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출연하면 관객도 ‘출현’할까
  • 김유미(연극 평론가) ()
  • 승인 2007.11.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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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살리자는 취지의 <연극열전 2>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2004년 <연극열전>에 이어 <연극열전 2>가 2007년 12월7일 장진 연출의 <서툰 사람들>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선 <연극열전>을 기획한 사람들의 기본 입장은 좋은 작품을 유명 연출가와 배우들이 만들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소비자에게 적용할 상업적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관객들이 외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연극계는 시장의 논리와 무관한 곳이고 어느 정도 그러한 성역이 지켜질 필요가 있지만 요즘의 추세를 보면 그것이 곧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뮤지컬이나 다른 상업적 공연들이 대학로를 점령하면서 시장의 논리에 점점 잠식당하는 추세이다. 그래보아야 다른 대중 예술과 비교해 상업적 효과는 미미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그에 맞는 방법을 구사하되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극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어 관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연극열전> 기획은 바로 이러한 전략을 전경화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동원되어야 하는 이유는 일반 관객들이 점점 연극을 멀리하기 때문이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은 분명 연극이 지닌 미덕을 신앙처럼 생각하지만 그것을 일반 대중이 너무 몰라주니까 당의정 형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시대의 연극이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냉정한 시선 : ‘반짝’ 기획은 도움 못 돼

하지만 이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연극계가 어렵고 힘든데 이런 기획에 따른 명품 연극이 탄생하면 대학로에서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다른 연극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기획에 더욱 민감한 쪽은 어느 정도 상업적 전략을  가지고 경쟁하는 연극일 수 있다. 어쨌든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많은 극단들이 이러한 기획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연극열전> 기획이 거시적으로는 연극계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당장 눈앞에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그것이 단지 허울 좋은 수사이거나 보장할 수 없는 허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눈앞의 이해관계를 떠나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비판적인 입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단타적인 인기가 어떻게 지속적인 힘으로 작용하며, 나아가 연극계의 인프라 구축에 보탬이 되리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이 기획 작품의 소비자가 다른 연극의 소비자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셈이다. 단발적인 행사가 아무리 1, 2회가 아니라 3, 4, 5회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일회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며 연극 전반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다. 모든 연극이 <연극열전> 식으로 체질 개선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들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가 만들어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통해 보여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조합이다. 구매 요건 중 모든 것이 충족될 때 구매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연극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관객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관객은 작품을, 안목을 갖고 고르기도 하지만 습관, 권유, 유행에 따라 고르기도 한다. <연극열전>은 연극계에서 이러한 스타일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관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따뜻한 시선 : 열정의 연극 정신을 관객에게

<연극열전> 기획과 소비자의 심리는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연극열전>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연극에 대한 열정이 이러한 기획을 마련하게 된 원동력이라면 펄펄 살아 날뛰는 연극 정신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 기획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극열전> 기획자 조재현씨는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배우 섭외나 제작비 측면, 작품 선정 등에서 가난한 연극의 잠재적 위력이 작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작을 반이나 넣은 다소 무모한 도전도 이와 관련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연극 정신을 자랑하거나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연극 그 자체로 열정을 드러낼 때 박수 갈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은 ‘황정민’이나 ‘고수’가 나온다고 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유명 배우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든, 그 연기를 직접 가까이서 감상하기 위해서든 그 배우의 열성 팬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한 ‘배우가 가진 힘’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극 배우가 영화 배우가 되고 다시 영화 배우가 연극 배우가 되는 순환이 생산적으로 이어진다면 나쁠 것은 없다. 이 과정에서 연극의 순수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극의 순수한 에너지가 창조의 자극제가 되어 기를 팍팍 불어넣을 수 있다. 이번 기획에 영화감독 김지훈씨가 연출을 하는 작품도 있다. <연극열전>이      <무릎팍도사>가 되어 연극계의 고민을 넘어 영화계의 고민까지 ‘완전 타파’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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