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까와 뽀로로는 언제 ‘동생’ 볼까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7.12.17 13: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캐릭터 산업, ‘원소스 멀티 유스’로 새 도약…라이선시 업체 지원 뒷받침되어야

 
한국인은 캐릭터 하면 어떤 것을 떠올릴까.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기공룡 둘리(30.9%)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미국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19.7%), 일본 캐릭터인 키티(16.7%), 짱구(15.0%), 한국 캐릭터인 마시마로(12.7%) 등이 따르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캐릭터로 한국의 둘리가 선정되었지만 아직은 한국 캐릭터에 비해 외국 캐릭터의 인지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캐릭터들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저패니메이션이 쏟아내는 일본 캐릭터의 틈새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 산업은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캐릭터에 산업적인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이다. 1990년대 중반 영화 <쥬라기 공원>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충격으로부터 촉발된 문화 산업에 대한 관심이 2000년대 들어 캐릭터 산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캐릭터 산업 시장, 2005년부터 회복세

한국 캐릭터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약 4조9천4백억원에 이른다. 마시마로 등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스타 캐릭터들이 쏟아져나온 2002년 5조2천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캐릭터 시장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04년에는 4조2천억원까지 떨어졌다가 2005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캐릭터 산업이 잠시 주춤했던 이유로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어 소비 심리가 약화된 외부 요인도 있지만 캐릭터 산업의 급격한 팽창을 따라가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들도 있었다. 캐릭터 산업 붐을 타고 많은 사업자들이 뛰어들었지만 캐릭터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시행착오로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실패를 캐릭터 산업의 한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공 노하우를 쌓고 내실을 다지는 과도기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전체 캐릭터 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국산 캐릭터의 내수 시장 규모는 2002년 30%에서 2005년 40%로 점유율을 높여갔다. 캐릭터 개발 및 라이선스 시장도 2천60억원에서 2천7백7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뿌까, 뽀로로와 같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캐릭터가 탄생하기도 했다.
캐릭터 산업은 ‘원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원소스 멀티 유스’란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형태로 변용해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캐릭터를 이용해 만화, 영화, 게임, 출판,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와 라이선스 업체를 통한 완구, 문구,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의 상품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원소스 멀티 유스’전략은 막대한 부가가치의 상승을 가져온다.

 
‘원소스 멀티 유스’적인 성격은 캐릭터 산업이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함께 한다는 것에서 나타난다. 이런 점 때문에 문화콘텐츠진흥원은 매년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부문에서 가장 성공적인 콘텐츠를 선정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대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12월3일 개최된 2007 시상식에서는 이현세의 <버디>, 이성강 감독의 <천년여우 여우비>, 아이코닉스의 <뽀롱뽀롱 뽀로로>가 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캐릭터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있는 캐릭터로는 뿌까가 첫손에 꼽힌다. 캐릭터 대상을 3회 수상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뿌까는 2001년 휴대전화 단말기 액세서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는 150개국에 2천5백여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 뿌까 캐릭터가 지난 한 해 전세계에서 올린 매출액은 3천억원에 달한다.

둘리, 신작 애니메이션으로 재기 노려

중국 음식점 계룡반점의 외동딸이라고 설정된 여성 캐릭터 뿌까는 콘텐츠보다 캐릭터가 먼저 개발된 예이다. 캐릭터의 성공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원소스 멀티 유스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제틱스(Jetix)와 합작하고 브에나비스타가 배급을 맡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뿌까의 약점이었던 콘텐츠 부문을 보강해주고 있다. ‘뿌까 레이싱’으로 온라인 게임 산업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2002년 캐릭터 산업 붐을 주도한 것은 플래시애니메이션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한 엽기토끼 ‘마시마로’였다. 당시 마시마로의 인기는 봉제 인형만 1천만 개가 넘게 팔릴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본, 타이완,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전역과 미국, 캐나다,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의 인기는 많이 시들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시마로는 국내 캐릭터 산업에 여러 가지 교훈을 안겨준 예로 꼽힌다. 세밀한 준비 없이 갑자기 얻은 인기에 힘입어 캐릭터 산업에 진출한 마시마로는 캐릭터 상품 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단속과 관리를 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캐릭터와 상표명을 도용한 불법 복제품이 활개를 쳤다. 하지만 마시마로는 캐릭터 산업을 부흥시켰고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대표 캐릭터인 둘리는 그 명성에 비해 캐릭터 산업에서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현재 생활 용품, 도서, 의류, 식품, 완구, IT 사업 등에 걸쳐 1백20여 가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년이 넘은 둘리의 모습은 2000년 이전에 캐릭터 산업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알 수 있다. 둘리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는 둘리나라는 2008년 방영 예정인 신작 애니메이션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릭터 산업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라이선싱 과정이다. 라이선싱은 저작권을 관리하고 대여하는 라이선스와 이를 제품화시키는 라이선시로 나뉜다. 라이선싱에서는 상품의 다양성과 제품의 완성도 모두 중요하다. 필요한 상품에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제품이 없으면 구매할 수 없고,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캐릭터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뿌까, 뽀로로, 마시마로, 둘리 등 한국의 인기 캐릭터가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라이선시 업체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2005년 기준 캐릭터 개발 및 라이선스 시장 규모가 2천7백70억원으로 7% 증가한 것과는 달리 국내 캐릭터 상품 제조 시장은 약 1조7천9백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가량 감소했다. 이는 국내 라이선시 업체의 절반 이상이 10명 이하의 영세 업체인 현실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캐릭터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라이선시 제작 업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성장세에 있다고 하지만 세계 캐릭터 시장에 비해서 국내 시장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이 자국 내 시장만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캐릭터를 발굴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내 캐릭터는 시작부터 해외 시장을 노린 기획이 필요하다. 아이코닉스, 오콘, EBS, 하나로텔레콤이 기획·제작·배급 등을 맡고 공동으로 내놓은 뽀로로의 성공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