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가게 고양이 된 민중의 지팡이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7.10.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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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백~4백명이 범죄로 처벌…지능·폭력범 늘어

 
요즘 경찰 왜 이러나.” 강도, 강간, 성추행, 절도, 폭행… 경찰의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일 터져나오는 경찰 범죄 때문에 ‘민중의 지팡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 2개월 동안 언론을 장식한 경찰 범죄만 해도 10여 건에 달했다. 현직 경찰관이 부녀자를 납치해 돈을 빼앗고 성폭행을 일삼다가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경기 고양경찰서 이 아무개 경사(39)는 범죄 장비를 사전에 준비하고 강도·강간을 저질렀다. 부하 직원의 손가방에서 현금 30만원을 훔친 정 아무개 경위(47),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장 아무개 경사(37), 서점 화장실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다 들킨 김 아무개 경위(48) 모두 현직 경찰이다. 동료 경찰관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라고 말하지만, 시민들에게는 어이없고 기가 막힌 일이다. 그렇잖아도 여성들은 강력 범죄 때문에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하는 세상이다. 경찰까지 납치와 성폭행을 저지르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막막하다.

강도·강간에 매관 매직까지
경찰 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일반인은 구속될 사안인데도 경찰관의 범죄는 ‘불구속’이 많다. 앞서 언급한 범죄 경찰관들도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징계를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찰청이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07년 7월까지 각종 범죄로 입건된 경찰은 1천4백25명이다. 전체적인 범죄 건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한 해 2백~4백명이 각종 범죄로 처벌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2백57명의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다. 한 달 평균 21명 꼴이다. 전년도와 비교해 강력, 절도 등은 점차 줄거나 비슷한 데 반해 지능범과 폭력범은 늘어났다. 특히 지능 범죄는 전년보다 33건이나 늘어났다.
뇌물 관련 범죄도 많다. 지금까지 1백35명(9.5%)이 뇌물죄로 처벌받았다. 서울경찰청 변 아무개 경위는 올해 1월 금품을 받고 범죄를 무마하려다가 들통이 났다. 충북경찰청 신 아무개 경사는 게임장 업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금품을 받은 대가로는 사건 축소나 단속 봐주기 등이 많았다.
뇌물을 받고 법조 브로커가 된 경찰도 29명에 달했다. 재임시 경찰의 2인자로 군림했던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은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지난해 4월 불구속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전 차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수행 비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경찰과 검찰 조직 간 갈등까지 촉발하게 했던 인물이다. 최 전 차장은 또 상품권 업체 ‘안다미로’의 김용환 사장이 1백억원 대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혐의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민오기 총경은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민총경을 포함한 경찰관 9명이 줄줄이 기소되었다. 민총경은 지난 9월7일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어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도 경찰청 김 아무개 경정(불구속 수사 청탁 명목), 울산경찰청 박 아무개 경사(사건 청탁 대가), 부산경찰청 공 아무개 경사(구청 단속 무마), 서울경찰청 심아무개 경사(개인 정보 유출 대가), 박 아무개 경감(업무상 횡령 사건 소개) 등이 금품을 수수했다가 적발되었다.

 
경찰내부의 매관 매직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었다. 매관 매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경찰관은 경정이나 총경급 간부들이 많았고, 뇌물 공여는 경사·경위가 다수를 차지했다. 승진을 둘러싼 뇌물 공여나 수수 금액은 평균 1천만~5천만원이었다.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은 매관 매직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차장은 2004년 9월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인사 편의 제공 명목으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4천5백만원을 받았다. 2005년 11월 충북제천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김 아무개 총경은 경정 1명, 경위 2명, 경사 1명으로부터 승진 대가로 1억3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이 발주하는 공사와 관련한 뇌물 수수도 심각하다. 2003년 한 해에만 5명의 경찰이 뇌물 수수로 입건되었다. 경찰대학 안 아무개 총경은 2003년 8월 건설 업체 관계자로부터 2천5백만원을 받았다. 
서울경찰청 소속의 한 간부는 “이택순 청장 체제가 되면서 기강이 많이 해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국민의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최근 잇따르는 경찰관 범죄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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