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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던 ‘지지율 맷집 ’ ‘BBK탄’도 견딜까

이명박 후보, 실수·사과 연발에도 ‘요지부동’…김경준씨 수사에 명운 달려

김행 편집위원 ㅣ 승인 2007.11.19(Mon) 11: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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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은숙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런저런 실수와 잘못으로 국민에게 사과한 게 도대체 몇 번일까. 자녀 취학용이라고 둘러댄 위장 전입, 5·18 묘소에 안치된 고 홍남순 변호사의 상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행동, “충청도 표는 이기는 데로 따라 다닌다”라는 충청도 폄하와, ‘장애 태아 낙태 허용’ 같은 장애자 폄훼 등등. 크고 작은 실수와 사과의 행진에 끝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율이 크게 출렁인 기록이 없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 선언 직전까지 50%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심지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이 확정되었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망신당했어도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반대편에서조차 “이후보에게 천운이 따르나 보다”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이다.
물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악재이다. 대권과 당권을 독식하려다 박근혜 전 대표측의 반발을 산 것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회창발 위기’는 관리가 가능해 보인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에게 ‘원칙’으로 접근해 ‘원칙적’ 지지를 얻어냈다.

범여권 “김경준 입에서 두 가지만 나온다면…”

그러나 대선이 40일 안쪽으로 다가오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화염병’을 안고 11월16일 귀국했다. 그의 아버지는 “(경준이가) 한국에 가서 이명박 후보 쪽과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라고 예고했다. 마침내 BBK 뇌관에 불이 붙었다.
또 이후보 두 자녀의 이후보 소유 부동산 회사 위장 취업은 BBK 못지않은 악재이다. 20대, 30대 백수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재벌급’인 이후보가 자녀에게 몇 백만원을 쥐어주기 위해 위장 취업시켰다면 젊은이들과 청년백수 부모의 속을 박박 긁는 상황이 된다.
BBK 김경준씨 관련 의혹은 이후보가 키웠다. 홍준표 의원의 주장대로 “김경준에게 사기당했다”라고 한마디 했으면 넘어갈 수 있었을 사안이었을지 모른다. 홍의원에 따르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바람에 국제금융 사기꾼에게 “당했다”라는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BBK는 김씨가 1999년 4월 세운 투자자문 회사. 김씨는 이후보와 함께 30억원씩 투자해 사이버종합금융회사인 LKe(공동대표 이명박·김경준)를 설립하고, BBK를 자산운용 자회사로 편입시켰는데 바로 이 BBK가 대한민국 대선을, 이후보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나타난 것으로만 보면 이후보도 피해자이다. 투자금 30억원을 날렸고,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회사라고 주장하는 (주)다스가 투자한 1백90억원의 대부분까지 김씨에게 떼였다. 무엇보다 “그러면서 무슨 경제 대통령이냐”라는 비아냥이 가장 아플 것이다.
범여권은 김씨 귀국에 맞추어 마지막 종이학을 하늘로 날리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씨의 입에서 두 가지만 나오면 “이명박 후보는 끝”이라는 얘기를 서슴지 않고 한다. 하나는 (주)다스가 BBK에 투자한 1백90억원이 ‘이후보의 돈’이라는 말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후보와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변호사와의 관계이다. 두말할 것 없이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폭로를 의미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김씨 송환에 앞서 ‘이명박과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면서 “경준이가 (한국에) 뭐하러 가겠느냐. 그거(폭로) 하러 가는 것이다. 확실한 것을, 모든 것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 이후보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에리카 김씨도 한때 “신변 보장만 되면 한국에 가서 증언대에 서겠다”라고 별렀다. 김씨 일가가 이후보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제부터는 검찰이나 이후보 쪽이나 시간 싸움이다. 김씨 귀국 후, 수사는 1주일 안에 끝나야 한다. 검찰도 후보 등록 전 수사 종결을 예고했다. 후보 등록은 11월25, 26 양일간이다. 만약 김씨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흘러나오거나, 이후보의 잘못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경우 지지율이 어떻게 춤출지 알 수 없다. 통합신당 민병두 의원은 “이후보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점쳤다. 이회창 후보 진영의 이흥주 특보는 ‘역전’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물론 김씨를 국제금융 사기꾼으로 보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언론인 손충무씨는 최근 김씨가 미국 여권을 4개 이상 소지하고, 한국에서 도망온 뒤 죽은 동생 이름으로 여권을 발부받아 한국을 몰래 드나들었으며, 운전면허증도 2개나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주가 조작을 통해 벌어들인 3백84억원(약 3천8백만 달러)을 미국으로 빼돌려 스위스 은행 비밀구좌에 1백90억원(약 1천9백만 달러)을 입금시키고 또 다른 미국 은행에 1백억원(9백20만 달러)을 입금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집을 사는 데 6백만 달러를 썼으며 부모에게 최신형 벤츠 자동차를 사준 것으로 수사 기록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 김씨는 한국 검찰과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BBK와 이후보와 무관하다”라는 자인서도 제출한 바 있다.

두 자녀 ‘위장·유령 취업’ 문제로 인터넷 ‘요란’

   
 
ⓒ시사저널 황문성
 

잇단 악재에도 이명박 후보(위)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이다.

BBK가 천둥 번개라면 이후보 두 자녀의 이후보 소유 부동산관리회사 위장 또는 취업 문제는 ‘잔매’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잔매에 장사 없다”라고 했던가. 서서히 하지만 오싹하게 온몸을 적시는 늦가을의 부슬비 같다. 어느새 인터넷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인터넷이 달아오르자 “상근한 것은 아니지만 건물 관리에 일부 기여한 바가 있어 직원으로 등재한 것이며, 아들은 외국계 기업 인턴이어서 입·퇴사가 없다”라는 말이 해명으로 나왔다. 그것도 이후보가 아니라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서이다. “괜한 트집”이라는 핀잔도 덧붙였다. “아들과 딸은 소득세도 내고 건보료도 냈다”라고도 했다.
결국 이후보가 사과했다. 보도 자료를 통해서이다. “딸이 별다른 직장이 없어 건물 관리나마 도우라고 했고, 생활에 보탬이 될 정도의 급여를 줬는데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유학 가 있는 동안 이 부분을 정리하지 못했다. 잘못이 있음을 인정한다”라고 했다. 이 역시 기름을 끼얹었다.
문제의 이후보 소유 영포빌딩의 관리사무실은 지하 3층에 있다. 통합신당이 진상조사반을 보내 확인한 내용이다. 지하 3층이라면 일반 근로자도 근무하기를 꺼리기 마련이다. 이후보 해명대로라면 금쪽같은 이후보의 딸과 막내아들이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것이 된다. 더구나 딸은 줄리어드 음대 출신이다. 검사 출신 남편과 미국에 가 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기간에도 딸이 영포빌딩 관리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이후보의 사위는 삼성화재 상무보이다. 모르기는 해도 고액 연봉일 것이다. 그런데 이후보 진영 박형준 대변인은 “이후보 딸이 ‘어떤 일’을 약간하고 1백20만원씩 생계비 지원 형태로 나간 것”이라고 했다.
이 해명에 네티즌들은 더 달아올랐다. “줄리아드 출신 딸이 빌딩 관리사무소에서 노래 부르고 피아노 치며 직원들을 위로했느냐”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아들 딸의 위장·유령 근무는 탈세 의혹으로 번졌다. 가족을 자기 회사 직원으로 등재해 봉급을 준 것처럼 꾸며 세금을 탈세했다는 것이다. 신당이 이후보를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고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이후보 탈세 혐의 고발 무대’를 꾸미고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후보 고발 코너 클릭을 ‘성지순례’라고 말한다.

“11월 셋째 주가 최대 고비 될 것”

이후보는 문제가 커지자 미납 세금을 일괄 납부했다. 2001~2006년분 소득세 3천9백여만원과 주민세 3백여 만원 등 총 4천3백만원이다. 그러면서 “이로써 세금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이 또한 비난을 불렀다. “돈이면 다냐”라는 비난이 즉각 돌아왔다. 신당은  이후보를 향해 “틀면 구정물만 나오는 부패 수도꼭지”라고 공격했다.
이처럼 이후보는 후보 등록 1주일 정도를 남겨두고 사면초가이다. 정가에서는 “11월 셋째 주가 이후보의 최대 고비”라는 데 모두 동의한다. 이때 지지율이 휘청거려,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되거나 기소라도 당하는 날이면 꼼짝없이 ‘후보 교체론’에 시달릴 것이다. 특히 기소되면 ‘당원권 정지’로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지 못하는’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지난 11월15일 박근혜 캠프의 전국 조직 중 하나였던 ‘○○포럼’은 자발적 모임을 가졌다. 이때 나온 말은 “지침을 달라. 정권 교체를 위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박 전 대표를 위해 차라리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가, 그도 아니면 소극적으로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 모임에서 최고 좌장이 한 말은 “열흘만 더 지켜보자”였다. 당연히 김경준씨의 입을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의미이다. 같은 날 저녁 이회창 전 총재 진영의 움직임도 부산했다.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은 “이명박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를 얘기하는데 그런 일은 없다. 우리도 BBK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 김씨가 귀국하면 지지율은 역전된다. 이번 대선의 최종 승리자는 이회창이다”라며 자신 만만해했다. 박 전 대표의 “이회창 후보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라는 발언 이후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막판 후보 교체 가능성’을, 이회창 전 총재 진영은 ‘BBK 한 방’에 희망을 걸어놓고 있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누가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입을 맞출 것인가. 그래도 이명박 후보의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를 해도 지지율 20%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후보에게 실망한 표가 딱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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