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삼키는 ‘괴물 펀드’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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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수조원 끌어들이며 ‘대박 행진’…“헤지펀드 아니냐” 의혹 눈길도

지난 10월22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발매한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형 투자신탁 1호’에  11월7일까지 3조3천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시중의 유동자금을 그대로 빨아들였다는 얘기이다. 미래에셋 내부에서는 이 펀드의 설정액을 10조원으로 보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아시아 최대 규모의 펀드는 베어링자산운용이 만든 차이나펀드로 8조5천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인사이트펀드로 몰려드는 돈의 기세를 보면 아시아 최대 규모 펀드의 명예가 이 펀드에 안겨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증권 업계에서는 인사이트펀드로 몰리는 돈의 흐름을 보고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충성도가 너무나 충실하고 뜨겁다는 것이다. 둘째는 헤지펀드 성격이 강한 인사이트펀드가 어떻게 금융감독원의 상품 인가를 받아낼 수 있었냐는 점이다.
투자자교육재단의 박병우 사무국장은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투자라는 것이 로또를 하는 게 아님에도 최근 투자자들이 평균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특출난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올해 미래에셋의 차이나펀드가 대박을 터뜨린 이후 그런 기대 심리가 인사이트펀드에 그대로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로또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문제

한 증권사의 펀드 애널리스트는 “일반인들이 ‘박현주=미래=대박’이라는 맹신을 갖고서 펀드의 성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인사이트펀드가 중국펀드나 인도펀드처럼 해외 이머징마켓에 투자해 대박을 얻는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3년째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다 보니 미래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 심리가 하늘을 찔러 ‘비이성적인 시장 수익률을 기대하며 인사이트펀드에 돈을 묻는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기대 심리에 대해 “미래에셋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펀드 규모가 일정 이상 커지면 설정액 한도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기도 한다. 수익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못할 경우 시장 교란 요인이 될 수도 있다”라며 미래에셋측의 신중한 행보를 당부했다. 
실제로 인사이트펀드는 중국이나 인도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유망한 투자처가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가리지 않고 투자하겠다는 혼합형 펀드일 뿐이다. 인사이트펀드는 주식형 펀드처럼 편입 비중의 제한이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에 펀드 자금을 모두 투자할 수도 있고 ‘채권에 다 걸기’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인사이트펀드는 아직까지는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설정된 자금의 3분의 2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펀드 판매사 쪽에서 ‘초과 수익률’과 ‘미래에셋 성공담’에 고무된 고객들에게 이 펀드의 성격을 명확히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인사이트펀드를 발매하면서 투자자의 기대 심리를 자극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초 미래에셋은 별도의 벤치마크 없이 매력적인 투자처에는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산의 100%를 투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이트펀드의 성격 규정에 대한 논란이 들끓자 지난 11월2일 벤치마크로 MSCI월드 주식지수를 사용한다는 공시를 냈다. 이는 모건스탠리의 포트폴리오를 따라 하며 그에 준하는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미래에셋 쪽에서는 이 또한 벤치마크가 아닌 수익률을 비교하기 위한 참조 사항 또는 ‘기초 벤치마크로 활용한다’라는 식의 설명을 하고 있다.
또 발매 초기에 1천만원 이하의 자금을 받지 않거나 판매 루트별 설정액 한도를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귀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부추겼다. 실제 판매 창구로 활용된 한 은행의 경우 설정액 한도가 다 찬 뒤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한도를 없애고 다시 판매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아예 설정액 상한선을 없애고 무제한 판매를 시작했다.

금감원 “인사이트펀드는 헤지펀드 아니다”

두 번째 논란은 인사이트펀드가 헤지펀드냐 아니냐는 점이다.
헤지펀드는 100명 미만의 투자자에게서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국제증권과 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 이익을 올리는 민간 투자 기금으로 일종의 사모 펀드이다. 소수의 몇몇이 알아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기에 별다른 규제 장치도 없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인사이트 사모펀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이트 사모펀드는 운용수수료를 1.4% 대로 낮추는 대신 MSCI월드 인덱스보다 수익률이 연 5% 이상 나는 경우 초과된 수익률의 20%를 성과보수제로 받겠다고 한다. 이는 헤지펀드적인 요소가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이에 비해 공모 펀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러 가지 규제 장치를 걸어놓고 있다. 금융 지식과 시장 정보에 열등한 위치에 놓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이다.
펀드 애널리스트 ㄱ씨는 “미래에셋이 주장하는 스윙 전략은 일반적인 공모 펀드의 성격에 부적당하다”라고 지적했다. 공모 펀드라면 투자 대상과 투자 비율에 제한이 있어야 함에도 인사이트펀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스윙 전략이 논란을 빚는 것과 관련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투자 대상을 발굴해 집중 투자하고, 매력적인 투자 대상 발굴시 투자 대상을 옮기는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ㄱ씨는 ‘나를 믿고 따르라’라는 식의 투자 지침이 공모 펀드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인사이트펀드를 ‘점쟁이 펀드’ 또는 ‘몰빵 펀드’라고 혹평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인사이트펀드가 헤지펀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자산운용감독국 박원호 국장은 “인사이트펀드가 차입이나 공매도가 불가능한 공모펀드일뿐더러 증권 등 유동성이 있는 자산에만 투자하는 상품이기에 헤지펀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사이트펀드 논란이 펀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오해가 빚어낸 해프닝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펀드 판매사에서 일반인들이 무턱대고 ‘박현주 펀드’ ‘미래에셋 펀드’를 찾는다고 파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이다.
펀드 판매사 쪽에서 투자자들에게 상품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고지하면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 박국장의 주장이다.
박국장은 “특정 펀드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셋 말고도 비슷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있다”라며 헤지펀드 논란이 특혜설로 번지는 것을 일축했다. 인사이트펀드가 공모 펀드 규정에 맞았고 이런 규정만 맞춰준다면 제2, 제3의 인사이트펀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시장의 비관론자 진영에서는 인사이트펀드 등장과 관련해 또 다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같이 잘나가는 회사에서 왜 이런 상품을 출시해 논란을 부추겼느냐는 것이다. 이를 국내 증시의 조정 국면과 결부해 풀이하는 일단의 분석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1천8백선 이하로 깨질 경우’를 주목하고 있다. 지수가 폭락할 경우 기존 펀드의 실적이 추락할 것이고 펀드 가입자의 환매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그때 가장 많이 잃는 쪽은 최근 펀드 시장을 휩쓸고 있는 미래에셋이 될 것이기에 그런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대형 펀드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국내 증시의 대폭적인 조정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바탕한 ‘설’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가 등장할 만큼 미래에셋의 일거수일투족이 시장에서 주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지난해 중국과 인도 쪽을 집중 방문한 뒤 연말께 중국·인도 지역 투자 진군 명령을 내렸다. 미래에셋에서는 관련 상품이 쏟아졌고 이 상품들이 올 2분기 이후 금융 시장의 최대 히트작이 되었다. 박회장은 올해 들어 영국을 자주 찾았고 지난 10월 중순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인사이트펀드를 출범시켰다. 인사이트펀드는 미래에셋의 영국법인이 운용한다.
지난해 중국 펀드를 출시하고 올해 대박을 터뜨린 박회장의 투자 감각이 런던에서도 먹혀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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