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해진 보안 산업 “주인만 알아봐야 해”
  • 윤지현 프리랜서 기자 ()
  • 승인 2007.07.16 14: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첨단 제품들 봇물…범죄율 감소에 큰 역할

 
서울 잠실의 임철순씨는 생고기하우스라는 식당을 운영한다. 하지만 임씨가 식당에 나가는 날은 1주일에 많아야 이틀 정도이다. 특별히 가게에 나갈 이유가 없어서이다. 임씨는 휴대전화로 식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임씨가 이용하는 방식은 SK텔레콤의 D홈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가정이나 식당에 설치된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이동통신사로 전달해 고객이 휴대전화로 볼 수 있게 한다. 임씨는 “휴대전화로 가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줌 기능을 활용하면 금전출납부에 얼마가 기록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서비스에 만족해했다.
보안을 챙겨주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고성능의 홍채·지문 인식 도어록에서부터 치안 퇴치용 호루라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보안 제품을 적극 활용한 아파트나 회사도 부쩍 늘어났다.
최근의 안전·보안 관련 상품의 증가는 기술 발달에 힘입은 바 크다. 정보와 통신 등의 첨단 기술 발달과 새로운 기술 간의 결합이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07 국제 보안기기 및 정보 보호 전시회>에는 10개국 1천2백여 업체가 참가해 첨단 보안 장비를 선보였다. 미래형 CCTV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휴대전화, 생체 정보를 활용한 보안 제품, 보안 로봇, 인터넷 안전사고 감시 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었다.
생체 정보 등 활용해 ‘중무장’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첨단 보안 제품은 지문이나 홍채 등 생체 정보를 활용한 것들이다. 업체 관계자는 “복제가 불가능하고 열쇠나 카드 등 다른 장비가 필요 없어 편리하다는 점에서 생체 정보를 활용한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서울 아현동에 사는 김미영씨는 현관문에 지문 자동 인식 도어록을 설치했다. 김씨는 열쇠 대신 손가락을 센서에 대 문을 연다. 센서에 인식된 지문과 사전에 등록된 지문이 일치하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 김씨의 컴퓨터에도 지문 자동 인식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USB(PC와 주변 장치를 접촉하는 도구)에 연결된 센서로 지문 인증을 해야만 컴퓨터가 로그인된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저장, 읽기, 편집도 지문 인증을 거쳐야 가능하다. 김씨는 “지문 인식 기술을 실생활에 활용한 보안 제품들은 안전하기도 하지만 편리해서 좋다”라고 말했다.
무인 경비 전문 업체들도 첨단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에스원은 2006년 11월 ‘세콤 뷰’라는 영상 관제 시스템을 도입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전까지 무인 경비는 ‘열선 감지기 이상’과 같이 감지기 신호에 의존해왔다. 새로 도입된 영상 관제 시스템은 경비 대상 구역에 설치된 센서가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카메라가 찍은 동영상을 무선망을 통해 관제 센터로 실시간 전송한다. 에스원 홍보팀 배홍건 차장은 “영상을 통해 현장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하고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기존의 오작동에 의한 출동도 줄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이상 신호 감지에 영상을 접목한 영상 관제 서비스가 무인 경비 서비스의 주요 흐름이 될 것으로 점쳤다.
첨단 기술 덕분에 택시 이용도 안전해졌다. 서울시는 2006년 11월 ‘택시 안심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비스를 위해 모든 택시에 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택시 안심이 서비스는  휴대전화로‘**36524’를 누르고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해 택시 고유 번호를 누르면 지인에게 승객이 택시를 탄 시간과 택시 번호가 전송되는 서비스이다.
 
여성 싱글족 늘면서 ‘안전’ 수요 급증
기술의 발달뿐 아니라 사회구조 변화도 안전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싱글족의 급증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3백17만1천 가구. 2000년 22만4천 가구보다 42.5%가 늘어나 가정집 5곳 가운데 1곳이 나 홀로 가구이다. 여성 싱글족의 경우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아 보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산에 사는 김성희씨(27)는 “집을 구할 때 보안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핀다. 혼자 사는 여성이 보안 제품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은 미니 원룸 형태의 코쿤하우스는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수요를 잘 반영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가나 기업들이 밀집한 곳에 위치한 코쿤하우스는  CCTV, 비밀 잠금 장치, 디지털 카드키 등으로 나 홀로 여성들의 안전을 돕고 있다. 때문에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주택뿐 아니라 여성을 위한 다양한 보안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버튼을 누르면 미리 등록해놓은 번호로 고객이 위험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문자로 전송되는 긴급 구조 서비스와 모바일 출동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휴대용 향수병처럼 생긴 치한 퇴치용 가스 스프레이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려 구조 요청을 하는 호신용 호루라기도 인터넷에서 인기 상품이다.
정보사회 진입 후 개인 정보의 중요성이 커져 정보 보안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특징이다. 개인 정보를 지키기 위한 제품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IT(정보통신) 보안 분야는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 7천억원, 세계 시장 규모 17조원에 달했다. 분실이나 도난을 당했을 때 원격으로 자료 파기가 가능한 USB와 사용자의 허락 없이는 복사나 인쇄가 불가능한 CD도 상용화하고 있다.
PC 사용자를 위한 보안 제품은 온라인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존에 보안 제품을 이용하려면 CD를 구입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작동시켜야 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다음, 야후 등의 포털사이트들이나 보안 업체들이 직접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접속해 무료로 보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황미경 차장은 “온라인을 통해 보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매년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보안 제품의 등장이 첨단 기술의 발달을 반영한 것이든 변화된 사회구조를 반영한 것이든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측면이 없지 않다. 개인의 기호와 상황에 맞는 보안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 제품의 인기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각박하고 위험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대 경찰학과 곽현호 교수는 “개인의 안전만을 챙긴다고 정말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총 범죄 발생 건수는 1백89만4천 건(인구 10만명당 3천9백34건)으로 전년 대비 9.0% 감소했다. 인구 10만명당 살인 발생 건수는 1998년 2.1건을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비슷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