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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베이징올림픽 남녀 탁구대표팀 감독 유남규·현정화 인터뷰

반도헌 기자 ㅣ | 승인 2007.09.15(Sat) 16: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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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이재호  
 
9월17일이면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지 19년이 된다. 서울올림픽 이후 이른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내년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열린다. 베이징올림픽 무대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금메달 스타 유남규·현정화가 남녀 탁구대표팀 감독으로 나선다. 만리장성으로 불리며 철옹성을 쌓았던 중국 탁구의 벽을 넘어섰던 그들이 이제 사령탑으로 또 한번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을까.
유남규 감독은 서울올림픽 남자 개인 단식 결승에서 동료인 김기택 선수를 3 대 1로 물리쳤다.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결승전은 막바지에 이른 서울올림픽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금메달이 확정된 후 주저앉아 포효하던 유남규 선수의 모습은 서울올림픽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로 꼽혔다.
현정화 감독은 양영자 선수와 환상의 복식조를 이루어 신설된 여자 복식 경기에서 첫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당시 안재형의 연인으로 알려졌던 자오즈민과 첸징이 이룬 중국의 최강 복식조를 2 대 1로 격파했다.
이들의 금메달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 선수가 개인 단식 금메달을 따내기 전까지 한국이 탁구에서 거둔 ‘유이(有二)’한 것이었다.
<시사저널>이 아시아선수권대회(9월17~23일 중국 양저우)를 앞두고 맹연습 중인 두 감독을 만났다.

 

88올림픽 당시를 회상한다면?
유남규 감독(이하 유):당시는 국민적 관심이 올림픽에 쏠려 있었다. 수원에 있는 탁구전용체육관에서 2년 동안 합숙하며 올림픽에 대비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올림픽 탁구대회장이 있던 서울대 앞 모텔에서 40일 동안 숙식을 해결하며 비밀 훈련을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2008 베이징올림픽 남녀 탁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유남규(아래)·현정화(왼쪽) 감독은 스타 선수 출신이어서 부담은 되지만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정화 감독(이하 현):당시 남자 선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당시 양영자 선배와 복식 연습을 하며 남자 선수 모두와 맞상대를 했었다. 그들의 도움에 지금도 감사한다.

선수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유: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한국 선수 끼리의 결승전도 다시 보기 힘든 순간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안재형 선배와 호흡을 맞춘 복식에서 중국과 너무 일찍 마주쳐 동메달에 그친 것이다.

현:역시 최고 대회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을 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첫 출전해 금메달을 딴 1986년 아시안게임이나,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현감독의 첫 개인 단식 금메달이 1993년 세계대회라는 것은 의외이다.
현:단식과 복식 모두에 재능이 있었지만 경쟁력 있는 복식에 치중했었다. 실제로 단체전이 먼저 벌어지기

   
 
ⓒ연합뉴스
 
 
때문에, 주전 선수가 모든 경기를 맡아야 하는 현실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개인전을 치를 때는 이미 녹초가 된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출전한 1993년 대회에서 개인 단식 금메달을 따낼 수 있어서 선수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유감독도 왼손잡이라서 복식에 유리했을 텐데?
유:실제로 남자 팀의 경우도 복식 훈련을 많이 했다. 안재형·김택수 등과 복식조를 이뤄 메달을 따기도 했다. 복식에는 실력 이외에 많은 것이 작용한다.

현:유감독님이 단식에서 우승을 많이 한 것은 워낙 특출 나서지…(웃음) 유감독이 서울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을 당시 경기장이었던 서울대체육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맞다. 진품이 그 곳에 보관되어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조품이다. 당시의 쾌거를 기념하고 국민들이 직접 보시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증했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한 번 얘기해볼 생각이다.(웃음)

스타 출신 감독으로 국가 대표 감독에 동시 선임되었다.
유:스타 출신이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온 이유는 자신의 잣대를 선수들에게 직접 들이대기 때문이다. 자기 색깔을 죽이고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춘다면 문제가 없다. 스타 출신으로서의 장점도 있다. 예전 선수들은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따랐지만 요즘은 다르다. 선수들에게 감동을 주고 스스로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존경을 위해서라도 현역 생활의 명성은 도움이 된다.

현:스타 출신 감독이기에 언론이나 주위로부터 받는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이런 부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극제가 되어 조금 더 생각하고, 공부하고, 조심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압박감 없이는 발전도 없다.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어려운 점은?
유:요즘은 오픈 대회 등 국제 대회가 많아서 체계적인 훈련을 하기가 어렵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합숙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올림픽 때는 합숙 기간도 길었지만 대표 선수들을 국내 대회에 참가시키지 않을 정도로 모두들 합심해서 준비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회 전 6개월 정도의 합숙은 필요하다. 그 정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

현감독은 보기 드문 여성 지도자이다. 여자 감독으로서 힘든 점은?
현:감독으로서 힘든 것보다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힘든 점이 많다. 특히 육아 문제는 가장 어렵다. 육아는 남녀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국가도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서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여자 감독이 여자팀을 지도하는 데는 이점이 더 많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 결혼·출산·육아 등 여자들만이 가진 고민들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하는 각오와 목표는?
유:유승민·오상은·주세혁 등 역대 최고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 주력할 것이다. 단체전의 경우 시드를 받아 중국과는 결승전에서 만난다. 복병으로는 독일·홍콩 정도가 꼽힌다. 특히 홍콩은 중국 출신 선수로 이루어져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결국 중국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현:여자의 경우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어려움이 많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앞서 있는 중국 외에도 홍콩·싱가포르·일본·북한 등이 잘한다. 16강전에서부터 피 튀기는 싸움이 될 것이다. 4강을 목표로 메달 색깔을 바꿔보려 한다. 여자팀이 금메달을 딴다면 10%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하다. 목표를 높게 잡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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