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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내 조각은 ‘차이와 반복’ 찾는 끝없는 여정”

교포 조각가 이원형씨 귀국 인터뷰/ “기존 관념·형식 벗어나 체험한 것을 작품에 반영”

최일옥 (소설가) ㅣ 승인 2007.07.30(Mon) 11: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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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캐나다 교포 조각가 이원형씨를 만났다.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목조 심포지엄과 특강을 마치고 중국 다롄으로 향하는 중 짬을 낸 귀국이었다.
그는 얼마 전 미국 버몬트에 있는 존슨 주립대학과 텍사스 베니니 미술재단에 2m 크기의 작품 <메디테이터스(Meditators)>를 각각 설치했다. 그의  작품은 미국뿐 아니라  런던에 있는 조각공원(The Pride of the Valley) 등 해외 여러 도시에서 볼 수 있다. 그는 현재  국제조각센터 상임 멤버, 미국 버몬트 아트센터 이사, 토론토 예술학교 이사이며, 세계 각 도시의 미술관과 대학에서 들뢰즈 미학을 강의하는 미학자이기도 하다. 세계적 조각 전문지 <스칼프쳐(Sculpture)>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며, 뉴욕의 저명한 조각 평론가 로버트 모건 교수의 평론이 특집으로 실린다. 그는 최선을 다할 뿐 그 끝은 자신의 몫이 아니므로 언제나 비워둔다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조각가로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나?
해방되던 1945년 2남 3녀 중 막내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외국어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창작 욕구를 억제할 수 없어 미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미국 페퍼다인 미술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회계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공인 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후 토론토 공인회계법인을 개업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조각을 선택한 이유는?
철학적 사유와 도전을 좋아한다. 회화에 내 철학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였으나, 마티스나 피카소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에서 그들에게 부여된 색감에 대한 천재성을 보았다. 조각은 나에게 친숙한 미디어였고, 그림을 그리면서도 흙으로 무엇인가를 쉼없이 만들었다. 대학원 재학 중 천재적 조각가들의 작품을 보며 그들보다 나은 조각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조각으로 내 작품 세계를 마무리해보고 싶은 승부욕과 자신감으로 조각에 전념하고 있다. 그 길 또한 어렵지만, 끝없는 도전의식은 나의 창작 의욕을 억제하지 못한다.
여체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나는 모든 것은 살아있다고 본다. 그 대상을 만나는 순간순간 그들의 다름을 만나게 되며 그 다름을 통해 호흡을 느낀다. 따라서 모든 것은 살아 있다. 그 다름의 가장 아름답고 다양한 신비가 인체이며 특히 여체이다. 여성이야말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무척 에로틱한데?
나는 생명의 재생성을 믿는다. 새로운 삶은 죽음과 삶의 만남이다. 죽음도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죽음이 삶이며, 삶이 죽음이다. 이 모든 것은 재생의 길, 곧 순환이다. 내 작품은 섹슈얼하다기보다 육감적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근원인 여성에게서 강렬한 생성의 의미를 본다. 성은 인간의 본성이며 창조이다.
한국인의 정서가 작품에 녹아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정서는 한마디로 한(恨)이라 정의하고 싶다. 나에게 한의 의미는 풀어내지 못한 실마리, 토해낼 수 있지만 토해내지 않는 쌓임이다. 한국적 색깔은 사무침이다. 그렇다고 이 한이 작품에 의도적으로 지나치게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감추어진 한이어야 하며, 관람자와 만나는 순간 교감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한이 승화되어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말이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메디테이터스(Meditators)>에서는 동양 사상의 핵심인 선을, <프리 히스토릭(Pre Historic)> 시리즈에서는 선사 이전의 고인돌 이미지가 강하다. 국내에 있는 작품 <무당과 시인들(Shamans & Poets)>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농부의 아내> 시리즈도 한국적인 구상 작품들이다.
   
   
이원형씨가 여체에서 발견한 ‘다름’의 미학을 작품에 옮기고 있다.
브론즈(銅)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특별히 브론즈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흙의 부드러움과 자유로움에 매료되어 있다. 흙으로 만든 테라코타 작품도 많다. 흙에서 브론즈의 질감을 찾고, 브론즈의 질감에서 흙의 느낌을 보여주고 브론즈의 광택을 살린다. 즉 흙과 브론즈의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만남의 순간을 위해 어떻게 자신을 비우나?
참선이다. 마음을 정돈하고, 잡념을 버리고, 그 다음에 생각 자체를 배제한다. 마음을 비우려는 생각 그 자체까지도 버린다. 즉 명상의 단계이다. 무념 무상의 상태에서 만나는 순간을 느끼고 형상화한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한다. 그 시간 동안 흐름을 깨뜨리지 않고 순간 순간을 맑게 지킨다.
작품은 잘 팔리고 있는가?
예술과 자본은 격리될 수 없다. 예술은 자본을 이용해 자본주의의 폭력을 폭로하고, 자본주의는 예술을 이용해 자본주의의 힘을 보강한다. 그러나 예술은 자본주의에서 탈피해야 하고 자본주의는 또 예술을 흡수하려 한다. 서로 물고 물린 관계이다. 유럽·북미·남미 등지에서 2m 이상의 대형 작품들이 조각공원, 미술관, 대학교 등에 팔렸고 영국 소더비 경매에 매년 초대받고 있다.
국내에 판매된 작품은 얼마나 되나?
한국에도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형 작품 10여 점과 소품들이 다수 판매되었다. 지난해, 모교인 휘문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으로 작품을 기증했으며 모산 조각공원에도 오석(烏石) 작품 <무당과 시인들(Sherman & Poets)>이 있다.
조각가의 젊은 부인이 창작의 모티브가 되는가?
내 처는 내 작품을 먼저 사랑했다. 작품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나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했다. 아내는 내 창작 활동을 위해 최대한 배려한다. 그녀는 조수이자 매니저이며 친구이다.  내게 매일 도시락을 싸주는 아내가 더없이 고맙다. 늦은 밤 아내와 와인 한 잔을 나누며 하루에 있었던 자잘한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시간이 내게는 휴식이다. 아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 사랑이 바로 작품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 작가가 추구해야 할 바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스스로 자유분방한 체험을 지속하고 창작에 몰두하는 것만이 세계적 작가가 되는 길이다. 지적인 이해보다는 현재를 체험하고, 그 사유 세계를 작품에 반영할 때 새로운 작품 세계로 도약할 수 있다. 
독자를 위해 들뢰즈 미학의 핵심을 정의해준다면?
들뢰즈 미학은 차이의 철학이다. 그 차이는 같지 않다는 차이가 아니라, 색깔까지 포함한 모든 것들의 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미 만나고, 배우고, 익히고, 규정되어진 모든 것은 물론 주입된 정보, 개념, 역사관까지 깨고(전문 용어로 탈영토화라고 한다) 직접 만나라. 재현의 관점, 상식의 관점을 깨어야 한다. 정돈된 세상(기존의 관념·형식)에서 벗어나고, 기존의 터부에서도 벗어나라. 카오스로 들어가라. 그리하여 차이의 존재함을 찾아내고, 새로운 차이를 창조해내는 것이 바로 ‘차이와 반복’이다. 2005년 후반부터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는 내 작품의 주제가 바로 이 ‘차이와 반복’이다. 자본·권력·역사·문화에서 빠져나온 새로운 만남, 이것이 나의 예술이며 삶이다. 작품은 www.wonleeart.com 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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