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야 할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다”
  • JES 김범석 기자 ()
  • 승인 2007.08.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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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사람이다>(모가비픽쳐스, 오기환 감독)는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올 여름 마지막 호러물이다. <검은 집>을 제외하고 <므이> <샴> <해부학교실> <기담>에 이르기까지 올해 선보인 대다수의 공포 영화는 일제히 1백만 관객을 밑돌았다.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기며 하향 평준화한 현상을 보인 것이다. 마지막 주자 <두 사람이다>가 흥미를 끄는 것은 주인공의 친구와 애인, 가족이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한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도 믿지마. 친구도 가족도, 그리고 너 자신도”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이다. 이전 공포물이 대개 혼자 남겨진 주인공에게 공포의 그림자가 닥친다면, <두 사람이다>는 주인공과 함께 있는 누군가가 가해자로 돌변한다.
촉망받는 고교 펜싱 선수 가인(윤진서)은 대학 진학을 앞둔 팔방미인 여고생이다. 중산층 가정과 의사인 남자친구 현중(이기우)까지 누가 보아도 부러울 것 없는 환경이다. 그런 가인에게 불길한 그림자가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큰 고모의 결혼식에서이다. 식장에서 신부인 고모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벌어지고, 중환자실에 있던 고모가 치정 관계에 얽힌 여동생에게 잔인하게 살해된다.
막내 고모가 첫째 고모를 살해하는 광경을 목격한 가인에게는 계속 이상한 일이 꼬리를 문다.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같은 반 친구와 담임 교사에게 잇따라 살해 위협을 당하게 된다. 친구는 가위로, 교사는 트로피로 가인을 위협한다. 뿐만 아니다. 집에 찾아온 펜싱부 친구가 가인에게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가 하면, 가장 의지했던 남자친구마저 살인마로 돌변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가인에게 말한다. “너만 없으면 돼. 너만 죽으면 돼.”
휴대전화를 오래 쓴다고 혼낸 어머니를 죽인 아들, 유산 때문에 동생을 산에 파묻어버린 형…. <두 사람이다>는 존·비속 살인 사건의 신문 헤드라인을 등장시키며 호기심과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귀신이나 영혼이 아닌, 바로 사람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키워드이다.
또한 따져보면 우발적인 살인은 없다. 질투와 미움, 분노를 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와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모든 살인 사건 이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하며, 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고자 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
“죽일 생각까진 없었고, 그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는데,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닌, 타인 같았다”라는 고백을 통해 눈에 보이는 살인자와 보이지 않는 살인자를 대비시킨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천정에서 핏물이 출렁이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윤진서에게 한꺼번에 쏟아지는 컴퓨터그래픽 장면이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친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소문 때문에 왕따당하는 석민(박기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중간중간 이음새가 헐거워졌다. 가인이 저주를 풀기 위해 강원도에 가는 장면에서 그가 왜 동행했는지도 아리송하다. <선물> <작업의 정석>을 연출한 오기환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8월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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