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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주고 사랑 받는’ 동네 가게들

일본 소점포들, ‘세심한 서비스’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 대형 점포 틈바구니 속 ‘친밀감’ 주는 마케팅으로 고객 유인

박영경 (해외정보 작가) ㅣ 승인 2007.11.03(Sat) 17: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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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대형 할인 마트와 유통점에 밀려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은 가게들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마케팅을 앞세워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세심한 서비스로 손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해 지역 밀착 마케팅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월간지 <쇼쿄카이(商業界)>에 실린 ‘작은 가게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흐름을 파악해 보았다.

사례① 취향 같은 단골 손님만 모신다 

인테리어 생활 잡화점 ‘이만-몽프르미에’

 도쿄의 지유가오카(自由が丘)에는 주부층의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인테리어 생활 잡화점 ‘이만-몽프르미에(Imane-Monpremiere)’가 있다. 잡화점이나 인테리어 숍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만’의 상품 구성이나 가게 디자인은 철저하게 특정 손님을 위주로 꾸며져 있다.
작은 가게로서 성공할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 ‘이만’의 다나카 요시미(田中芳美) 사장은 “일관된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나름의 확고한 콘셉트를 가지고 가게를 시작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어 가다보면 어느새인가 콘셉트는 흐지부지해지고 이도저도 아닌 가게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만’은 다르다.
다나카 사장의 지론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만’의 제품을 좋아하는 손님만 와주면 된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가게는 모르는 손님이 선뜻 들어가기 힘든 ‘배타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밖에서는 가게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을뿐더러 큰 돌문을 지나 좁은 계단을 내려가야 겨우 가게에 들어갈 수 있는 식이다. 다나카 사장에 따르면 “잠깐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이만’의 세계에 손님들이 푹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일부러 외부와 차단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 월간지 <쇼코카이> 11월호(위)는 ‘작은 가게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다.
이곳의 주력 상품은 법랑을 이용한 프렌치 주방 소품들로, 가격대가 10만원 이상으로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매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45%가 상품을 살 정도로 구매율이 높다. 또 단골 손님의 비율이 높다. 많은 사람이 되도록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애쓸 때 다나카 사장은 철저하게 일부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많은 단골 손님을 확보했다.

사례② 생산, 판매, 광고까지 직접 ‘친근하게’ 다가간다 

‘얼린 떡’ 전문 떡집 ‘고노하타’

매장 판매와 통신 판매를 합쳐 하루에 2만개가 팔리는 떡이 있다. ‘고노하타(木の幡)’라는 떡집의 ‘시미텐(凍天)’은 ‘시미모치(일본에서 겨울에 즐겨 먹는 얼린 떡으로 보통 뜨거운 물에 녹여 설탕을 쳐서 먹는다)’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떡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고노하타’ 공식 사이트뿐 아니라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주문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처음 인터넷 판매를 시작하게 된 것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고노하타’는 오픈 키친에서 만드는 과정을 손님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시미텐’을 파는 것이 원칙이다. 남은 것은 모두 폐기 처분했다. 고와타 씨는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그래서 급속 냉동시킨 ‘시미텐’을 일본 전역의 손님에게 통신 판매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라고 설명한다. 상품 제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직접 해내는 것은 ‘고와타 식품’의 창업 이념이기도 하다. ‘고노하타’ 떡집은 네 군데 모두 작은 편의점 정도의 크기로 교통편이나 위치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럼에도 평일 오전부터 가게가 붐비는 것은 일반적인 창업 마케팅이나 컨설팅에 의존하지 않고 대형 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친근한 동네 떡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덕분이다.

사례③ ‘공항 도시락’으로 대박

구운 고등어 초밥 전문 ‘우미노 메구미’

연매출이 몇 만 엔에서 10억 엔(약 79억원)으로 뛰어오르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성공 스토리가 있다. ‘우미노 메구미(海の惠み·바다의 은혜)’의 야베 미치코(矢部みち子) 사장은 유명 식품회사 사장이었지만 50세에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때 그녀의 인생을 바꿀 큰 계기가 된 것이 한 장의 낡은 명함이었다.
야베 사장은 13년 전에 일본항공(JAL)을 방문했을 때 관계자들의 명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명함을 소중히 간직해온 그녀의 성실함에 일본항공 관계자는 흔쾌히 만남을 수락했고, 계열사인 ‘JALUX’를 소개해주었다. JALUX는 항공기나 공항 관련 사업을 하는 곳으로 그녀가 가져온 ‘구운 고등어 초밥’에 흥미를 보여 신상품으로 내기로 결정했다.
“얼마를 가져오든 상관없다”라는 관계자의 말에 용기를 얻은 야베 사장은 2백개의 구운 고등어 초밥 도시락을 만들어 첫 번째 납품을 위해 JALUX를 방문했다. 그러나 막상 제품을 들고가자 “2백개는 너무 많다. 20개면 충분하니 나머지는 갖고 돌아가라”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녀는 포기하고 물러나지 않았다. “어차피 가지고 돌아가도 별 수 없으니 손님들에게 시식용으로 제공하게 판매대를 빌려달라”라고 사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식을 한 손님들이 하나 둘씩 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1백80개의 도시락이 모두 팔렸다. 납품을 거절당한 것이 오히려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만일 2백개를 모두 납품했더라면 이렇게 많은 손님이 시식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고 1백80개가 모두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후로 ‘공항 도시락’으로 인기를 끌면서 점점 주문량도 늘어 매일 1천~2천개를 납품하게 되었다. 

사례④ 기술 20%, 서비스는 80%

쇼도시마 섬 미용실 ‘커트 인 샤이’

미용실만큼 성별이나 취향, 혹은 나이에 따라 고객층이 특화되어 있는 분야가 또 있을까. 그러나 가가와 현의 ‘커트 인 샤이’는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는 모든 고객층을 두루두루 소화하는 특이한 미용실이다.
이곳의 오너인 스나미 요시미쓰(須波善光) 씨는 오사카 등지에서 10년 동안 미용사로 일하다가 자신의 고향인 가가와 현의 쇼도시마라는 섬에 미용실을 차렸다. 30평 남짓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모두 9명으로 규모에 비해 많다. 이는 “고객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8명 이상의 스태프가 필요하다”라는 스나미 씨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미용 기술이나 장비 면에서도 늘 새로운 유행을 공부하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스나미 씨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기술 20%에 서비스가 80%로 고객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첫 번째가 고객의 만족이고 두 번째가 스태프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가장 마지막이 오너다. 혼자 경영하는 미용실을 보면 오너가 우선인 곳이 많은데 그런 식으로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다”라고 다시 한 번 자신의 경영 이념을 강조했다.

사례⑤ ‘로하스’ 시대 ‘친환경’으로 특화

천연소재 의류점 ‘에코마코’

작은 업체라고 해서 시대의 흐름과 유행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때의 유행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은 웰빙 트렌드도 그중 하나이다.
나가노 현에는 ‘에코마코(ECOMACO)’라는 의류 판매점이 있다. 언뜻 보면 자연스럽게 구김이 간 편안한 옷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훨씬 정교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다.
‘에코마코’의 설립자인 오카 마사코(岡正子) 씨는 자연, 곧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천연 재료로 옷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녀가 친환경 의류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환경이나 자연보호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가 끝나면서 앞으로 인간과 환경 모두를 위한 ‘로하스(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 패턴)’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에코마코’ 의류는 가볍고 활동하기 편리하다. 우선 이곳의 옷은 자연소재인 울이나 면, 옥수수, 대두, 대나무 등을 쓴다.
옷은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니 만큼 소재뿐만 아니라 호두나 참깨, 쪽잎 등의 천연 염료로 다양한 색상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무엇보다 옷은 입었을 때의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옷 사이즈에 사람의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에 자연스럽게 옷이 감길 수 있도록 독자적인 주름 공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입었을 때의 편안함은 물론이고 활동성이 좋은 천연 소재 의류가 탄생하게 되었다.
가게 내부 또한 고객들이 편안한 기분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자연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원래의 색과 형태를 유지한 목재를 메인으로 의류의 원료인 옥수수와 참깨 등을 함께 전시했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고객층도 20~70대 여성으로 폭이 넓다. 오카 씨에 따르면 “자연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것 같다.” 인간과 자연을 따로 떼어놓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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