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은 빚 2천만원”
  • 김회권 기자 ()
  • 승인 2007.09.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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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정현우씨(가명·28)는 일본 어학 연수 때 처음으로 성인오락실을 접했다. 그는 “비디오 게임이었는데 한때 유행했던 ‘야마토’(성인 오락 게임의 일종)라는 게임과 비슷했다”라고 말했다. 부산으로 돌아와보니 일본식 비디오 게임이 성행하고 있었고 재미 삼아 몇 번 하던 것이 중독성으로 변했다고 한다.
“결정타는 바다이야기였다. LCD 창으로 밝게 보이는 게임 화면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그는 부산 근처에서 김해까지 원정을 다니며 게임에 탐닉했고 강원도 정선까지 진출했다. 전형적인 도박 중독의 타입이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를 날리고 부모님으로부터 신용을 잃었다. 남은 것은 빚 2천만원뿐이었다.
그는 ‘행동 중독’ 환자이다. 하지만 정씨 같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2005년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1백98만명의 도박 중독자 중 병적 도박 중독은 98만명, 문제성 도박 중독자는 1백47만명인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는 미국 등 외국의 1∼2%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행성 게임장의 잠재된 중독자까지 합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중독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데 그것은 뇌가 한 번 맛본 기분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기간 도박 등의 행위를 통해 희열을 느끼면 뇌의 도파민 중추가 자극되어 도파민이 분비되는 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도박 중독은 정도가 심하다. “손가락을 끊으면 발가락으로 한다”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도박을 끊을 때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것이 잘못된 이유이기도 하다. 습관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약물의 문제와 비슷한 문제이며 치료가 필요하다. 질병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씨는 정신과에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과 병행해서 시작한 단도박(斷賭博) 모임이 큰 힘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 모임에서 그는 지금도 많은 위로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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