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태양광 발전’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7.11.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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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현대중공업·삼성 등 대기업들 투자 경쟁…유가 상승·정부 보조금 지원 등 ‘배경’도 한몫

 
태양광 바람이 거세다. 삼성·현대중공업·LG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벌 기업들이 차세대 사업으로 태양광 사업을 지목하며 본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수많은 코스닥 업체들까지 태양광 사업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 주식시장에 ‘태양광 테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왜 지금 태양광일까.
기본적으로는 고갈 자원인 유가의 상승과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 강화와 관련이 있다. 태양광은 고갈되지도 않고 공해를 일으키지도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이란 태양전지 소자를 이용해 태양광을 바로 전기로 변환시키는 것. 태양광 기술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라는 점과 대량 생산을 통한 산업화가 쉽다는 점에서 신재생 에너지 기술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실현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태양열이나 풍력, 바이오에너지는 산업화하기 어렵고, 그래서 단위당 생산 원가를 낮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패권은 태양광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해외 진출 사례도 나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는 지난 11월1일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는 (주)LG솔라에너지를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공시했다. LG그룹에서는 이외에도 LG전자가 유리에 박막을 입히는 방식의 태양광전지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투자 규모만 1억 달러 이상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게다가 LG는 이미 태양광 발전에 꼭 필요한 웨이퍼를 생산하는 실트론을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LCD 총괄 석준형 차세대연구소장 산하에 태양 에너지 연구와 사업화를 모색하는 전담 조직(광 에너지 랩)을 만들었다. 삼성이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선정해 본격적으로 키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세계 시장 규모가 2010년 3백61억 달러로 2005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현대중공업은 벌써 실적을 내고 있다. 이미 지난 2005년 8월 울산에 연간 30㎽(15만장)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충북 소이공업단지에 60㎽급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 공장을 세우고 지난 9월부터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내년 2월부터 태양광 발전 설비의 핵심 부품인 솔라셀(태양전지)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스페인의 세계 최대 규모 솔라파크에 200W급 대형 태양광 모듈 5만개를 약 5천만 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내년 1월까지 전남 해남군에 200W급 태양광 모듈 6천장을 설치하는 1.2㎽급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공사를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삼성그룹에서 분사한 태양광 발전 모듈 생산 업체인 에스에너지는 지난 10월 중순 코스닥에 등록되어 태양광 테마주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 하기도 했다. 삼성은 에스에너지를 분사시킨 뒤 최근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삼성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태양광 사업을 선정하고 최근 최치훈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을 윤종용 부회장의 보좌역실 고문(사장급)으로 영입했다. GE는 수익성이 좋은 플라스틱 사업부를 매각하고 물이나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사업 쪽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삼성이 GE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눈여겨본 결과라고 볼 만하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 사업은 삼성 계열사들에게 낯설지 않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있는 분야이다. 특히 태양광 모듈 제조는 반도체 제조와 과정이 비슷하고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웨이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에는 LCD 사업도 함께 하는 샤프나 교세라 같은 일본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고, 태양전지 사업에서는 전자 업체 샤프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33%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태양광 발전 사업의 소재 분야는 삼성전자가, 태양전지는 삼성SDI가, 발전 설비 시스템 및 설치는 삼성물산과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전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에서는 지난 6월 전남 진도군과 진도 고군면에 약 2백50억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립하기로 투자 협약을 맺는 등 구체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삼성·현대중공업·LG 등 거대 재벌이 이제 움직이기 시작하는 정도라면, 발 빠른 코스닥 업체들은 이미 태양광 재료로 요동치고 있다. 소디프신소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강추’를 받고 있고 디아이세미콘, 에이치앤티, 퓨처비젼 등이 태양광 사업에 신규 진출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립·적용 기술 쪽 과잉 투자…기초 소재 개발에 나서야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국내 기업들의 태양광 사업 진출 러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원천 기술이나 기본 소재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과점 상태인데 레드오션 격인 조립과 적용 기술 쪽으로 국내 업체들이 제한된 시장에 과잉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시 전력 발전 원가는 ㎾H당 25~40센트로 화력·원자력 등을 이용한 기존의 발전 방법에 비해 3~10배에 달한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kW당 설치 비용을 공시하고 설치비의 60% 정도의 보조금을 무상 지원하며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 등 기존 에너지 값이 요즘처럼 가파르게 오르면 이런 보조금이 없어도 태양광 에너지는 경쟁력이 생긴다. 게다가 태양광 전지나 소재가 대량 생산되면 값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2010년 태양광 에너지의 생산 원가를 와트당 23엔 수준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에는 14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산업용 전력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그때가 되면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의 상업성이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발전 원가를 따지면 태양광 발전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 없이는 자생력이 없다. 하지만 교토의정서에 의한 탄소 배출량의 총량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현재의 기업 환경과 유가의 상승은 기업들에게 미래 수익원으로서 태양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의 투자 분야가 동양제철화학을 빼고는 대부분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의 기초 소재가 되는 모노실란이나 폴리실리콘 분야는 세계적으로 4개 업체만 생산하고 있다. 이 분야에 동양제철화학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중공업, LG전자가 뛰어들거나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태양전지 사업은 국가적으로 태양 에너지 사업을 독려하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의 큐셀, 교세라 등 10여 개 업체가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데다 수많은 사업자가 신규 참여를 선언하고 있는 분야이다.
지금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이 향후 5년 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산업용 전력 시장에서 외국의 선발 업체들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지, 과연 미래의 먹을거리 사업으로 제몫을 해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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