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자락 들썩일 ‘우리 것’ 한마당
  • 전지영(국악평론가) ()
  • 승인 2007.11.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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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국악당 개관 기념 축제 <목멱풍류> 명인·명무들 모여 전통 예술 공연장 탄생 축하

 
서울 한복판에 국악 전문 공연장이 들어섰다.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던 터인 중구 필동 남산한옥마을에 국악 전문 공연장인 ‘서울남산국악당’이 11월21일 개관한다.
남산국악당의 운영은 세종문화회관이 맡는다. 남산국악당에서는 <목멱풍류>라는 이름으로 오는 11월21일(수)부터 12월2일(일)까지 12일간 이 시대의 명인·명무들이 대거 출연하는 전통 음악과 전통 무용 행사가 펼쳐진다. 목멱(木覓)은 남산의 옛 이름으로 남산에서 벌어지는 풍류라는 얘기이다. 이 행사를 통해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전통 예술 공연장의 존재를 알릴 계획이다.
<목멱풍류> 축제에는 기악과 성악, 남무와 여무 등 국악의 모든 장르가 망라되어 있다. 11월21일부터 25일까지는 성악, 11월27일부터 12월1일까지는 기악, 11월26일과 12월2일은 무용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뿌리 깊은 소리빛깔’이라는 주제의 성악 공연은 기존의 관행처럼 장르별로 구분하지 않고 조(調)별로 분류해서 5일 동안 열린다.
썩 합리적인 분류는 아니지만 공연 편의를 위한 것으로 정가(11월21일), 계면조(11월22일), 메나리(11월23일), 우조(11월24일), 평조(11월25일)로 설정되어 있다. 각각의 공연은 소위 명창급의 연주자와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 꾸민다.
정가는 대표적인 예술음악인 가곡·가사·시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명인급에 해당하는 김호성씨, 그리고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황숙경·이준아·김병오 씨 등이 출연하며 반주는 서울악회가 맡는다. 노래를 할 김호성·황숙경 씨 등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남녀 가객 중에서 으뜸의 질감을 가진 소리꾼이고, 반주를 맡은 서울악회 역시 대표적인 정악 연주 단체이다.
계면조에는 주로 남도소리가 포함되는데, 육자배기류의 남도민요와 판소리의 애절한 대목이 주를 이룬다. 남도명창인 성창순, 김일구 씨 외에 그 아래 세대에 해당하는 김명자·최진숙·김태희 씨 등 남도소리 전공의 소리꾼들이 준비하고 있다.
메나리는 원래 백두대간 이동(以東) 지역의 농요를 가리키지만 현실적으로는 백두대간 이동 지역 민요 전반을 가리키는 대명사이다. ‘한오백년’이나 ‘정선아라리’를 생각하면 되는데, 흔히 남도소리와 경기소리는 그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명창들이 존재하지만 메나리는 그렇지 않다. 메나리 민요 일부는 경기명창들이 하고 일부는 남도명창들이 하는 식으로 양분되어 있다. 따라서 메나리 공연은 경기소리와 남도소리 전공자들이 공동으로 무대를 꾸밀 수밖에 없는데, 경기소리의 김영임씨 외에 남도소리의 정회석·이영신 씨 등이 함께 한다.

기악·성악·남무·여무 등 모든 장르 망라해

우조는 원래 판소리에서 꿋꿋한 소리를 지칭하는 것인데, 무형문화재 보유자에 해당하는 송순섭·안숙선 씨 및 젊은 세대인 유미리·안선영 씨 등이 함께 한다. 송순섭씨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에서 ‘적벽가’를 부르는 소리꾼으로 출연해 호쾌한 맛의 판소리가 어떤 것인지를 영화관객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평조는 악조로서 경기민요의 선법을 지칭하고 판소리에서는 화평한 대목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경서도민요의 인간문화재인 이춘희·김광숙 씨와 함께 이금미·유지숙 씨, 그리고 남도소리의 남상일씨가 출연한다. 아울러 정가를 제외한 전반적인 소리 반주는 김청만(장구), 정화영(북), 원장현(대금), 한세현(피리), 김무길(거문고), 박종선(아쟁) 등 이 시대 최고의 민속 악사들이 맡는다.
‘향기 나는 가락여울’이라는 타이틀의 기악 연주 역시 내로라 하는 명인들의 잔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야금·거문고·대금·해금·피리 다섯 악기에 각각 정악 및 산조 명인들이 함께 공연을 펼친다. 정악과 산조를 연주할 연주자는 각각 가야금(11월27일)에 최충웅·정회천 씨, 거문고(11월28일)에 이오규·하주화 씨, 대금(11월29일) 김정승·박환영 씨, 피리(11월30일) 정재국·최경만 씨, 해금(12월1일) 조운조·김영재 씨 등인데, 대부분 최고임을 자부하는 연주자들이다. 한 공간에서 한 악기 명인들의 정악과 산조가 품어내는 예술성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전통 무용의 경우 역시 이 시대 최고의 남무와 여무가 출연해서 판을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11월26일에는 <허공에 그리는 삶, 춤>이라는 제목으로 김영숙·진유림·양성옥·김삼진 씨 등의 여무가, 12월2일에는 <범나비야 너도 가자>라는 제목으로 채상묵·임이조·최종실·국수호(디딤무용단) 씨 등의 남무가 무대를 달굴 예정이다. 임이조씨가 서울시립무용단장이고 소고무를 출 예정인 최종실씨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원년 멤버인 점에서 보듯이 이들 출연진은 모두 국내 국악계에서 내로라 하는 예인들이다.
개관 기념 축제가 끝나면 12월6일부터 12월30일까지 개관 기념 창작 공연 두 편이 연달아 무대에 올려진다. 첫 번째 타자는 소리극 <영영사랑>.
연극계에서 최고의 연출가로 꼽히는 오태석씨가 연출을, 국악인 신영희씨가 장창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신영희씨는 배우 이호재씨와 함께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두 번째 창작 공연물인 <그림 손님>은 창작 공모 우수작으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영상을 통해 무대에 재현한다. 남산국악당측은 이 공연을 ‘영상 소리극’으로 정의했다. 국악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공연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쉽다. 내용은 정선의 양천 현령 시절, 친구와의 우정과 풍류의 세계를 음악과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이때 무대에는 겸재가 그린 <목멱조돈>이나 <압구정>, <인왕제색도>, <금강전도>가 펼쳐진다.
연출은 중견 연출가인 조광화씨가, 음악은 국악과 영화음악·퓨젼 공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일씨가 맡아 국악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보여준다. 오영수·한애리·이영철·김윤태·김진태 씨 등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서울 강북쪽 구도심에는 정동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삼청각 등이 전통예술 무대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들 공연장에서 정기적으로 올리는 국악 프로그램은 외국인 관광객용으로 호평을 얻었지만 정작 국내 공연 수용자 계층에게는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때문에 국악계에서는 이번 남산국악당 개관이 창작 전통 공연 예술 작품의 공연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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