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이익 배분 없는 생보사 상장 안 된다”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7.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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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룡 보험소비자연맹 회장(62)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생명보험사 상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나누어주며 연맹 활동 알리기에 열심이다. 생명보험 계약자들에게 상장 이익 배분 청구 소송에 참여하도록 권하기 위해서다. 유회장이 목표로 하는 소송단 규모는 100만명 이상. 그 정도는 되어야 보험 계약자들의 저력을 보여주고 ‘거대’ 생명보험회사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장마철인데도 연맹에 찾아오는 계약자들, 언론사 기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그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생명보험사 이익의 원천은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보험사 기업 공개에 따른 상장 차익은 반드시 계약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보험업법에도 생보사 이익의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도록 되어 있다. 계약자들이 제몫을 바로 찾을 때 업계 발전은 물론 2천만 생명 보험 가입자들의 소중한 권리도 찾게 된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계약자들의 몫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유회장의 각오다. 그는 생보사가 상장 전에 계약자들에게 배당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생보사가 보험 가입 때 배당을 약속했다는 점 △이익의 90%는 계약자에게 배당하도록 되어 있는 법 근거 △보험사의 재평가 잉여금 배당 전례가 그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 어떤 일이 있어도 소수 주주가 생보사 계약자들의 몫을 빼앗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가 생보사 계약자들의 권리 찾기에 본격 나선 것은 올해 초부터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생보사 상장 규정을 승인함에 따라 18년간 끌어온 생보사 상장 길이 열리게 되면서다.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생보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신한생명, 동부생명 등 5개사. 우리나라에서 영업하는 생보사(22개)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숫자이지만 계약자 수, 매출액, 시장 점유율 면에서 절대 규모를 차지한다. 특히 삼성과 교보는 업계에서 ‘공룡’으로 통한다.
인천 태생으로 1978년부터 생명보험협회 조사부장, 이사 등을 거치며 ‘보험 바닥’을 훤히 꿰고 있는 그는 최근 발족된 ‘생명보험 상장 계약자 공동 대책 위원회’의 중심에 서 있다. 생보사 상장 이익을 계약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유회장을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생보사 상장 계약자 이익 배분에 앞장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보험소비자연맹의 출범 취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권리를 찾는 보험 지킴이’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험 관련 시민단체장으로서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직무 유기가 아닌가. 게다가 금융감독위원회가 유가증권 상장 규정을 고쳐 소수의 주주들에게 이익을 독식하도록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어떻게 계약자들에게는 한 푼도 배당하지 않고 상장하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소수 주주의 독식이라고 했는데 보험사 상장으로 누가 얼마나 이익을 보게 된다는 말인가?
계약자에 대한 이익 배분 없이 생보사가 상장되었을 때를 예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경우 신창재 회장이 2조7천5백여 억원의 주식 부자로 국내 최고 ‘주식 갑부’로 떠오른다. 신회장은 교보 주식의 37.26%(6백89만주)를 갖고 있다. 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삼성전자 이재용 전무 부자도 1조7천여 억원을 챙기게 된다. 재벌가 사람들이 계약자가 낸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졸지에 돈 벼락을 맞는 꼴이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계약자들이 배당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생보사들이 했다는 ‘배당 약속’이란 무엇인가?
먼저 생명보험 흐름부터 이해해야 한다. 생명보험은 미래의 사고 발생 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과거 통계를 이용해 계산한 예정 보험료를 일단 내고 나중에 배당으로 보험료를 정산하는 금융 상품이다. 일반 물건 판매와 달리 배당으로 정산하는 사후 가격 상품이란 얘기이다. 이런 흐름에서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이 ‘보험사 자산은 계약자 것입니다. 이익이 나면 돌려드립니다’라며 보험 상품을 팔아왔다. 고객들은 이 약속(표준사업방법서 25조, 표준약관 18조)을 믿고 유배당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기업 윤리 차원에서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 
생보사 이익의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도록 되어 있다는 법은 어떤 것인가?
보험업법(121조), 동법 시행령(64조), 시행 규칙(30-2조)에 나온다. ‘보험사는 배당 보험 계약에서 생기는 이익의 100분의 10 이하는 주주 지분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90%)은 계약자 지분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유·무배당 보험 자산이 뒤섞여 구분 회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자 몫을 정해놓지 않고 상장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상장 전에 이익 규모를 계산한 뒤 배당하지 않으면 해당 생보사 이익과 기대치가 모두 주가에 반영되어 주주들이 이익을 다 갖게 된다. 오늘날의 보험사가 되기까지 기여한 계약자 몫을 나눠주어야 한다. 
계약자들에게 주식 등을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일반 기업이 자산 재평가를 했을 때 생기는 차익은 당연히 100% 주주 몫으로 돌아간다. 다만 생보사는 다르다. 1989년~1990년에 생명보험사의 특성을 감안해 70%를 계약자 몫으로 하고 나머지는 주주에게 배당하도록 했다. 또 재평가 이익금 70%의 계약자 몫에서 보험 계약자에게 40%를 나누어주고 30%는 그대로 남겨두도록 한 것이다. 이 안을 정부와 보험 업계가 받아들여 한동안 시행했다.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때 내부적으로 유보시킨 보험 계약자 몫은 당연히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예상되는 생보사들의 상장 이익 규모가 얼마쯤 되리라고 보는가?
업계 전체로 따져 20조원쯤 된다. 물론 상장 참여 회사 수와 주식 평가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경우 상장 차익이 엄청날 것으로 본다. 삼성은 약 15조원대, 교보는 약 4조원대의 차익이 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봄 생보사들이 공익 기금을 조성하는 등 상장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계약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잠재우고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1조5천억원을 모으는 데 20년이 걸리는 데다 생보사들 입장이 약간씩 달라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또 연말까지 공익 재단을 세운다지만 두고 볼 일이다.
계약자가 받을 수 있는 배당금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실제 사례를 든다면?
1980년 초 삼성생명에 월 4만5천원과 5만5천원씩 5년간 보험료를 넣는 유배당 연금보험 2건을 가입한 사람(63 · 남)의 경우 주식으로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1천4백여 만원이 돌아간다. 내부 유보액 8백78억원에서 주식 18주(1주당 76만원)와 미지급 배당금 1조7천여 억원에서 받는 현금(약 50만원)을 합친 것이다. 다만 가입한 보험 종류, 월 납입액, 기간 등에 따라 예상 배당액은 많이 달라진다.  
보험소비자연맹과 뜻을 같이 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있는가?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가 동참했다. 보험소비자연맹을 포함한 4개 단체 관계자들이 수시로 만남을 갖고 논평과 성명도 내며 공동 대처해왔다. 또 변호사, 교수, 문인, 언론인, 시민 단체 회원,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뜻을 같이한다. 독일에서 헌법을 연구해온 전문가도 있고 보험에 밝은 업계 출신도 적지 않다. 이렇게 해서 올해 2월8일 ‘생명보험 상장 계약자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특히 생보사들의 상장 차익이 계약자들에게 반드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에 열린우리당 박영선·이상민 의원 등이 적극 나서 힘을 얻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제출되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책위원회 가입자 수는 얼마나 되며 소송 원고단 100만명 목표 달성 전략은?
약 5천7백명이 가입했다. 대부분 온라인(www.kicf.org)으로 신청했고 7백여 명은 입회 원서를 직접 쓰고 들어왔다. 소송 원고단 모집은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와 힘을 모으면서 탄력이 붙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에 가입한 계약자들을 중심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배당 대상 연령층인 40~60대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맞춤 홍보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원고단에는 누구든지 들어갈 수 있나?
문호는 열려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대상 보험사 계약자들이면 더욱 좋다. 삼성·교보·대한·흥국·미래에셋(구 국민·한덕·중앙·대전)·금호(구 동아)·동양·신한생명 가입자들이 해당된다. 유배당 계약자로서 보험료 납입 영수증, 청약서, 증권, 배당 안내문 등 계약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를 내면 된다. 
최근 생보사 상장 규정 개정 승인 취소를 위한 소송을 냈다고 들었다.
지난 7월11일 서울행정법원에 ‘생보 상장 계약자 공동 대책위원회’ 임원 이름으로 행정 소송을 냈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 규정 개정’에 대한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으로 문종욱 대표 변호사 등 변호인단을 통해 서류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나동민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장을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본에 짜인 내부 비밀 문서에 따라 생보사들이 계약자에게 배당하지 않고도 상장할 수 있게 했다는 판단이 서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고발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낸 소송 결과를 지켜보면서 헌법 소원도 준비할 것이다. 또한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계약자 배당 없이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도 낼 예정이다. 필요하면 시위 등 단체 행동에도 나설 방침이다. 홍보물 제작·배포, 잡지 창간, 이벤트, 가두 캠페인 등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보험 소비자들을 위한 출판·교육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생활보험연구소(가칭)와 같은 조직을 갖추어 소비자를 위한 책 발간, 인터넷 홍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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