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가 닻을 올렸다(사진). 한국질서경제학회는 최근 서울 팔래스호텔 12층 라일락룸에서 양석승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장,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 신국환 국회의원(전 산업자원부장관), 박인복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장 등 학계·금융계·정계·유통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비자금융연구소’를 창립했다.
초대 소장은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질서경제학회장)가 추대되었고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 박승두 한국도산법연구소장, 방만기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박사, 유경원 한국은행 박사, 이상규 경희대 교수, 이상빈 한양대 교수, 정형권 한국은행 박사,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등 9명이 연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연구소는 △소비자 금융 시장의 제도권 내 정착 △수요자·공급자의 건전 소비자 금융 활동 활성화 △소비자 금융 시장 참여 시민들의 복지 향상 △신용 사회 정착 △금융 정책 및 제도 개선 방안 제시에 힘쓸 예정이다. 연구소는 이를 위해 포럼 운영, 정례 학술 대회 개최, 연구 과제 선정 및 활동, 전문가 초청 조찬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연구소는 우선 오는 11월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연구 논문 발표 및 대부업 컨설팅 업무 등에도 나선다. 연구소 후원 기관 대표인 양석승 회장은 “소비자 금융의 건전성과 제도적 발전을 위해 선진 외국 사례 소개와 연구에 힘써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연구소 전화 (041)550-3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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