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명 계좌,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안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7.12.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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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련 책 낸 ‘20년 삼성맨’ 김병윤씨 인터뷰 / “삼성측, 출판 3주 전부터 회유·협박 계속”
 
삼성에서는 왜 퇴직했나?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기 위해 그만두었다. 미국 퍼듀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2005년 1월 귀국했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는 어떤 일을 했나?
삼성전자 해외본부에서 수출 업무를 주로 했다. 캠코더 전략마케팅 팀장을 할 때는 윤종용 부회장과 최도석 사장이 주재하는 전략 마케팅 팀장 월례회의에 2년 반 동안 정규 멤버로 참석했다. 전무 중에서도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차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영광을 누렸다. 삼성인력개발원에 3년간 파견 근무하다가 임원이 되기 직전에 퇴직했다.
귀국한 뒤에는 무엇을 했나?
2005년 7월에 <삼성 신화 아직 멀었다>, 지난 7월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책을 썼다. 삼성에서 내가 경험했던 것을 나누고 삼성이 바뀌어야 우리나라가 제대로 가겠다는 생각에서 썼다. 삼성의 경영권이 곧 이재용 전무에게 넘어가지 않겠는가. 잘못된 체계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가면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벌 그룹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또 두레스경영연구소를 세워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컨설팅을 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을 폭로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김변호사의 얘기는 다 맞는 말이다. 삼성 임원들은 대부분 차명으로 현금 계좌와 주식 계좌를 가지고 있다. 차명 주식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고, 차명 현금 계좌를 갖는 것은 특수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알고 있다. 한두 명이 아니라 광범위하다.
얼마나 광범위한가?
차명 주식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잘릴 일 없으니 내게 잘 보여라’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름도 알고 있지만 지금은 밝힐 수 없다. 현재 삼성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퇴직한 사람도 있다. (차명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많은데 그중에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없었다니 이해가 안 간다.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을뿐더러 고마워한다. 차명 계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자르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차명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끼려고 노력한다. 차명 계좌를 갖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차명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내게 말한 사람도 그런 맥락으로 이야기했다.
차명으로 관리되는 주식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다. 1998년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주총꾼으로 나간 적이 있다. 그때 회사가 내게 준 의결권 주식이 4백만주였다. 10여 명이 주총꾼으로 나갔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4천만주라는 이야기이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회사에서 그 정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다른 주주들이야 본인이 아니면 대리인들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니 그 주식들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주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모의 주총을 했었나?
물론이다. 김앤장에 속한 변호사들이 모의 주총을 주재했다. 참여연대에서 이런저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주총 때 보니 하나 빼고 거의 똑같았다. 주총이 열리기 열흘 전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정보가 흘러나왔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계기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자금을 만들고 뿌리는 주체가 전략기획실이다. 이건희 회장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지만 실제로 일을 한 사람들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회장은 거의 사무실에 근무하지 않는다. 전략기획실에 있던 사람들이 삼성을 움직인다. 해외 주재원과 삼성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을 분석해보면 여기 출신들이 많다.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 조직이 너무 비대해졌다. 자만에 젖어 일하다 보니 이런 일이 터졌다. 삼성의 실제 주인은 이학수 부회장이라고 생각한다.
임원들의 임금을 부풀려서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말도 있던데.
그렇다. 관행이다. 삼성만이 아니고 이 부분에 대해 걸면 안 걸릴 대기업이 없을 것이다. 주로 연말에 성과급 식으로 준다. 필요한 곳에 쓰고 남은 돈을 회사에 반납하라고 한다. 그러면 임원들은 증빙을 갖춰 쓸 만큼 쓰고 나머지는 반납한다. 반납할 때는 별도의 비자금 계좌를 이용한다. 세금을 냈기 때문에 회사는 정당하게 확보하는 비자금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많이 팔렸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내고 깜짝 놀랐다. 광고를 내기 어려웠다. A신문에 광고를 내기로 했는데 다음날 삼성에서 싣지 말라고 해서 실을 수 없다고 전화가 왔다. B일보는 컬러 한 번, 흑백 두 번 싣기로 광고 담당하는 고위 인사와 합의했는데 컬러 한 번만 간신히 낼 수 있었다. 너무 싸서 못해주겠다는 핑계를 대기에 더 주겠다고 했는데도 안 되겠다고 했다. 합의가 되었는데 그럴 수 있느냐며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경제 신문인 C신문은 광고 지면까지 확정하고 돈과 필름까지 보내라고 해서 보냈는데 결국 실리지 못했다. 처음에는 광고가 폭주해 실릴 수 없다고 말하기에 그럼 언제 실어줄 것이냐고 물었더니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을 돌려줄 터이니 영수증을 써달라고 해서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그랬더니 광고국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연락이 와 점심을 먹었다. 알고 보니 고교 후배였다. 그는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봐달라고 말했다. 지난 9월27일 돈을 돌려받았다.
삼성에서도 책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발간되기 3주 전부터 알고 있었다. 고교 후배와 선배를 연구소 주위에 상주시켜 매일 점심 먹자고 하면서 ‘명예훼손으로 들어간다’ ‘동문들 인생 망치려고 하느냐’ ‘다 사줘버릴까?’라고 말했다. 심지어 ‘진짜 내면 길거리 다닐 때 조심하고 다녀라. 어찌 될지 모른다’라는 말까지 했다. 선배는 퇴직 상태였지만 후배는 현직에 있다. 한 번은 선배가, 한 번은 후배가 번갈아 찾아왔다. 후배와 친하게 지냈기에 전에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삼성측에 흘러간 것 같다. <삼성 신화 아직 멀었다>라는 책을 냈을 때부터 삼성의 관리 대상이 된 것으로 안다.
삼성은 치밀하게 인맥을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고등학교건 대학이건 무조건 선후배이다. 직원들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내라고 한다. 정확하게 쓰지 않으면 인사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데이터 관리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다 찾는다. 예를 들어 강남 도곡동 땅을 사는데 잘 안 되면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낸다.
또 어지간한 사람은 1 대 1로 관리자가 지정되어 있다.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를 한다. 지인들 간 관계일 뿐 삼성과는 관계가 없다는 식이다. 국회의원 중 이런 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검·경찰이나 세무서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세무서 출신들도 삼성에 많이 들어가 있다. 이런 관계가 계열사까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삼성이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부에서는 평소에 관리하는 사람들을 ‘삼성사관’이라고 부른다.
삼성이 각종 인사에 관여한다는 소문도 있다.
맞다. 인사까지도 청탁을 넣어 자신들이 키워놓은 사람을 집어넣으려고 사방에 압력을 넣는다.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청와대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 이런 일들을 너무 성공적으로 해오다 보니 허점이 생긴 것이다. 다 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졌다.
삼성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나?
가신들이 문제이다. 전략기획실 출신들이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 잘못해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못하고 조직을 위해 헌신했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직무 순환제를 도입해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이 변해도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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