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독립영화 만들기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1.07 16: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와 함께 한 어느 소년의 꿈…재능 없어도 끝까지 간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영화라는 독립영화는 한낱 이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예술 분야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장르인 영화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자유는 열악한 제작 환경을 감내해야 하고 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독립영화에 왜 관객이 들지 않는가. 한마디로 대중성이 없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작가주의를 자존심으로 여기는 감독들의 흥행에 대한 무관심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한국 독립영화의 힘, 미련함

<아스라이>는 영화를 만난 상호(김상석 분)가 그 세계에 빠져들면서 겪는 좌절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사실 김삼력 감독의 자서전처럼 보인다. 영화의 배경인 대구는 김감독이 10여 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열악한 영화 작업 공간, 마땅치 않은 상영 시설에 골머리를 앓던 상호는 영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대구독립영화협회에서 일하게 된다. 따라서 영화는 영화를 만들기가 매우 어려운 지방의 현실과 대구 독립영화협회의 발전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아스라이>에는 실제로 대구 독립영화협회 남태우 사무국장과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최태규 사무차장이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상호는 영화 만들기에 몰두하지만 그의 부모나 여자친구 수연(강미애 분)은 그런 그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수연은 상호에게 무능하다며 영화를 포기하라고 종용하지만 상호는 무능하다고 해도 자신은 끝까지 영화를 만들겠다고 우긴다.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었고 2007 인디포럼 폐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던 <아스라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남다은씨는 “영화를 꿈꾸는 자는 많지만 자신이 재능이 없음을 아는 자는 드물고 그걸 알면서도 창작에의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는 더 드물다. 실패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때 그 실패에 무심해지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부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마침내 그의 무모한 열정에 설득당하는 것이 이 영화의 힘이다”라고 쓰고 있다. <아스라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제 이미지 포럼 한국독립영화주간에 특별 상영되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삼력 감독은 10년 동안 30여 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재능이 없다는 말도 수없이 듣고 각종 영화제에서도 번번이 떨어진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열정이 재능을 뛰어넘었던 것이다. 한국 독립영화의 미래는 김감독 같은 미련한 감독들이 만들어갈 것 같다. 얄팍한 재능만 믿고 자신의 재주를 뽐내는 유능한(?) 감독들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다. 1월 11일 개봉.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