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제대로 들립니까?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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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에 들어서는 남산국악당에 소리꾼들 기대 반 걱정 반

 
서울의 공연장은 LG아트센터가 생긴 뒤에는 음향이나 기획프로그램에서 강남 지역에 주도권을 내줬다. 국악공연장 역시 1990년대 중반에 예술의전당 옆에 국립국악원의 예악당과 우면당이, 무형문화재전수회관의 풍류극장이 선릉에 들어서면서 강남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전통예술 전용극장을 표방한 공연장의 경우 음향 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풍류극장의 음향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3백석의 우면당이나 8백석의 예악당 역시 음향 면에서 아쉽다는 소리가 나오고는 했다. 예악당의 경우 “한 번 공연하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라는 소리꾼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소리가 생기 없이 퍼진다는 것이 이들에게서 터져나온 대체적인 불만이었다. 결국 예악당은 음향 쪽 보강 공사를 벌여야 했다. 때문에 남산국악당이 한옥마을에 들어선다는 얘기에 공연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전통예술은 서양식 극장이 아니라 사랑방이나 마당 등 한국식 무대에서 펼쳐져야 제대로 된 흥취를 누릴 수 있고, 음향 효과도 더 좋아지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무대 등 너도밤나무로 마감해 울림 재현

남산국악당이 한옥의 양식미를 따른 전통 공연장이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남산국악당은 지하 2층, 지상 1층의 건축물이다. 지하 2층은 콘크리트 타설로 이루어진 양식 건물이고 1층은 전통 목조 한옥이다. 대신 공연장 내부의 돌출형 무대와 객석, 통로 바닥, 벽체는 모두 너도밤나무로 마감해 전통 한옥의 울림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했다. 전통 공연예술장에서 가장 취약한 점으로 꼽히는 음향에 매우 신경을 쓴 셈이다. 또 지하 1층의 공연장 로비는 선큰가든과 맞물려 있다. 선큰가든은 지하층의 답답한 인상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서양식 무대가 장막이 내려지면 무대와 객석이 완벽하게 단절되는 액자형(프로시니엄)이라면 남산국악당은 장막 앞에도 돌출형 마루 무대가 설치되어 관객이 공연자를 둘러싸고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이는 대표적인 전통 공연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삼청각 무대도 애초에는 돌출형 구조로 만들었다가 다시 프로시니엄으로 돌아가버린 전례가 있다.
남산국악당에서 아직 정식 공연이 열리지 않아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만족감을 불러일으킬지는 평가하기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국내 공연장 중 전통 무대 환경에 가장 근접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만은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하다. 남산국악당측은 “무대에서 조명을 빼고 일체의 전기 설비를 이용하지 않는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꾸며진 국악 전문 공연장”이라고 주장했다.
국악계에서는 남산국악당이 단순한 외국인 관광객용 ‘순례코스’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한 국악인은 “강북쪽 몇몇 공연장이 국악인에게 극장이라기보다는 관광을 겸한 임대 공연의 이미지로 알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체험’이나 ‘외국인’을 위한 행사는 전통예술을 알리는 행사로 필요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본말이 전도되어 볼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악인들의 주장이다. 남산국악당 역시 청소년이나 외국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과 보고용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관광 가이드를 통해 단체 손님을 받는 등 또 하나의 외국인 관광용 극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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