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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달구는 ‘UCC 유세’

유근원 기자 ㅣ | 승인 2007.07.30(Mon) 10: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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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제17대 대통령 선거 금지 제한 사항’에 UCC가 포함되어 네티즌과 UCC 업계들이 반발했다. 대선 후보 관련 UCC는 이후로도 우후죽순 쏟아져나왔다.

 
"선거는 축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너무나도 위압적이고 제한적이다.” 지난 6월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17대 대통령 선거 D-180일 금지 제한 사항’이 정식으로 작동하자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를 잃어버렸다며 온갖 불만을 쏟아냈다.
선관위는 “누구라도 정당·후보자를 지지·추천 또는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그 명칭·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사진, 녹음·녹화물, 인쇄물 등을 배부·상영·게시할 수 없다”라고 규정했다. 선관위측은 UCC 역시 인쇄물의 하나에 해당하며 단순히 퍼나르기만 해도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네티즌과 UCC 업계는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최근 국내 정치와는 대조되는 현상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지난 7월23일 미국에서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대선 UCC 토론회가 치러진 것이다. UCC 토론회란 대선 후보들과 일반 유권자들이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통해 질문을 하고 후보가 이에 답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생중계하는 형식이었다. 이른바 ‘웹2.0 UCC 대선 토론회’이다. 이번 행사는 UCC 사이트인 유튜브와 케이블채널 CNN이 공동 주관했다.
미국에서 대선 토론회가 인기리에 치러지자 한나라당은 곧바로 이번 경선에 ‘UCC 토론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진행될 TV토론 중 한두 차례는 UCC 토론회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경선관리위에 권고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관위측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이 법안을 놓고 더욱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쪽은 바로 한나라당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지사 ‘클릭 수 1위’
이번 17대 대통령선거는 선관위 등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웹2.0 모드로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대 대통령선거가 인터넷 커뮤니티 모임을 중심으로 치러졌다면 이번에는 UCC가 중심이다.
각 대선 후보 캠프는 저마다 언제 터질지 모를 UCC 선거전에 대비해서 사이버팀을 꾸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 ‘창사랑’처럼 팬클럽 위주의 자발적인 유대 형태가 목적성과 전문성을 띠는 홍보 전문 조직으로 탈바꿈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팬클럽이 다시 하나로 모여 결성된 ‘MB연대’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근혜사랑’, 손학규 후보의 팬클럽 ‘손에 손잡고’ 등은 정치 현안마다 성명이나 단체 행동을 보여주는 등 적극성을 띄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지지 후보자의 홍보물을 가지고 UCC로 확대 재생산하고 퍼나르는 UCC 이슈 메이커로도 활동한다.
판도라TV 김경익 사장은 “선관위의 규제가 UCC의 걸림돌이지만 경선 이후 뜨겁게 달궈질 것은 분명하다. 네티즌들은 어떤 형식을 빌어서든 간에 각 후보에게 진짜 UCC의 매운 맛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선판에서 벌어지는 UCC 전쟁이 흥미롭다.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경쟁 구도와 거꾸로 가는 모양새이다. 장외 라운드로 불붙은 UCC 경쟁에서 클릭 수 등 인기 순위만 따져보면 손학규 후보가 1위, 박근혜 후보가 2위, 이명박 후보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번 UCC 전쟁은 진정한 UCC라기보다는 UCC 기법을 이용한 홍보전 양상을 띤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동영상 UCC이다. 판도라TV 대선 후보 채널에 손후보 관련 UCC가 가장 많이 올라오는데 유독 높은 클릭 수로 인기 순위 안에 들고 있다.
손학규 후보 동영상의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첫째는 코믹, 둘째는 인간미이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정치인을 어렵게만 생각하던 네티즌들은 우스꽝스런 표정의 손 전 지사 모습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잠자던 HQ(학규의 영문 이니셜)의 코털뽑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다. 낮잠을 자고 있는 손 전 지사의 코털을 누군가가 잡아당겨 뽑는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수염을 뽑힌 손 전 지사는 약간 화가 난 듯 벌떡 일어나 묘한 표정을 짓는다.
손후보 캠프 안에서 과연 누가 잠자는 그의 코털을 뽑을 수 있을까. 이 장면이 실제라면 당돌하고 발칙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실제 상황이 아니다. 일기예보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쓰는 ‘키로마키 기법’을 사용한 합성 작품이다.
원본 동영상은 손후보가 민심 대장정을 하면서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장면이었다. 이 동영상을 보고 발칙한 상상을 한 사람은 인하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이호진씨(28)이다. “처음에는 잠자는 얼굴에 낙서를 해볼까 했다. 그런데 손후보의 얼굴이 수염투성이라서 수염을 뽑자는 생각을 했다. 편집은 간단했다. 동영상 편집기로 수염을 뽑는 손을 촬영하고 난 뒤 원본 동영상과 합성했을 뿐이다.”
장난기 다분한 이 동영상은 네티즌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멀게만 느낀 손후보에게서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손학규 캠프의 사이버팀장인 손인기씨는 “디씨인사이드의 갤러리에 올라온, 손학규에 대한 몇 가지 UCC 작품을 보고 이씨를 처음 알았다. 수차례 메일을 보내 이씨를 만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곧 손학규 캠프의 자원봉사자가 되었다.
동영상을 만든 이호진씨는 UCC에 관한 한 저력이 있었다. 그는 지난 2006년 월드컵 때 꼭지점 댄스를 월드컵 송에 접목시켜 UCC 동영상을 만들었던 숨은 주인공이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손후보 캠프측은 길에서 보물을 주운 기분이라며 반가워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23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던 ‘UCC를 활용한 제17대 대통령 선거 전략 설명회’.

이씨는 “KBS <상상플러스>에 출연한 영화배우 김수로씨가 ‘한때 이런 춤을 추었다’며 동료들과 함께 ‘꼭지점 댄스’를 선보였다. 그것을 보고  가수 윤도현씨의 ‘오 필승 코리아’라는 응원가를 영상에 끼워 맞춰 편집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전국으로 퍼지기까지 약 4일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만든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한반도는 꼭지점 댄스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씨가 손후보 캠프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히트를 친 첫 작품은 꼭지점 댄스에서 고안한 ‘민심 체조’라는 작품이었다. 손후보가 민심 대장정 과정에서 촬영된 것을 편집해 국민 체조와 결합한 것이다. 민심 체조 역시 네티즌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해서 판도라TV에 올라온 손후보의 동영상은 모두 2백46개(7월24일 기준)에 이른다. 같은 날 기준으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UCC 동영상은 판도라TV에 동일하게 1백9개가 올라와 있다.

‘근혜가족’은 일상 소재, ‘MB연대’는 깔끔 편집
박근혜 캠프는 주제별 다큐 형식의 ‘인간 박근혜’를 통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판도라TV 황승익 이사는 “손후보의 UCC를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비유한다면 박후보는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코미디를 구사한다”라고 말했다.
박후보의 UCC는 주로 ‘호박넷’을 중심으로 ‘근혜가족’이라는 팬카페 멤버들과 캠프내의 사이버기획팀이 참여하고 있다. 호박넷은 박후보가 직접 개설한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캠프의 이춘상 사이버기획팀장은 “호박넷의 ‘나도 모니터’라는 코너에 들어가 보면 팬들이 좋은 글과 악의적인 글을 찾아내는 모니터링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캠프에서는 UCC에 대한 비중이 아주 높다”라고 설명했다. 박후보의 대표적인 인기 동영상은 ‘피아노 치는 모습’ ‘팔굽혀펴기 하는 모습’ 등이다.
이명박 후보측의 동영상 UCC는 이명박 팬카페 모임 간의 연합체인 ‘MB연대’가 맡고 있다. 총 41개의 팬클럽이 하나로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UCC 제작팀은 컴퓨터 관련학과  대학생을 비롯해 2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MB연대 백두원 사무국장은 “경선에 올인 하느라 아직은 UCC에 총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대부분 동영상은 ‘MB 메시지’ 또는 ‘정책탐사’ 프로그램 등으로 정책 마인드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수준이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UCC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MB연대는 경선 이후를 겨냥해 ‘민경이 UCC’이라는 UCC를 기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생 경제를 위하는 이명박’이라는 문장을 줄여 친근한 느낌으로 전개하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후보의 UCC는 다른 후보가 내세우는 ‘친숙함’과 달리 세련된 편집으로 ‘깔끔함’이 특징이다. 다른 캠프에서는 이후보 캠프에서 외주 제작을 했으니 UCC(User Created Content)가 아니라 CCC(Camp Created Content)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후보 캠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아이러니컬한 부분은 전문팀이 만든 동영상보다 개인이 만든 UCC가 더 인기라는 점이다. 이후보의 팬을 자처하는 ‘예쁜아줌마’가 만든 ‘명빡이’는 이후보와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UCC 동영상 가운데 하나이다. 이 동영상은 KBS-2TV <개그콘서트>에서 유행한 ‘마빡이’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UCC 특성상 작품성보다는 친숙성에 더 코드가 가깝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의 세 곳 캠프 모두 UCC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홍보 효과를 보는 재미도 재미이지만 그보다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네거티브 UCC’에 대한 예방적 의미가 크다. 손후보 측은 “잘한 것 알리기도 바쁜데 무슨 네거티브 UCC 걱정이냐”라는 태연한 태도이다. 털어보아야 나올 것 없다지만 정작 손후보도 UCC에 대해 걱정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보좌관에게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휴대폰을 잡으면 나를 찍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측 MB연대 백두원 사무국장은 “최근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네거티브 정보가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2002년 김대업 학습효과’로 인해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 공작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UCC도 국민들이 네거티브 전략에 면역이 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네티즌에게 재갈 물렸다”

UCC 대선 채널 맡은 판도라TV 황승익 이사 인터뷰

   
   
판도라TV는 지난 3월 ‘2007년 대통령 선거 동영상 UCC 대전’을 오픈했다. 이곳에 가면  대통령 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의 UCC 채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UCC 대선 채널을 오픈하고 5개월째 흐른 지금 판도라TV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UCC 대선 채널의 책임을 맡고 있는 판도라 TV 황승익 이사를 만났다.

계획대로 잘 운영되나?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 UCC의 본래 기능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기술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현행 선거법에 문제가 있다. 일반 유저가 UCC를 올리면 현행법상 위반이 된다. 채널을 오픈하고 얼마 안 되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로 일반 네티즌의 참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버렸다. 조회 수, 페이지뷰가 생각보다 낮은 이유는 후보의 동영상을 메인페이지에 올리면 안 된다는 선관위의 규정 때문이다.”
판도라 UCC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나?
“지금 대선 후보 20명의 채널이 개설되어 있다. 캠프나 팬클럽에서 올린 자화자찬식의 동영상이 대부분이다. 물론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동영상도 있지만 문제가 될까봐 드러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캠프에서 내놓은 동영상도 정보 중의 하나이며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손학규 후보 측이 가장 열심히 한다. 네티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아는 캠프 같다. 코믹한 영상과 인간미 위주로 편집된 것 같다. 네티즌들은 리얼하고 진솔하며 서민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심각한 주제에는 반응이 없다.”

선관위의 제재가 얼마나 심한가?
“판도라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눈이 4개가 있다. 중앙선관위와 서울지방선관위, 대검과 국정원이다. 선관위는 네티즌의 동영상 제작, 퍼나르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문구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판도라TV에서 게시판에 높은 조회 수 순위대로 정열하는 것도 중지하라고 요청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UCC 내용을 규제해야지 수단과 기능을 가지고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티즌에게 재갈을 물린 셈이다. 지나친 UCC 제재에 대해 선관위에 수차례 의견서를 제출해왔다.”

네거티브 UCC가 대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있는데?
“오히려 반대이다. UCC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누르면 누를수록 네거티브 동영상이 유포될 가능성이 높다. 유포 방법은 다양하다. 포르노 사이트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이트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네티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180일 제한 조치 이후 자기 블로그에 ‘나를 고발하라’라는 식으로 대놓고 글을 쓰는 네티즌도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순진하게 선관위의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추세를 보면 네티즌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네거티브 전략도 한계가 있다. 인기 랭킹 순위를 보면 다양한 시각이 반영된 동영상이 항상 1위이다. 왜곡된 정보가 있다면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일종의 네티즌 검증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집단 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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