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타고 설설 돌아오는 김우중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07.10.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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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 경제특구 행정장관설·연말 사면설 모락모락…입원 중 정치권 인사와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급진전을 이루면서 ‘김우중 역할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제2 경제특구(해주) 행정장관 내정설이 나오더니 요즘에는 사면설까지 정·재계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회장이 최근 2년 넘게 머물렀던 세브란스병원 심혈관병동에서 퇴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9월 완전히 퇴원했다. 그동안 자택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이번에 퇴원 수속을 정식으로 밟았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측은 “간호가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부인인 정희자씨가 옆에서 보살폈다. 그러나 정씨마저 최근 대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누가 누구를 간호할 상황이 아니어서 내린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현재 부인 정희자씨, 막내아들 선용씨와 함께 방배동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형 집행정지를 받으면서 병원뿐 아니라 집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당분간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이런 움직임이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남북 경협 방안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김 전 회장의 제2 경제특구 행정장관 취임설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0월1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제 특구를 제안하면서 특구 행정장관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앞두고 외부 활동 잦아졌다”
물론 정의원의 주장은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남북 정상은 10·4 선언에서 해주 일대 경제특구 개발을 골자로 하는 ‘서해 협력 특별 지대’설치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이름은 어디에도 거론되지 않았다.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나 정부 관계자들도 “김우중 장관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정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미리 준비한 선물 보따리가 유출되면서 정부가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원은 10월5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미리 준비한 카드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알려지면서 정부가 부작용을 우려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정의원이) 자체 라인을 통해 정상회담 화두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파악한 내용이다. 정부가 관련 사안을 논의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외부 활동이 부쩍 잦았다고 한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퇴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인을 만나거나 정장 차림으로 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외부 시선을 의식해 병원 내에서도 행동을 자제하던 그가 정장 차림으로 외출을 했다는 사실은 병원측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일 만했다.
최근에는 여당의 ㅇ의원과 은밀한 만남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ㅇ의원은 현정부의 ‘대북통’으로 올 초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북한을 다녀온 뒤 “북한 분위기나 우리 정부의 태도를 종합해볼 때 남북정상회담이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ㅇ의원측은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해명 요청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북통인 ㅇ의원이 김 전 회장을 찾았던 점, 이후 김 전 회장이 양복을 입고 외출했던 점으로 볼 때 청와대가 ㅇ의원을 통해 김 전 회장과 관련 사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알려지자 재계에서는 김 전회장과 함께 갖가지 사건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재벌 총수들의 연말 사면 가능성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 김 전 회장이 특사를 받게 되면 다른 총수들의 사면 카드도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심은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쏠려 있다.

재계, 재벌 총수 등 사면 가능성에 기대 커져
정치권이나 재계에서는 연말 크리스마스를 ‘D데이’로 보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뒤 연말이나 내년 초에 국민 화합 차원에서 특별 사면을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특사는 그동안 정권의 발목을 잡았던 사면권 남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회장이 5년8개월여 간의 도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 국회 안팎에서는 김 전 회장의 사면 시나리오가 파다했다. 심지어 정부가 침묵을 조건으로 김 전 회장에게 조속한 시일 내의 사면을 약속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의 특사 조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기 말 사면의 경우 결자해지 차원에서 법적인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여서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연말 사면설이 확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김 전 회장이 풀려나면 정부로부터 연이어 퇴짜를 맞았던 전·현직 재계 총수들의 사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총수들의 사면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지만 번번이 묵살되었다. 실제로 경제 5단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광복절에도 특별 사면 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청원 대상자에는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을 비롯해 김관수 한화국토개발 사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유독 재계 인사의 사면에 대해서는 인색함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대대적인 사면을 단행했지만, 재계 인사는 대부분 사면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김용산 전 극동그룹 회장이 82세의 고령이라는 이유로 사면받은 것이 전부이다.
올해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등 일부가 사면받기는 했지만 재계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시기상조인 감은 있지만 김 전 회장이 대북 사업을 한 전력이 있어 경제특구가 생길 경우 책임자로 발탁될 여지는 있다. 수순에 따라 사면 조치가 먼저 이루어진다면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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