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땅''땅'거리다 깨질라
  • 이명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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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부동산 문제 싸고 '죽기 살기' 싸움...일부에서 분당론도 나와

 
한나라당의 집안 싸움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과연 집권을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분위기가 부쩍 확산되고 있다. 선두주자인 이명박 후보는 재산, 특히 부동산 때문에 공격받고 있고, 박근혜 후보도 과거사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후보 지지율의 하락세가 뚜렷하고, 그렇다고 이후보로부터 빠져나가는 지지세가 박후보에게 옮겨가지도 않는다. 줄줄이 터지는 이후보 X파일은 뭔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일반이 접근하기 어려운 행정자치부 전산 자료나, 금융 감독기관 자료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후보를 한나라당 후보에서 탈락시키려는 의도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나온다. 범여권이 박근혜를 상대 후보로 선택했다는 설도 돈다. 이후보가 곤경에 처하면 처할수록 박후보 진영의 공세는 치열하다. 급기야 이후보 진영의 공성진 의원 입에서 ‘분당’이라는 말까지 튀어나왔다. “박근혜가 후보가 되면 이재오 최고위원 등 수도권 의원이 분당할 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협박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후보가 부동산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다. 이후보와 그 주변 인물들이 보유한 땅을 다 합하면 어마어마하다. 처남 김재정씨의 부동산은 여의도의 3분의 1 규모이다. 이후보 본인의 부동산도 가액이 3백40억원 정도. 이후보가 서울시장에 부임한 2002년 8월31일 공개한 부동산 목록은 서울 서초동의 상가와 근린생활 시설, 양재동의 근린생활 시설, 논현동의 주택 등 4곳이다. 당시 신고 가액은 1백70억8천만여 원이었지만 5년 만에 꼭 2배가 되었다. 처남 김재정씨(58)가 1982~90년 사이 보유한 부동산은 전국 47개 지역에 걸쳐 67만 평이다. 부동산 매입 시기는 이후보가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에 재임 중이었을 때이다. 사들인 땅도 대부분 간척지, 신항만 공사 등 대형 개발과 맞물린 곳이다. 김씨가 1987년에 매입한 화성시 우정면 잡종지 1천 평은 시화지구 개발과 맞물린 지역이다. 이 지역 방조제 공사는 현대건설이 맡았다. 땅값이 폭등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는 손가락질이 날아온다
이후보가 형과 처남 명의의 서울 도곡동 땅 4필지를 “내 땅”이라며 김만제 당시 포철 회장에게 1995년 매입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후보에게 치명적이다. 요지는 김만제 회장이 이후보 부탁을 받고 문제의 땅을 사들였으나 ‘나중에 토지 소유자를 보니 이명박씨가 아니고 형과 처남이더라’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서청원 고문이 이 사실을 폭로하자 김 전 회장은 부인했지만, 함께 자리를 했던 황병태 전 의원이 ‘김회장 발언’을 사실로 확인해줬다. 이후보측은 서둘러 “처남은 처남, 나는 나”라며 꼬리를 잘랐을 뿐이다.
그러나 ‘처남 땅’이 단순한 처남 땅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문을 한겨레가 또 터뜨렸다. 이후보와 처남 간 양재동 빌딩의 ‘이상한 거래’를 폭로한 것도 한겨레이다. 이 신문은 문제의 강남 도곡동 땅은 현대건설 소유였고, 처남 등이 이를 현대건설로부터 사들였으며, 이후보는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다는 것이다. 이후보는 이런 사실을 몰랐고, 처남은 매형에게 이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지만 강남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를 팔아넘기는 데 사장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의혹 제기의 요지이다.

 
 
범여권은 과연 박근혜 후보 원할까


 
이후보 앞에 널린 수많은 지뢰를 이후보가 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이후보가 ‘재산 화약’을 온몸에 감고 자칫 지뢰라도 밟는 날에는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정황상 ‘모종의 음모’ 냄새가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후보가 6월11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그 다음날부터 범여권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범여권으로서는 야당 분열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그동안 준비했던 ‘이명박 낙마 시나리오’를 펴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후보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중앙선데이 6월21~22일 조사에서 이명박 35.2%, 박근혜 30.1%로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가 5.1%포인트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YTN 조사에서도 격차는 4%포인트대로 좁혀졌다. 그러나 이후보 지지율이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주일에 불과했다. 6월30일 조선일보 이명박 39.4% 박근혜 27.6%, SBS 이명박 40.2% 박근혜 25.2%, 동아일보 이명박 38.8% 박근혜 24.9%로 다시 벌어졌다. 그러자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통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제공받은 정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따른다. 
문제는 이후보의 목을 겨누는 비수가 왜 ‘지금’ 터져나왔느냐는 데 있다. 부동산 의혹만 없다면 이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애초 박후보측에서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이후보를 물고 늘어졌을 때만 해도 의혹 제기의 수준이 떨어져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범여권이 가세하자 상황이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나라당 주자로 이후보를 선택하고, 본선에서 ‘땅 폭탄’을 터뜨려 떨어뜨리는 것이 좀더 쉽지 않았을까? 왜 경선 단계에서 손보려 할까? 그래서 조심스럽게 나오는 얘기가 “범여권이 이후보를 상대하기 껄끄러워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근거는 이후보 주요 지지 기반이 영남 못지않게 수도권에 산재되어 있어 정권 재창출을 위한 표 계산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후보와 달리 박후보 지지 기반은 영남과 충청, 강원 일부에 치우쳐 있어 수도권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게 “박근혜가 더 쉽죠”라고 말했다. 쉽게 흘려들을 얘기가 아닐지 모른다. 박후보 진영은 즉각 “범여권이 박후보를 까다로운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가 많다”라며 발끈했다. 오히려 ‘이명박 낙마 기도’가 범여권의 역공작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후보를 집중 공격함으로써 ‘박근혜가 쉽다’라는 메시지를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전달하고, 역으로 이후보 지지를 유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후보에 비해 의혹이 적고, 여성이기 때문에 마타도어, 음해가 잘 안 통하는 박후보를 상대하기 꺼린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손학규 진영은 호기 맞아
범여권 내 분위기는 양분되어 있다. ‘이명박이 쉽다’라고 하면 ‘박근혜는 더 쉽다’라고 하는가 하면, “X파일의 두께는 박근혜보다 이명박 것이 더 두껍다”라고도 한다. 아예 “이명박-박근혜는 라이트급”(이해찬)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범여권은 대체로 지지도는 공고하지만 확장력이 부족한 박후보와 상대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박후보는 ‘유신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혁당·통혁당·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박후보를 만만히 보았다가 “큰코다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박후보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했지만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노대통령의 지칭이 ‘적절하지 못하다’(75.3%)는 반응이 ‘적절하다’(19.3%)의 3배 이상에 달했을 정도이다. 유신을 겪은 세대는 40대 후반 이후이다. 이들은 보수 성향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후보 검증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양자 싸움에 ‘범여권’이 가세하면서 점입 가경이다. 이 기회에 이후보를 따돌리자는 박후보 진영의 전면 공세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이후보로서는 안팎의 적과 싸워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릇도 깨고 손을 베기도 했다”라는 이후보 말만으로 덮어갈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 특히 이후보측으로서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 즉 박후보 진영이 더 야속할지 모른다. 이후보 캠프의 공성진 의원이 기자들에게 “박근혜가 후보가 된 후의 사태는 끔찍하다”라고 말한 것은 양쪽 사이가 서로 ‘죽여야 사는’ 관계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나라당의 내분에 손학규 전 지사 진영이 반색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6월 말 손 전 지사가 독자 신당 창당 의지를 밝히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많이 데려올 것”이라고 호언했을 때만 해도 허풍으로 들렸다. 손학규계 정봉주 의원은 “경선 후 한나라당 의원 3분의 1 정도가 탈당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그러나 이 가능성도 점점 현실감을 더하며 다가온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은 안팎으로 곱사등이 신세다. ‘그놈의 땅’이 한나라당을 위기로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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