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고래’들 PC방에서도 날뛴다
  • 김회권 기자 ()
  • 승인 2007.09.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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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램으로도 진화…사행성 배가시켜

 

바다이야기는 이미 진화했다. 지난 한 해 전국을 뒤흔들었던 아케이드 게임은 기계에서 빠져나와 컴퓨터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이다. 영업장의 기계만 뺏으면 그만이었던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PC방 형태의 프랜차이즈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28일 대구북부경찰서는 교회 예배당에 바다이야기 온라인 게임을 설치해 영업을 한 혐의로 업주 김 아무개씨를 체포했다. 김씨가 운영한 게임은 ‘온라인 바다이야기’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 머니를 충전한 후 바다이야기를 즐기는 방식이다.
이 사건이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음지로 숨어든 사행성 게임 영업장이 교회 건물에까지 침투했기 때문이다. 비어 있던 2층의 예배당을 꽉 채운 게임용 컴퓨터는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3분할 게임도 선보여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영업장의 모니터이다. 가로가 긴 26인치 모니터는 화면이 3분할되어 있고 각각 게임이 진행 중인데 이제껏 나온 게임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 사람이 한 컴퓨터에서 세 게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한 사람이 오락 기계 세 대를 잡고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대구 북부경찰서 생활질서계 김조한 경사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본사의 서버는 중국에 있어서 검거 자체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가맹점주의 카드를 이용해 은행 거래를 하고 있는 탓에 자금흐름을 잡아내기도 힘들다고 한다.
3분할 게임은 온라인 바다이야기의 사행성을 배가시킨다. 게임에 투입하는 액수가 세 배로 증가하고 빠른 시간에 돈을 잃게 한다. 심지어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바다이야기 아케이드 게임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오락실이라는 것이 손님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장사이지만 온라인 바다이야기는 사기나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아케이드 게임의 환급률(기계에 넣은 돈을 기준으로 한 받는 돈의 비율)은 96%~98% 정도인데, 온라인 바다이야기는 7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본사에 대한 프랜차이즈비 지급과 서버료 등 기타 지출이 많기 때문에 환급률을 낮게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손님들이 돈을 따는 경우가 드물다.
프랜차이즈 PC방을 통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새로운 방식의 PC 바다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컴퓨터 자체에 바다이야기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자와 컴퓨터가 1 대 1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바다이야기 파문 때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유통 구조가 생겼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PC 바다이야기 프로그램의 공급 업자다. 우선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아케이드 바다이야기 프로그램을 PC에 맞게끔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을 한다. 한 중소 도시에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김 아무개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프로그래머들은 대기업 등에서 외주 작업을 하는 솜씨 좋은 사람을 골랐다. 보수는 건당으로 주는데 보통 5백만~1천만원 정도이다.”
프로그램 유통 업자는 설치 및 A/S도 담당한다. PC방 운영을 희망하는 업자에게 컴퓨터 한 대당 40만~50만원 정도를 받고 프로그램을 설치해준다. 김씨는 “서울의 경우 용산에서 주로 40만원을 받고 설치해주는데, 우리는 50만원을 받는다. 서울은 1주일 정도 걸리는 반면 우리는 비싸지만 바로 설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A/S를  위해 찾아간 바다이야기 PC방에 함께 들어가보았다. 신축한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PC방 앞에 승합차 한 대가 서 있고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우리 일행을 쳐다본다. 경찰의 단속을 감시하는 사람이다. 일반적인 미닫이 문인데도 번호키가 장착되어 있고 머리 위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문이 열리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로형 LCD 모니터이다. 김씨는 “바다이야기 게임기의 모니터가 세로로 긴 형태 아니냐.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세로형 LCD 모니터를 쓴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사이버 머니 대신 IC카드 사용하기도
이 업소는 사이버 머니가 아니라 IC카드를 사용한다. 충전식 카드이다. 사이버 머니는 에러가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게임비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며 정산도 편리하다고 한다.
프로그래밍 작업을 할 때는 바다이야기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비주얼과 사운드 작업을 가장 우선한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다. 경찰이 단속을 했을 때 재빨리 피하는 것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카운터에서 ‘닫기’버튼을 클릭하면 포털 사이트로 빠져나가게끔 작업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구식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윈도 화면으로 빠져나온 뒤에는 자동으로 잠금키가 걸리게끔 만들어 게임 자체를 실행하지 못하게 한다. 경찰이 실행 파일을 아무리 클릭하더라도 바다이야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장은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한 손님이 많게는 5대 이상의 컴퓨터를 잡고 있기 때문에 쉬고 있는 모니터가 거의 없었다. “오늘 좀 땄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영 안 올라오네. 고래가 잔다, 자. 한 70만원 잃었다”라고 대답했다. 게임을 30분 정도 지켜보니 과거의 예시 기능(돈을 따기 전에 암시를 주는 그림)과 연타 기능(작은 액수가 연달아 터져 큰 액수를 만들어주는 설정)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설정되어 있는 컴퓨터의 환급률은 대략 95% 이상. 10만원을 넣었을 경우 9만5천원 이상을 배출한다는 말이다. 그럼 업주는 어디에서 이익을 볼까? 환전 수수료이다. 10%의 환전 수수료는 생각보다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업주는 게임의 회전을 빠르게 해 손님들이 환전을 자주하도록 유도한다. 기계가 ‘먹는’ 돈은 전기료 정도이며 정작 손님의 주머니를 터는 것은 환전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먹고 튀는’ 업주들이 많아 환급률도 조작을 하고 있다. 최신 나온 업그레이드 버전인 ‘바다이야기 3.0’은 그런 업주들의 기호를 맞춰서 제작되었다. 손님이 ‘고래’(대박)
 
가 당첨되었을 경우 연타 기능을 통해 10만원을 기계에서 뽑으려면 보통 1만5천원~2만원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최신 버전에서는 기계에 3만원 이상을 넣어야 10만원을 뽑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바다이야기가 진화를 거듭할수록 경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조한 경사는 “대구의 경우 연말까지 상설 단속반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현재도 전담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사행성 영업장이 많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도시에서 밀려난 업자들이 인근의 중소 도시로 진출해 여전히 번성하고 있는 점이다. 대도시에 비해 부족한 경찰 인력으로는 바다이야기의 전파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신원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단속 경찰관은 “너무 많아서 모두를 잡는 건 역부족이다. 시범 케이스로 몇 명 잡는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업주들이 이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1~2개월만 운영하고 사라지더라도 본전을 뽑고 이익을 보는 현실도 경찰을 더욱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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