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흔든 한국 발레의 힘찬 ‘발짓’
  • 장광열 (무용평론가·한국춤정책연구소장) ()
  • 승인 2007.08.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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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과 친구들’ 공연 호평에 매진 행렬…후배들 해외 진출에 힘 실어

 
지난 몇 주 동안 공연예술 분야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인물은 발레리나 강수진이었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 스타 초청 공연’의 예술 감독을 맡아 ‘강수진과 친구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공연에 출연한 그녀는 뮤지컬·오페라·연극·축제 등에 밀려 일간지 문화면의 메인 기사로 다루어지는 예가 거의 드문 무용예술 장르의 울분을 토로하기라도 하듯 큰 지면과 텔레비전의 9시 뉴스를 점유했다.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그녀를 다루었고 관련 공연에 대해 세세하게 보도했다.

강수진, 독일 궁정 무용수 공인 등 ‘영예’
강수진은 올해 3월 독일의 뷔뎀부르크 주정부에 의해 궁정 무용수(Kammertanzerin)로 공인되었고, 그녀가 소속한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70여 명의 현역 무용수들이 입단 20년을 축하하는 헌정 공연을 마련해주는 영예를 얻었다. 또한 그녀가 지난 20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널리 알렸고 지금도 알리고 있으며, 동양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이자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오른 예술가라는 점에서 보면 한국 언론의 이같은  환대는 사실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강수진에 대한 이같은 언론 보도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예술감독을 맡았던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강수진과 친구들’ 공연은 관객들로부터 그리고 전문가들로부터 모두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기획 의도가 좋고 공연의 질과 볼 거리가 풍성하다”라며 강추(강력 추천) 공연으로 댓글을 달았으며, 무용 평론가들은 43명의 무용수들이 출연하고 4개의 세계 초연 작품을 포함해 국내 초연된 작품만 14개라는 점을 들며 기존의 갈라 공연과는 판이한 레퍼토리 구성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강수진과 친구들’은 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지방 공연까지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2년마다 열리며 올해 4회째를 맞은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 스타 초청 공연’은 유명 무용수를 초청해 2인무 위주의 공연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갈라 공연과는 다르다. 한국 무용수들의 적극적인 국제 무대 진출을 지원하고 국제 무용 교류를 확산시키며, 나아가 세계 공연예술 시장에서 한국 무용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가진, 공공성을 지닌 프로젝트이다.
이같은 취지에 의해 올해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한 지 21년째를 맞은 강수진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그녀가 초청한 무용수들로 프로그램을 짜면서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 스타 초청 공연- 월드 발레리나 강수진과 친구들’이라는 타이틀로 개최한 것이다.

ⓒ연합뉴스
강수진은 메이저 발레단에 소속된 해외 한국인  무용수들과 외국의 유명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들, 국내 발레단의 간판급 스타, 그리고 그녀가 국내 무대에 소개하고 싶은 2명의 외국인 무용수, 그리고  앞으로 해외 무대 진출이 유력시되는 유망한 젊은 무용수들을 선정했다. 특히 미래의 월드 스타를 꿈꾸는 4명의 10대 무용수에는 지난해 여름 국립발레단 주최로 서울사이버대학교 발레 스튜디오에서 열린 ‘월드 스타 강수진 초청, 발레 영재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했던  무용수들이 포함되었다.
예술감독 강수진은 이들 초청 무용수들에게 클래식 발레뿐만 아니라 컨템포러리 계열의 작품도 공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외국의 최신 춤 동향을 알 수 있도록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들이 포함되었고, 대다수의 작품들이 국내에 초연되는 작품들로 짜여지게 되었다.
초청 스타와 동반 무용수들이 함께 무대에 서고, 해외 무용수들을 위해 국내 안무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첫선을 보이는 순서, 해외 무용수들이 직접 안무해 초연하는 순서, 그리고 앞으로 세계 무대로 진출해 월드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젊은 무용수들의 공연 순서는 이렇게 준비되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국내 무용계와의 활발한 교류와 이를 통한 해외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것들이다.

해외 진출 아티스트들,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한몫
최근 들어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무척 빨라지고 있다. 현재 외국의 직업무용단에서 고정 급여를 받으며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숫자는 6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메이저 무용단의 주역으로 성장한 사람도 있고, 비록 컴퍼니의 규모는 작다고 하더라도 주역급 무용수로 컴퍼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도 있다. 주로 클래식 발레 쪽에 집중되어 있던 한국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이 컨템포러리 댄스 쪽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새로운 추세이다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은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와의 춤 교류 채널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공연 교류에서부터 무용수들의 교류, 안무가들의 교류, 나아가 교육적인 프로그램의 교환에서부터 공동 프로덕션까지도 가능해질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컴퍼니에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의 무용수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국 무용계의 위상이나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그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 자체가 그대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일이 되고, 결국에는 문화예술을 통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무용수를 지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무용수 개인에 대한 후원이기보다는, 뒤집어보면 국내 무용계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 이번 ‘강수진과 친구들’ 공연에 초청된 무용수가 소속된 해외 무용단들의 내한 공연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방안은 그들에게 예술 장려금을 지원해주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활동을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알리는 작업, 그리고 그들이 소속된 예술 단체를 초청해 국내에 소개하는 일도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면 무용수와 안무가의 교류에서부터 공동 제작 추진 등 좀더 전략적인 방안도 있을 것이다.
비단 무용수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은 국제 교류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단순히 예술가 개인을 후원하는 것을 넘어 문화예술을 통한 한국의 국가 이미지 고양이라는 큰 목표와도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작업을 존중하고 그들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이제 많은 나라들의 공통된 정책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통한 국제 교류 활성화와 이를 통한 국가 이미지 고양은 한국 정부에서도 정책적인 차원에서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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