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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이냐, 풍비박산이냐

대선 후 정국 전망 / 총선 앞두고 각 당마다 꼼수 난무할 듯…여야 누구도 안심 못 해

소종섭·안성모·김회권 기자 ㅣ | 승인 2007.12.17(Mon) 11: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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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진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 같다.

대선 이후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내년 4월 총선을 향한 각 정치 세력들의 힘겨루기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빠르게 펼쳐지고 있는 보수 세력들의 분화 움직임과 범여권의 운명, 그리고 신년 정국을 강타할 삼성 특검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주요 변수들을 점검했다.
“김영삼 정권처럼 이명박 후보가 안팎으로 좌파의 영향을 받아 보수층을 배신할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보수 독점 체제를 깨려면 제2의 보수 정당이 탄생해야 한다.”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이 가칭 한국보수당의 창당을 환영하면서 내세운 주장이다.
지난 12월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컨벤션센터에서 서울시당 창당 대회를 가진 한국보수당은 이회창 후보의 후원 조직인 부국팀에서 활동했던 류시찬씨와 이후보와 친분이 있는 김정권 남양주의료원장을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보수당이 이른바 ‘이회창 당’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류시찬 공동대표는 “내년 총선을 위해 활동할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신당과도 뜻이 비슷하니 연합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보수 정당 분화 … ‘이회창 당’ 파괴력은?

보수 정당의 분화는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으로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예고되었다. 이후보는 “무늬만 보수이고 무늬만 경제를 잘할 것 같은 한나라당 후보를 뽑는 것은 껍데기 정권 교체이다”라고 주장하며 ‘친정’과 단호하게 갈라섰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서로를 할퀴면서 낸 생채기는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깊어져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회창 당’의 출현이 현실화한 만큼 정치권의 관심은 참여 규모와 그 영향력에 쏠려 있다. 이회창이라는 유력 정치인이 ‘얼굴’ 역할을 맡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새판 짜기’ 즉, 한나라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 및 주요 인물들과의 역학 관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이 놓여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親朴) 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이회창 당’은 태풍이 될 수도 있고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 ‘이회창 당’을 준비하는 측은 당연히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이 깊어져 대규모 이탈이 있기를 기대한다. 박 전 대표가 당내 권력 경쟁에서 밀려나 공천 지분 등에서 소외받을 경우 집단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그러한 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 내에 심각할 만한 동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 권력은 큰 울타리 내에서 형성되고 정치인은 그 안에 머무르려는 속성이 강하다. 울타리 넘어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정치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권력을 쥐게 될 경우 이명박 진영도 당 운영에 세심한 배려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거대 여당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친박 진영’에 위기감을 안겨줘 당이 쪼개지는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 문제에서도 최대한 세력 균형을 맞추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세력의 이탈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집단 탈당만큼은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최근 창당한 한국보수당은 대선 후에도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정치적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위는 후보를 사퇴한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오른쪽)가 이회창 후보(왼쪽)의 대전 유세를 지원하는 모습.


창당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선 과정에서 ‘사표가 된다’는 논리를 앞세워 이회창 후보의 득표를 막았듯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회창 당’의 세가 확산하는 것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잔금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이회창 죽이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 세력의 참여가 미미할 경우 ‘이회창 당’은 대선 과정에서 합류한 국민중심당(국중당) 세력을 주축으로 한 충청권 정당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심대평 국중당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이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정계 은퇴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끝나기 전부터 선거 캠프가 국중당에 ‘접수’되는 분위기가 흘렀다.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5선 의원을 지낸 강삼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정치 기반을 토대로 영남 특히 부산·경남 세력의 참여를 어느 정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 지역의 총선 성적표에 따라 당의 성격과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내각제 개헌 등 권력 구조 개편을 창당 카드 중 하나로 제시했을 때 정치권의 다른 세력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살아남을 것인가

   
 
ⓒ연합뉴스
 

정동영 후보(위)의 대선 성적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운명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의석 수 1백40석인 대통합민주신당의 행로는 대략 세 가지 방향에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선 결과이다. 정동영 후보가 몇 표나 얻을 수 있는가와 각 지역별 표의 흐름이 이후 펼쳐질 정치 세력 간 이합집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승패를 떠나서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전통적인 근거지인 호남에서 몇 표를 얻느냐는 대선 이후 ‘정동영 세력’의 운명을 가를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표를 많이 얻을 경우 ‘정동영 세력’은 나름의 영향력을 유지하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전면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집토끼’인 호남이 흔들리면서 다른 곳에서도 새로운 지지 기반을 찾지 못한다면 총선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에 열릴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 하는 문제도 총선 결과와 바로 연결된다. 당내에서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친노무현 세력의 대표인 이해찬 전 총리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손을 잡고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호남에 기반을 둔 ‘정동영 세력’이 수도권에 강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내세우는 ‘손학규+정동영’ 조합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세력 대결보다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등 상대적으로 참신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절충형’도 나온다. 대선 이후 전당대회가 열리기까지 각 세력들이 총선 패배 책임과 원인 그리고 향후 진로를 놓고 벌일 논쟁에서 1차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당이 분열하면서 세력이 대거 창조한국당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인물·비전을 찾기 힘든 대통합민주신당의 운명이 끝났다고 보고 참신하면서도 나름의 비전을 선보이는 ‘문국현 대안론’이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한 관계자는 “일부 세력이 그런 논리를 내세우며 창조한국당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지역 기반이 없는 창조한국당이 총선에서 몇 명의 의원들을 배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당의 행로는 근거지인 호남을 누가 안고 갈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한나라당과의 연대냐, ‘정동영 세력’과의 합당이냐는 분수령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경우든 당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전 한나라당과 연대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진행됐었다. 호남 지역 공천권과 수도권에서 20석 정도의 공천권을 민주당이 갖는 내용이었다. 호남에 기반을 둔 사람들이 반대해 무산되었지만, 대선 이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반대한 사람들은 대선 이후 ‘정동영 세력’과 합쳐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호남을 바탕으로 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노당, 진보정당으로 다시 자리매김할까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두고 ‘비례대표 의원 6석과 지역구 의원 3~4석 정도면 성공이 아니겠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보다 저조한 성적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기 대선이 끝난 후 군소 정당이 난립하게 되면 민노당이 불리해진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창조한국당의 지지자 중 상당수는 잠재적인 민노당 지지자로 분석된다. 창조한국당 관계자는 “대통합민주신당뿐만 아니라 민노당의 잠재적인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민노당이 경쟁해야 할 곳이 한 곳 더 늘어난 셈이다.

   
 
ⓒ연합뉴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맨 왼쪽)는 창조한국당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끌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민노당은 권영길·노회찬·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스타급 의원과 제주도에 출마할 예정인 현애자 의원에게 지역구 의석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놓고 내부에서는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원내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온몸을 던졌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였던 당내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특히 1인6표제 투표 방식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최대 6석 정도 비례대표를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1인6표제는 당내 다수파인 자민통 계열이 비례대표를 싹쓸이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보수 정당이 보여준 공천권 다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로 나설 사람들도 선거운동 좀 해라”라고 민노당 내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평당원 중에서는 실망감 때문에 당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지층을 확대하지도 못하고 있고, 고정 지지층을 단단하게 묶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민노당의 지상 과제는 5~6%에 멈추어 있는 지지율을 두 자리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입성 초기의 신선함은 떨어졌고 수권 정당으로서의 능력도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물론 대선 이후에 벌어질 범여권의 움직임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민노당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공고한 지지층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삼성 특검, 판도라의 상자 되나

‘삼성 특검’ 사령탑은 12월21일을 전후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시점은 내년 초순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제외한 60일 안에 수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45일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1백5일까지 수사를 할 수 있다. 총선이 4월9일 실시되니 특검과 기간이 겹친다.
‘삼성 특검’은 단순히 삼성 비자금만이 아니라 지난 2002년 대선 자금·잔금에 대한 부분도 수사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국에 파란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검의 성격상 삼성 비자금의 용처나 대선 자금·잔금의 숨겨진 실체가 드러난다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회창 후보가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를지가 특별히 주목되고 있다. 총선 판도 자체를 바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회창 당’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선 이후 특검에 대선 자금·잔금과 관련한 내용이 제보될 수 있다. 정가에는 벌써 ‘특검을 통해 이회창을 친다’라는 시나리오가 흘러다니고 있다. 반대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여러 의혹들과 한나라당 또는 이명박 후보의 연결성이 드러난다면 여권으로서는 대역전을 꿈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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