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만만한 먹잇감이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1.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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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재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기업들은 M&A 파이를 넓히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M&A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해외 M&A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적인 M&A 전문 중개 회사인 독일의 앙거만 사의 얀핫제 선임연구원은 “단순 제품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M&A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경영자의 의지와 국제 경영 노하우 습득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우리 기업들은 근시안적인 경영에만 머물러 있었다. 처음 5년은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개혁 대상으로 몰리면서 투자는 물론 기본적인 기업 활동마저 위축되었다. 후반 5년에도 투자보다 자사 주를 매입해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보수적인 기업 경영에 치중했다. 이에 따라 성장 산업을 모색하기보다 주주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적대적 M&A 공격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수단은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서강시장경제연구소가 경제 전문가 1백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어, 이에 대한 방어책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전체의 53.3%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8.8%였다. 적대적 M&A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는 ‘국가 기간 및 안보 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엑손 플로리오)가 47.8%, ‘독소 조항 제도’(포이즌 필) 15.8%,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14.7%, ‘차등의결권주’ 도입 13.6%, ‘황금주’ 인정 8.2%로 나타났다. 엑손 플로리오는 미국 의회가 1988년 일본 자본에 의한 미국 기업 M&A를 막기 위해 도입한 법으로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해 여부를 판단해 투자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업무 보고에서 적대적 M&A를 막는 데 현재 경영권 방어 장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계는 추가적인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황인학 상무는 “M&A의 공방에 대한 균형이 깨져 있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특히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수단이 미약한 편이다. 엑손 플로리오나 포이즌 필과 같은 방어 수단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적이므로 이에 대한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적대적 M&A에 직면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포이즌 필과 같은 방어 장치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또 반기업 정서도 기업의 M&A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투자와 M&A를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적 경쟁사들에 비해 우리 기업은 약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 500대 기업’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단일 기업으로 최대 규모라는 삼성전자가 50위권에 맴돌고 있다. 또 500대 기업에 든 우리나라 기업 수는 13개 정도이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0년 전에 12개와 큰 변화가 없다. 10년 전 2~4개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 수가 현재 24개로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전경련의 황인학 상무는 “국민이 기업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은 첫째가 불신이다. 반기업 정서이고 둘째가 우물 안 시각이다. 기업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데 국내 시장에서의 결과만 놓고 회사 경영 상태를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는 회고적 시각이다. 과거를 현재와 비교하려고 한다. 이 세 가지 부정적인 시각이 개선되면 기업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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