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 김지수 인턴기자 ()
  • 승인 2007.12.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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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교 6백일 넘긴 고려대 조정식·주병훈 학생
 
추운 겨울을 더 혹독하게 치러내는 이들이 있다. 6백일째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고려대 출교생 조정식(25·법학과 02학번·사진 오른쪽)·주병준(23·지리교육학과 02학번·사진 왼쪽) 씨가 그들이다. 길 위에서 맞는 두 번째 겨울은 매서움에 외로움과 절망감까지 더해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2006년 4월5일 조씨 등 고려대 학생 1백50여 명은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과 수업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그 과정에서 교수 아홉 명이 17시간 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감금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학교측은 4월19일 ‘감금 사태’의 주동자 중 일곱 명에게 ‘출교’ 처분을 내렸다. 출교는 학적을 박탈하고 재입학까지 불허하는 중징계이다. 이에 불복한 출교생 일곱 명은 천막 농성에 돌입했고 그것이 벌써 6백일이 지난 것이다. 
1년이 훌쩍 넘는 천막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그들의 몸 상태에서도 알 수 있다. 조씨는 “한 친구는 얼굴에 동상을 입고, 다른 친구도 무릎과 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다닌다. 감기는 1년 내내 달고 산다”라고 호소했다. 주씨는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밖에 나가 눈을 털어내느라 쪽잠을 자기 일쑤이다. 쌓이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천막이 무너져내리기 때문이다. 온풍기를 켜놓아도 그때뿐, 밖에 나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라며 천막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지난 9월19일 학교측에서 제기한 천막 철거 소송에서 패소해 천막을 철거해야 하는 위기도 맞았다. 일단은 소송이 걸린 대지(垈地)를 피해 천막을 옮겨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조씨는 “고려대학교 내 모든 학생들과 교수, 임직원을 포함해 이 천막이 없어지길 가장 바라는 것은 우리이다. 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일을 해결하고 싶다. 대치 상황이 벌어졌던 그날(감금 사건이 있던 날)의 진실부터 해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4일 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출교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낸 출교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학교측이 패소한 것이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출교생들의 바람은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다”라는 오직 한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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