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성찬” “잡탕식 버무림”
  • 이건상 (전남일보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7.08.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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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정가, 대통합신당 출범으로 4년 만에 재분열…지역민 과반수는 “필요한 선택”

 

호남 지방 정가가 4년 만에 또 쪼개지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이후 40여 년 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깃발 아래 단일 대오를 형성했던 호남 정치권이 참여정부 이후 마치 세포 분열을 거듭하는 듯하다.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양분되었던 호남 정치권은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다시 대통합파와 민주당 사수파로 나뉘어 연일 치열한 성명전을 전개하고 있다. 민주당 사수파들은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식 잡탕 통합이라고 주장하지만, 어찌 보면 DJ 시절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광주 한 시민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한 뿌리로 보고 있었다. “어차피 한 뿌리 한 집안 아니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 모여라 해서 모이는 것 아니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모두 모여 힘을 합해야 하겠지만, 모여본들 별 뽀족한 수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소.” 광주 최대의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에서 만난 김응민씨(54)는 요즘 호남 정가를 달구고 있는 대통합신당에 별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시민들의 ‘한 뿌리론’이나 무관심과는 무관하게 지역 정치권은 폭염 특보를 무색케 할 정도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지방 의원들은 별다른 동요 없어
대통합신당은 실질적으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분위기를 다잡고 있으며, 열린우리당 지역 의원들이 가세해 현실 정치의 무게감을 보태고 있다. 또 박경린 전 YWCA사무총장 등 시민·사회 단체 대표 등이 참여함으로써 기존 정치권의 ‘허물 벗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범여권이 하나로 뭉쳐 정권을 재창출하라는 게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요구이다. 민주당은 민심을 받아들여 대통합과 대선 승리의 길로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종득 목포시장 등 민주당 소속 전남 지역 시·군 단체장 10명도 ‘대통합’ 진영으로 몸을 옮겼다. 이에 맞선 민주당 사수파는 광주 지역 기초단체장과 지방 의원 대다수로 ‘대통합’을 ‘잡탕식 통합’으로 치부하면서 민주당의 정통성 사수를 외치고 있다.

 
최경주 광주시당 위원장은 “대통합신당 창당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권 장악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DJ 이후 호남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인사들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대통합신당파들이 당권이나 일정 지분을 확보해 호남과 수도권의 공천권을 행사하거나 금배지에만 관심을 갖는 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관측 때문인지 금배지와는 다소 무관한 지방 의원들은 대통합의 바람 앞에 아직은 큰 흔들림이 없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은 64명이나, 이 가운데 탈당 의원은 22명으로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광주시의회 한 의원은 “대통합신당이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러 정치 세력이 모이다 보면 어차피 지분 다툼이 벌어진다. 대통합신당이 정강 정책에서 민주당과 무슨 차별성이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호남 정치권의 공방을 보는 시민·사회 진영의 입장은 어떨까. 광주 지역 시민단체 중견 간부들은 대통합신당에 대해 명분과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운영과 결합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내보였다. 즉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잡탕식 신당이지만, 대선 승리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냐는 것이다.
호남 지역 양대 유력 지방지인 광주일보와 전남일보가 지난 7월에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5~62%에 달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 대통합에 참여해야 한다는 응답도 54.4%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대통합에 참여해 범여권이 하나로 뭉친다면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는 응답은 48%로, 패배할 것이다(34%) 보다 14%나 많았다.
대통합신당이 민주당까지 완전하게 아우르면서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대선 승리를 명분으로 한 호남권 금배지 제조용 날림 정당이 될 것인가.
호남민들은 섣부른 답을 내놓지 않은 채 다소 냉랭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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