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식품 바다에 ‘월척’ 떴다
  • 정락인 편집위원 ()
  • 승인 2007.07.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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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산업, 대림수산·오양수산 인수해 ‘큰손’ 부상…어묵·맛살 시장 지각 변동

 
국내 냉장 식품의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사조산업이 다크호스다. 사조산업은 지난해 대림수산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오양수산까지 거머쥐기에 이르렀다. 최근 자회사인 사조CS를 통해 오양수산 주식 지분 35.2%를 1백27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또 장내 매수 방식으로 11%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로써 사조산업이 가진 오양수산의 지분은 46.2%. 일약 최대 주주로 떠오른 것이다.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과 지분 갈등이 있지만 곧 경영권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의 오양수산 인수는 맛살과 어묵 시장의 최고 강자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맛살 시장 규모는 약 1천3백억원대. 1983년 ‘오양맛살’이 최초로 시판된 이래 오랫동안 빅 5의 구조로 시장이 나뉘어져왔다. 오양맛살은 ‘맛살 국민 브랜드’로 불릴 만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업체들은 ‘값싸고 양 많은’ 저가형 제품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맛살이 고급화를 꾀하면서 오양수산은 경쟁사에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오양수산의 맛살 시장점유율은 13.1%. 전체 시장점유율 4위에 해당한다. 맛살 원조의 체면을 구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양수산이 뒷걸음질칠 때 경쟁사들이 차올랐다. 한성기업은 ‘크래미’ 덕을 톡톡히 보았다. 크래미가 선풍적으로 팔리면서 쟁쟁한 업체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한성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7%. 고급 맛살 시장에서는 50%가 넘는다. 그 뒤를 이어 대림수산이 16.7%이다. 하지만 사조산업이 오양수산을 인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성기업의 아성이 무너지게 된다. 대림수산과 오양수산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29.8%이다. 이렇게 되면 사조산업은 한성기업을 2.8% 차로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다. 3, 4위를 하는 CJ그룹 계열의 삼호F&G(14%)와 동원그룹 계열의 동원F&B(13.9%)와는 2배 이상 차이 난다. 
 
2000년대 들어 맛살 시장은 고급화 추세로 들어섰다. 맛살에 기능성 성분이 더해진 프리미엄급 제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업체들은 칼슘·DHA 성분을 첨가한 맛살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판촉을 강화했다. 맛살은 생선 살 함유량에 따라 일반 맛살이냐, 프리미엄급이냐가 결정된다. 최초의 프리미엄급 맛살은 2001년 나온 한성기업의 ‘크래미’다. 1등급 알래스카 냉동 연육을 쓰고 순수 냉동 어육 함량을 85.2%로 늘렸다. 전분 양을 줄여 기존 맛살 제품에서 나던 밀가루 냄새를 없앴다. 육질도 게살처럼 비스듬히 찢어지게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시판된 지 15개월 만에 1천만 개라는 기록적 판매 실적을 올렸다.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등의 식품 매장에서 독보적이 되었다. 한성기업 관계자는 “기존 맛살은 김밥이나 샐러드 등의 부재료 정도로 용도가 한정적이었다. 크래미는 요리의 부재료가 아닌 간식용이나 술 안주용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일반 맛살과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크래미가 성공을 거두자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고급 맛살을 선보였다. 대림수산은 고급 냉동 연육에 타우린과 DHA 성분을 넣은 ‘크라비아’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맛살의 주원료인 명태 살 함유량을 기존 60%대에서 80%대로 높였다. 동원F&B는 방부제를 쓰지 않은 원육에 칼슘과 키토산을 넣은 ‘랍스틱’을 내놓았다. 기능성 맛살 값은 100g당 1천3백~1천5백원. 일반 맛살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시장에 나와 있는 고급 맛살은 5개 사 제품 30여 개에 이른다. 한성기업의 샐러드용 ‘크래미 후레쉬’를 비롯해 동원F&B ‘랍스틱’, 삼호F&G ‘마파람 게 눈 감추듯’과 ‘샤르망’, 오양수산 ‘씨크랩’ 등이 있다. 후발 업체들은 제품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얹어주는 ‘1+1 행사’를 수시로 펼치며 선두 크래미를 추격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고급 맛살이 대세이다. 고급 맛살 판매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고객들의 입맛도 고급화되는 추세여서 맛살의 고급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 업계, M&A 열풍 계속될 듯


어묵 시장에서도 업체들 간 각축전이 뜨겁다. 국내 어묵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천6백억원. 사조 계열의 대림수산이 17.8%로 1위다. 그 뒤를 CJ 계열의 삼호F&G(16.2%)가 바짝 따라붙었다. 동원F&B(7.3%)는 1, 2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이다. 사조산업은 지난해 대림수산 인수를 통해 어묵 시장에 진출했다. 오양수산이 어묵 상품은 취급하지 않지만 사조산업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어묵 시장도 고급화되는 추세이다. 대림수산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클린룸에서 만든 ‘대림 선(鮮)어묵’을 선보였다. 삼호F&G는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브랜드로 ‘생선어(魚) 콩두(豆)’라는 고급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의 특징은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 모양도 제각각이다. 동원F&B는 갓 튀겨낸 어묵 맛을 살린 ‘추억의 부산어묵’을 내놓았다. 임대영 대림수산 식품본부 대리는 “맛살이나 어묵 시장 고급화는 대세다. 누가 먼저 소비자들 마음을 잡느냐에 따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사조산업은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시장 주도권을 가진 만큼 경쟁사와 격차를 벌려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젓갈 시장에서도 사조산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젓갈 시장은 한성기업(50%), 오양수산(38%), 대림수산(6%)으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오양수산과 대림수산을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44%. 한성기업을 바짝 쫓게 된다. 사실상 한성기업과 사조산업이 시장을 양분하는 것으로 바뀐다. 사조산업은 맛살과 어묵 외에도 낚시를 이용한 참치잡이 어선 독항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자회사인 사조CS와 대림수산이 전체 어선의 35.6%를 보유하고 있다. 오양수산을 인수하면서 참치 선망 분야에서도 동원산업을 제쳤다.
사조산업의 몸집 불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조 로하이 참치’와 대림수산 브랜드 ‘대림 선’, 오양수산 ‘오양맛살’ 등의 브랜드를 바탕으로 냉장 식품 분야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사조산업의 제품별 매출 비중은 참치 원어와 명태 등 수산업 43%, 참치 캔 등 식품 사업 21%, 축산 사업 26%,  기타 사업 10%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사조산업은 장기적으로 사업부 수직 계열화를 통한 사업부별 시너지 극대화 전략을 펼칠 것이다. 냉장 식품 업계는 당분간 M&A 등을 통해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식품 업계에서는 지금 M&A(합병·매수)가 한창이다. 업체 간 전쟁을 벌인다고 할 만큼 치열하다. 지난해 대림수산 인수에는 CJ, 대상, 오뚜기, 동원엔터프라이즈 등이 모두 뛰어들었다. CJ가 삼호F&G와 하선정종합식품, 미국의 옴니 사 등을 인수했다. 대상도 두산의 종가집김치 부문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동원그룹은 해태유업에 이어 ‘덴마크 우유’로 알려진 디엠푸드까지 인수했다. 오뚜기도 삼포만두를 인수했다. 올해는 식품 업계의 M&A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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